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에서 미팅을 기분 좋게 마치니 점심 시간이 되었다.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일행이 의정부에 왔으니 부대찌개를 먹자고 한다. 부대찌개는 크게 의정부식과 송탄식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의정부식 부대찌개가 좀 더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다. 의정부식 부대찌개의 공인된 원조는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에 있는 "오뎅식당"이다. 예전에 오뎅식당을 방문했을 때는 그다지 인상 깊지 않게 다가왔다. 오뎅식당의 부대찌개는 그다지 내 입에 맛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오뎅식당 다음으로 유명한 경원식당에 가서 부대찌개를 즐기기로 했다.
(지난 포스팅: 2023.06.02 - [식도락 - 경기] - [의정부] 경원식당 - 성시경이 선택한 의정부 부대찌개 맛집)
점심 시간보다 약간 이르게 도착했다. 점심 시간에 맞춰 방문을 하면 언제나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기 때문이다. 가게 안에 들어가니 너무나 감미로운 부대찌개의 향이 나의 코를 자극한다. 아아, 언제 맡아도 정말 황홀한 향이다. 이른 시간에 방문을 했음에도 이미 많은 고객들이 부대찌개를 즐기고 있었다. 역시 맛으로 유명한 곳은 언제 방문하더라도 많은 고객들이 찾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메뉴. 부대찌개 외에 김치찌개와 삼겹살도 판매하고 있다. 과연 누가 여기까지 와서 김치찌개나 삼겹살을 먹을까 싶다. 예전처럼 모둠 사리를 추가할까 잠시 고민을 했지만 저녁에 또 약속이 있기도 하고 과하게 먹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조신하게 부대찌개 2인분과 라면 사리를 주문하고 마음을 경건하게 다스렸다. 사실 예전처럼 먹으면 속이 거북해서 그렇게 먹지 못한다. 흑흑. 이게 바로 나이 먹는다는 것의 증거다. 숱한 유혹에 굴하지 않고 나의 목표를 향해 묵묵히 인내하는 참 멋진 나. 이런 나의 인내심을 바탕으로 어서 체력이 20대의 그 시절로 돌아가면 좋겠다.
밥과 반찬. 밥은 일반 공기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약간 넓고 깊은 그릇에 나온다. 밥 위에 부대찌개를 올려 먹어도 되고 따로 제공하는 접시에 부대찌개를 덜어 먹어도 된다. 어떻게 먹어도 맛있으니 개인 취향에 맞게 떠서 먹으면 된다. 밑반찬은 오뎅 볶음, 동치미, 깍두기와 콩나물이 나온다. 밑반찬 맛은 크게 특별하거나 인상 깊은 맛이 나지 않는다. 부대찌개를 먹을 때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것들이다.
아름다운 부대찌개의 모습. 언제 봐도 아름답다. 의정부식 부대찌개는 송탄식 부대찌개와 다르게 김치를 베이스로 만들어 비교적 개운하고 깔끔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부대찌개에 들어가는 것 역시 송탄식에 비해 가벼운 느낌이 든다. 햄, 소시지, 김치, 두부, 민찌, 당면과 파 등 들어가는 재료가 참 간소하다. 간소한 재료이지만 이것들이 한 곳에 모여 끓어 오르면 참으로 조화롭고 감미로운 맛을 낸다. 부대찌개란 음식은 들어가는 재료가 재료인 만큼 맛없게 만들기가 더 어려운 음식이기 때문에 어떻게 만들어도 평균적인 맛은 난다. 그래서 맛있는 부대찌개 전문점을 찾기란 제법 어려운 편이다.
아름답게 끓고 있는 부대찌개의 모습. 부대찌개가 어느 정도 끓은 것 같을 때 라면 사리를 살포시 넣어준다. 개인적으로 라면 사리를 일찍 넣게 되면 라면 사리가 육수를 머금어 쉽게 불기 때문에 마지막에 넣는 것을 선호한다. 살짝 불거나 퍼진 스타일의 라면 사리를 좋아한다면 처음부터 넣고 함께 끓여주면 된다. 어떻게 먹어도 정답이 없고 오답이 없다. 개인 취향에 먹는 것이 정답이다.
잘 끓은 부대찌개를 앞접시에 덜어서 맛있게 냠냠 먹는다. 일단 국물을 먼저 신중히 맛본다. 많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진하고 깊은 맛이 느껴진다. 다른 부대찌개에 비해 상대적으로 깔끔하다는 느낌도 든다. 적당히 칼칼하면서 시원한 국물의 맛이 절로 소주를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이날도 힘겹게 꾹 참으며 소주 없이 부대찌개를 즐겼다. 낮술은 최대한 지양해야지. 부대찌개 안에 들어간 햄, 소시지와 민찌 역시 저가 상품을 사용하지 않아 제법 맛이 난다. 특히 민찌의 경우 저급 상품을 사용할 경우 고기 잡내를 쉽게 느낄 수 있는데 경원식당의 민찌는 그런 잡내를 느낄 수 없어 참 좋았다. 의정부까지 가서 부대찌개를 먹은 보람이 있다. 의정부에서 맛있는 부대찌개를 즐기고 싶다면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으로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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