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 - 강남

[역삼] 세이버리 - 스페인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 좋은 와인바

담구 2023. 5. 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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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와인바 포스팅을 연달아 하게 되네. 이번에 포스팅할 곳은 역삼역 부근에 위치한 세이버리다. 난 미팅을 하거나 지인과 저녁을 먹을 때 1순위로 양고기를 먹고, 2순위로 돼지고기를 먹고, 3순위로 해산물을 먹고 4순위로는 상대방의 의사에 맞추는 편이다. 이날은 지인에게 내가 원하는 양고기를 먹자고 했는데, 나의 의사를 단호하게 거절하고 와인바에 가서 와인과 요리를 즐기자고 한다. 세상에, 맙소사. 이렇게 단호하게 나의 양고기 제안을 거절하다니. 마음에 상처를 입고 눈물이 나려 했으나 본인이 나를 대접하겠다고 해서 상처가 바로 치유 되었다.

 

모던하면서도 은은하게 부드러운 분위기를 보이는 세이버리. 매장은 좁지 않고 편안한 편이다. 좌석 간 거리도 비교적 넓게 되어 있어서 다른 테이블의 고객과 부딪힐 염려가 없다. 최대한 다른 사람들이 나오지 않게 사진을 찍었고, 다른 쪽에는 젊은 고객들이 하하호호 즐겁게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많은 고객들이 들어올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최대한 조용한 자리에 앉아서 와인과 요리를 즐기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해가 지자마자 많은 고객들이 하나 둘 들어왔다.

 

자리에 앉은 후 받은 기본 안주인 팝콘과 주전부리. 크래커, 초콜릿이 나온다. 맥주 안주로도 그만인 것들이지만 와인과 즐겨도 굉장히 좋은 것들이다. 와인은 버건디와 마찬가지로 합리적인 가격대의 다양한 와인을 판매하고 있다. 분명 이날 마셨던 와인 사진을 찍은 기억이 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나오지 않네. 이제 기억력도 차츰 희미해지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아,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이렇게 서러운 것일 줄이야.

 

뽈뽀. 내가 참 좋아하는 스페인 음식 중 하나로 꼽는 요리다. 스페인 요리가 대중화 되기 전에는 빠에야 같은 것만 이름을 알리고 있었는데, 스페인 클럽 등 다양한 스페인 요리 전문점이 오픈 한 후 다른 요리도 점점 유명해지고 있다. 뽈보는 스페인식 문어 요리인데, 이렇게 통으로 나오는 곳도 있고 먹기 좋은 사이즈로 잘라 나오는 곳도 있다. 세이버리의 뽈뽀는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잘 구워냈고, 문어 특유의 단 맛과 고소함이 잘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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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뇨끼 트러플 크림 소스. 뇨끼는 감자 반죽을 사용해서 만든 수제비 같은 요리다. 다만 수제비처럼 생겼지, 수제비와 확연히 다른 식감을 보여준다. 세이버리의 치즈 뇨끼 트러플 크림 소스는 눅진한 맛이 일품이었다. 이 눅진한 맛에 트러플 특유의 풍미가 확연히 그 개성을 보여준다. 수저로 퍽퍽 떠먹고 밥도 비벼 먹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고, 조신하게 먹었다. 역시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어떻게 먹어도 조신함을 잃지 않는 멋진 나.

 

양송이 크림 치즈. 세이버리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한다. 양송이 안에 치즈를 넣고 잘 구운 후 토마토 소스와 함께 나오는 요리다. 치즈 위에 살라미를 올린 것이 포인트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맛에, 살라미가 개성을 부여한다. 지극히 단순한 요리이지만 토마토 소스의 감칠맛, 살라미, 치즈와 양송이의 맛이 조화롭게 잘 이뤄져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었다. 설거지가 귀찮아서 이런 요리는 무리겠지만,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짝꿍에게도 한 번 해줘야겠다.

 

하하호호 와인과 안주를 즐기고 있을 때 서비스로 받은 과일, 크래커, 치즈와 초콜릿. 기대도 하지 않는 이런 서비스를 받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술이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소주를 마시면서 이런 안주를 받았더라면 소주 두 병 추가하며 술을 콸콸 쏟아 부었겠지만, 내가 와인은 잘 마시지 못해서 조절해가며 마셨다. 역시 술 조절을 잘 하는 대견스러운 나. 역삼역 근처에서 분위기 좋게 와인을 마시고 싶다면 한 번 가볼 것을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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