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서초동에서 동기 모임이 잡혔다. 가급적 술 자리를 피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빠질 수 없는 자리여서 부득이하게 참석을 하게 되었지. 이번에 방문한 곳은 1985년부터 영업을 한 나의 가야라는 곳이다. 가야 형이라고 부를게요. 이날 업무가 좀 많아서 일행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좀 늦게 도착했다.

나의 가야는 다양한 소고기와 자가제면 냉면, 녹두전과 지짐만두 등을 판매하고 있다. 콜키지 프리라는 것이 참 매력 넘치는 점이다. 거기에 소주와 맥주가 3,000원이라니. 이러면 술을 안 마실 수가 없지. 이제 소주와 맥주가 5,000원인 시대인데 3,000원이라는 가격은 참으로 정겹기 그지 없다.

아니 이 녀석들. 내가 올 때까지 음식을 먹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 이것이 바로 끈끈한 전우애. 학군단 동기들의 우정을 이렇게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양념게장, 쌈장, 마늘, 총각김치, 장아찌와 무생채가 반찬으로 나온다. 모나지 않고 정갈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반찬으로 소주 한 병은 거뜬히 마실 수 있지만, 동기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날 술을 마시지 않았다. 4월까지는 최대한 술 자리를 피하고, 최소한으로 술을 마셔야지.

녀석들이 미리 고기를 주문했다. 이날 먹은 고기는 안창살과 생갈비. 한우가 아닌 국내산 육우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그 수준이 상당한 편이다. 개인적으로 소고기는 선호하지 않기도 하고, 소고기 특유의 마블링을 싫어하기 때문에 이 정도가 나에게는 딱 적당하다. 왜 난 소고기가 싫고 양고기가 좋은 것일까.

기본으로 제공되는 양탕. 처음에는 된장찌개라 생각했는데 진하고 깊은 맛이 인상적인 양탕이 나왔다. 된장찌개도 좋지만 양탕은 더욱 좋고 마다할 이유가 없지.

기본으로 제공되는 양탕이지만 정성껏 만들었고 내용물도 튼실하다. 이 양탕을 먹으니 진짜 소주 한 잔이 간절했다. 하지만 하루의 쾌락을 위해 다음 날의 건강을 해칠 수는 없으므로 꾹 참았지.

고기 집도를 내가 하려고 했는데 동기 녀석이 한사코 본인이 하겠다고 한다. 나의 즐거움을 빼앗으려고 하는 것인가 싶었는데, 녀석이 요새 고기 굽는 법을 배웠다고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한 번 정도는 양보를 하고 녀석의 솜씨를 구경해야지.

이 녀석, 고기 굽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배웠다. 덕분에 이날은 고기를 편하게 먹을 수 있었지. 녀석들이 술 한 잔 기울일 때 나는 물을 마시며 욕구를 잘 다스렸다. 역시 절제를 잘 하는 멋진 나.

육우이지만 적당한 기름기와 제법 괜찮은 풍미가 느껴진다. 소고기는 이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마블링이 많으면 쉽게 물려서 많이 먹지 못하게 된다. 고기를 먹다 조금 물린다 싶으면 함께 나오는 와사비나 소금에 찍어 먹으면 맛의 변화를 이끌어 더욱 많이 먹을 수 있다.

자가제면 냉면으로 마무리. 냉면 전문점이 아닌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준수한 편이다. 이제 고기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자가제면 냉면 수준도 상당히 높아졌다. 냉면의 상향 평준화는 참으로 환영할 일이지. 하지만 가격도 같이 높아지니 눈물이 나온다. 서초역, 서초동 부근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있는 소고기를 먹고 싶다면 한 번 방문할 것을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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