오랜만에 춘천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요새 출장은 경기도와 충청도를 자주 가는 편이다. 춘천에서 일을 잘 마친 후 어디서 무엇을 맛있게 먹을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컨디션이 좀 떨어진 거 같아서 보신을 하기 위해 추어탕을 먹기로 했다. 어릴 때는 추어탕을 참 못 먹었는데, 요새는 즐겨 먹는 요리가 되었다. 이렇게 식성이 바뀌나보다.
내부는 테이블로 되어 있다. 구조를 보니 예전에는 좌식이었다가 테이블로 바꾼 것 같다. 좌식이 건강에 좋지 않아서 요새는 이렇게 테이블로 바뀌는 곳이 많다. 난 혼자 왔기 때문에 구석 진 곳에서 존재감 없이 조용하고 빠르게 식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메뉴. 추어탕, 통추어탕, 전복추어탕, 우렁추어탕, 수제 돈까스, 군만두와 추어튀김을 판매하고 있다. 통추어탕은 미꾸라지를 갈지 않고 통으로 내는 것인데 호불호가 좀 갈리는 편이다. 아무래도 비주얼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나 역시 일반 추어탕은 잘 먹지만 통추어탕은 아직 먹지 못한다.
미꾸라지의 효능이 메뉴 한 쪽에 적혀있다. 미꾸라지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A, B, D가 많아서 몸에 어쩌고저쩌고 좋다는 것이 적혀 있다. 맛은 있지만 몸에 극히 좋지 않은 곱창이나 대창도 효능이 있다고 하는데 과연 이런 효능이 있을까 의문이 든다. 하지만 효능이 없더라도 맛만 좋으면 된다.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먹기 위해 사니까.
반찬. 오이 무침, 마늘, 고추, 부추, 깍두기와 추어 튀김이 나온다. 반찬만 따로 찍으려고 했는데 추어탕과 함께 나와서 그냥 다 같이 찍었다. 반찬에 추어 튀김이 나오는 것이 인상 깊다. 비록 적은 양이지만 이렇게 반찬으로 주면 괜히 마음이 뭉클해 지고 깊은 감동을 받게 된다. 성시경이 부릅니다. 넌 감동이었어.
추어탕을 먹기 전에 추어 튀김을 먼저 먹기로 한다. 바삭한 식감과 함께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튀김이 눅눅하지 않다. 미리 튀긴 것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주문이 들어오면 튀기는 것 같다. 이런 사소한 정성이 맛집을 만드는 법이다. 추어 튀김 하나 주문해서 소주 한 잔 하고 싶었지만 운전을 해야 해서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무척 아쉽다. 음주운전은 패가망신을 하는 지름길이니 꼭 하지 않도록 하자.
내가 좋아하는 들깨 가루와 부추를 푸짐하게 넣었다. 들깨 가루와 추어탕은 순댓국과 들깨 가루처럼 조합이 상당히 좋다. 들깨 가루를 과하게 넣을 경우 추어탕 본연의 맛을 해치기 때문에 적당한 양을 넣는 것이 좋다. 들깨 가루와 부추를 잘 섞은 후 맛있게 먹어야지.
미꾸라지가 잘 갈아서 들어있고 추어탕에 빠질 수 없는 우거지도 충분히 들어있다. 국물 맛을 보니 굉장히 깊고 진하며 구수한 맛이 난다. 상당히 수준 높은 추어탕이다. 추어탕을 잘 하지 못하는 곳에 갈 경우 미꾸라지의 흙냄새가 나기 마련인데 그런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추어탕도 훌륭한 소주 안주인데, 이 훌륭한 안주를 두고 소주를 마시지 못하는 것이 무척 서글펐다. 하지만 빨리 서울로 복귀해서 밀린 업무를 처리해야 하니 꾹 참고 계속해서 먹었다. 역시 인내심이 뛰어난 멋진 나.
순식간에 완뚝. 나트륨을 적게 섭취하려고 요새는 완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100세추어탕의 추어탕은 완뚝을 해야 나중에 아쉽지 않을 거 같았다. 춘천에서 맛있는 추어탕을 먹고 싶다면 꼭 한 번 가볼 곳으로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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