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한 평양면옥. 한국 평양냉면의 양대산맥인 의정부계 평양냉면의 뿌리이자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오래된 가게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을지로3가에 있는 을지면옥과 충무로역에 위치한 필동면옥이 이 평양면옥 주인의 가족들이 나와서 운영하는 곳이다. 을지면옥이나 필동면옥에 비해 명성은 떨어지지만 그 맛만큼은 어디와 견주어도 손색 없는 곳이다. 의정부역 근처에서 저녁 먹을 기회가 생겨 주저 없이 평양면옥으로 힘차게 발걸음을 옮겼다.
메뉴. 물냉면, 비비냉면, 온면, 만두와 수육 등이 있다. 필동면옥 및 을지면옥과 거의 동일한 구성이다. 소주와 맥주가 아직 4,000원인 것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날은 술을 마시지 못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을 머금고 평양냉면과 돼지고기 수육을 시켰다.
밑반찬. 돼지고기 수육을 주문해서 양념장이 나왔다. 냉면을 먹을 때 빠질 수 없는 무절임과 김치가 나온다. 김치 색은 필동면옥이나 을지면옥보다 약간 더 붉었다. 필동면옥, 을지면옥의 김치 맛이 기억이 나질 않아서 정확한 비교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몹쓸 기억력. 양념장의 맛은 필동면옥 양념장과 완전히 똑같다. 필동면옥처럼 이 양념장으로 비빔냉면을 만든다. 정확히 표현을 하면 필동면옥이 평양면옥처럼 이 양념을 이용해서 비빔냉면을 만든다고 해야 한다.
돼지고기 수육. 아, 필동면옥과 을지면옥 제육이 왜 담음새가 썩 훌륭하지 않은 이유를 드디어 알고 말았다. 평양면옥의 돼지고기 수육은 담음새가 별로인데 필동면옥과 을지면옥이 이것을 그대로 따라했다. 조심스럽게 양념장을 콕 찍어 신중하게 맛을 본다. 아, 부드럽게 잘 삶은 수육의 식감이 느껴진다. 부드럽지만 고기가 탄력을 잃지 않게 잘 삶았다. 거기에 살짝 촉촉함까지 더해진 훌륭한 수육이다. 왜 필동면의 제육이 맛이 좋은지 다시 깨달았다.
평양냉면. 평양면옥이 필동면옥에 비해 담음새가 좋다. 이런 담음새는 필동면옥이 좀 배웠으면 좋겠다. 냉면에는 계란, 수육과 제육이 한 점씩 올라가 있다. 돼지고기 수육과 마찬가지로 신중하게 맛을 본다. 면을 풀기 전에 먼저 육수를 시원하게 마셔준다. 은은하게 육향이 올라오면서 짭짤하면서도 슴슴한 육수의 맛이 입 안을 조용히 휘감는다. 육수는 이제는 없어진 을지면옥과 충무로의 필동면옥의 중간 맛이다. 을지면옥 특유의 슴슴한 맛을 느낄 수 있고 필동면옥의 진한 육향도 함께 느낄 수 있다. 다만 슴슴한 맛과 진한 맛은 두 곳보다 덜 하다. 이제 면을 잘 풀은 후 후루룩 면을 음미해본다. 툭툭 잘 끊기는 면은 메밀 함량이 제법 높다. 면을 먹을 때 고춧가루와 파가 거슬리지 않는다. 역시 의정부계 평양냉면의 원조라고 할 수 있구나. 의정부에서 굉장히 만족스럽게 평양냉면을 즐겼다. 냉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의정부가 멀더라도 꼭 한 번 찾아가서 먹어봐야 하는 그런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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