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 - 강남

[서초] 우연 - 합리적인 한우 오마카세

담구 2025. 11. 1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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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슬슬 다가오니 송년회, 모임 등이 많아진다. 최근에 모임이 생겨서 다녀온 우연. 최근에 오픈한 곳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지인들은 이런 곳을 잘 찾는지 모르겠다. 20대였더라면 나도 이런 곳을 열심히 찾았겠지만, 이젠 20대가 아닌 늙은이어서 그런지 그냥 삼겹살 굽는 것이 더 좋다. 하지만 모임이 잡혔으니 찾아가야지.

 

지인이 룸으로 예약을 했는데, 내가 좀 늦게 도착해서 룸 사진은 따로 찍지 못했다. 1분, 1초가 아쉬운 마당에 5분이나 늦었으니 지인들의 노여움이 대단했다. 이럴 때 룸 사진을 찍으면 녀석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것 같았다. 그래서 개인 자리마다 있는 메뉴 사진만 한 장 바르게 찍었지.

 

스프. 밤과 견과류를 곱게 갈아 만들었다. 밤의 풍미가 상당히 진하게 느껴졌다. 밤이 워낙 단 맛이 강하기 때문에 첫 음식으로 괜찮을까 싶었지만 의외로 입 안이 텁텁하지 않고 개운했다.

 

그 다음으로 나온 캐비지 관찰레. 관찰레는 돼지 볼살로 만든 햄이다. 짭짤한 맛이 상당히 강한 편인데 캐비지가 그 맛을 잘 중화한다. 관찰레의 짠 맛으로 인해 소주가 생각났지만, 이날 메뉴와 주종 선택권은 나에게 없었다. 흑흑.

 

한치, 펜넬과 앤쵸비로 만든 샐러드. 나에게 펜넬이란 허브는 익숙하지 않은데 의외로 맛이 낯설지 않고 잘 넘어갔다. 역시 나이를 먹어도 도전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앤쵸비의 풍미가 샐러드의 밸런스를 잘 잡아준다.

 

어복쟁반. 어복쟁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롱사태, 쑥갓과 버섯 등이 들어간다. 어복쟁반은 보통 슴슴한 맛을 내기 마련인데, 우연의 어복쟁반은 간이 조금 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만 간이 강하지 않고 알맞게 되어 있어서 먹기에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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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회. 홍두깨를 사용해서 만든 육회다. 파를 맨 아래에 두고 그 위에 홍두깨, 배와 계란 노른자를 올렸다. 잘 비벼서 먹으면 된다고 해서 잘 비벼 먹었지. 홍두깨를 사용해서 많이 느끼하지 않고 부족하지 않은 풍미와 찰진 식감을 느낄 수 있었다.

 

초밥. 가장 평범했던 요리였다. 예전에는 이렇게 고기로 만든 초밥이라면 환장했겠지만, 이제 소화 능력이 떨어지는 나이라서 그런지 초밥은 역시 생선으로 만든 것이 좋다.

 

한우 모둠. 1++급을 사용했기 때문에 딱 봐도 마블링이 상당하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마블링이 많은 고기는 좋아하지 않지만, 먹을 때는 또 맛있게 먹어야지.

 

가니쉬로 나온 아스파라거스, 버섯과 마늘도 구워 함께 맛있게 먹었다. 고기는 직원이 직접 구워주는데 과하지 않게 잘 구워준다. 난 고기를 직접 구워 먹는 것을 극히 선호하지만, 이런 곳에서는 지인들과 함께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며 구워주는 고기를 먹는 것이 좋지. 내 입에는 마블링이 과해서 조금 물리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지인들은 맛있다며 잘 먹었다.

 

피클, 장아찌와 김치도 함께 나온다. 고기를 먹을 때 이런 채소를 먹는 것은 크나큰 사치이자 낭비이기 때문에 고기에만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래서 사진을 찍긴 찍었지만 맛을 보지 않아 평가를 못하겠다.

 

밥과 미역국. 탄수화물 섭취를 조절하고 있어서 밥은 먹지 않고 미역국만 떠먹었다. 소고기의 풍미가 강하게 느껴지는 미역국의 맛이 상당히 좋다. 난 김치찌개, 미역국 같은 요리를 잘 하는데, 이 미역국은 내가 만든 것보다 맛이 좋았다.

 

나메라카 케이크로 마무리. 크림 치즈와 화이트 초콜릿을 사용했다고 해서 먹지 않고 지인에게 양보했다. 지인의 말을 빌리면 많이 달지 않고 적당히 맛있었다고 하는데, 내가 단 것을 워낙 먹지 못해서 평가는 할 수 없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구성의 한우를 먹을 수 있는 우연. 서초동에서 편안하게 한우를 먹고 싶다면 한 번 가볼 것을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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