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라면은 좋아하지 않지만 라멘은 가끔 먹는 편이다. 영등포구청역 근처에 맛있는 라멘집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지. 그래서 언제 한 번 가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당산역에서 미팅이 잡혔다. 미팅을 잡아준 너란 녀석, 좋은 녀석. 그래서 미팅 가기 전에 식사를 먼저 하고 가기로 했지. 그렇게 찾아간 텐진라멘.

오픈 시간에 맞춰 갔더니 처음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주문은 문 앞에 있는 키오스크를 통해 할 수 있다. 먹고 싶은 것들을 빠르게 탁탁 주문한 후 가장 편안해 보이는 자리를 선점했다. 이것이 바로 첫 방문 고객의 힘.

매장에서는 분주하게 요리 준비를 하고 있다. 매장 사이즈를 보면 육수를 직접 만들지는 않을 거 같다. 라멘이 처음 유행할 때는 육수, 차슈와 멘마까지 직접 만드는 곳이 있긴 했는데, 요새는 라멘 인기가 좀 떨어져서 그런지 그런 가게가 많이 사라졌다. 육수나 차슈를 직접 만들지 않아도 좋다. 맛만 있으면 된다.

돈코츠 라멘인 텐진라멘, 소금 라멘, 매운 라멘과 간장 라멘을 판매하고 있고 사이드로는 가라아게, 교자와 클라우드 생맥주를 판매한다. 우리는 텐진라멘 풀토핑과 더불어 교자를 주문했다. 맥주를 마시고 싶었지만 식사를 한 후 바로 미팅을 해야 했기 때문에 맥주는 주문하지 않았지. 역시 절제를 잘 하는 멋진 나.

라멘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적은 종이가 있어서 쉽게 이해가 간다. 처음 라멘이 유행했던 시절에는 이런 설명 없이 단순히 메뉴 이름만 걸어둬서 뭐가 뭔지 모르던 시절도 있었다. 메뉴에 대해 설명을 부탁하면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지. 이제 그런 가게는 거의 다 망하고 없다. 꼴 좋다. 본인 요리에 대한 프라이드를 갖춘 장인 정신도 중요하긴 고객들에게 친절해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굉장히 매운 김치, 마늘과 베니쇼가. 마늘은 국물에 넣어 먹으면 맛의 변화를 이끌 수 있고 매운 김치와 베니쇼가는 입 안을 개운하게 하기에 좋다.

먹을 만큼만 덜었다고 생각했는데 김치가 너무 매워서 몇 조각 먹지 못하고 결국 거의 다 남기고 말았다. 왜 이렇게 매운 김치가 있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지만, 다른 고객들은 잘 먹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러려니 했다.

아름다운 모습의 텐진라멘 풀 토핑. 차슈, 계란, 숙주, 멘마, 나루토 어묵, 다시마와 파가 토핑으로 들어간다. 국물이 굉장히 진하고 식욕을 자극하는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었다.

일본 정통 돈코츠 라멘의 경우 굉장히 헤비하면서 누린내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텐진라멘은 그런 헤비함과 누린내는 없지만 진하고 깊은 맛이 나며 풍미가 가득하다. 우리나라 사람 입 맛에 맞게 변형을 한 것 같다.

면은 취향에 맞게 익힐 수 있는데 꼬들 꼬들한 면, 그냥 면과 퍼진 면으로 구분이 된다. 난 면을 꼬들꼬들하게 먹는 편이어서 꼬들꼬들한 면을 주문했다. 꼬들꼬들한 면의 경우 면에 심지가 살아있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린다. 꼬들꼬들하게 삶았지만 면이 국물을 흡수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좀 퍼진다. 면과 국물의 조화가 훌륭해서 맛있게 먹었다.

멘마. 멘마는 삶은 죽순을 말하는데 이걸 직접 만드는 곳은 우리나라에 한 곳도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멘마는 특유의 약품 냄새가 나는데 이 냄새로 인해 호불호가 좀 갈린다.

굉장히 두꺼운 차슈도 숨어있다. 이런 차슈는 씹는 식감도 좋고 맛도 더욱 좋지. 이렇게 두꺼워도 전혀 퍽퍽하지 않고 촉촉하면서 소스의 맛이 잘 느껴졌다.

계란. 계란은 완숙이나 온천 계란이 아닌 반숙 계란이 들어간다. 국물 맛을 흐트러지게 하고 싶지 않을 경우 계란을 한 입에 먹으면 되고, 국물의 맛이 변해도 상관 없으면 반으로 갈라 먹으면 된다.

촉촉하게 잘 삶고 양념 맛이 가득했던 계란. 난 계란 후라이는 잘 하지만 삶는 것은 잘 하지 못한다. 이렇게 삶는 기술을 배우고 싶구나.

면과 차슈를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지. 라멘은 나트룸 함량이 높고 탄수화물 비중이 높기 때문에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이긴 하지만 가끔 이렇게 먹으면 괜찮다.

교자. 교자는 4개가 나오는데, 일본 라멘 가게나 이자카야에서 파는 것처럼 나올 줄 알았는데 그냥 평범하게 나왔다. 한쪽은 굽고 다른 한쪽은 찌는 스타일이다.

만두 소는 고기를 많이 써서 굉장히 진한 풍미가 난다. 역시 만두는 이렇게 고기가 가득 들어가야 맛있다. 부추 만두나 샐러리 만두도 맛있긴 하지만 만두는 역시 이래야지. 오랜만에 만족스럽게 돈코츠 라멘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라멘을 한가득 먹은 후 힘내서 다음 미팅도 잘 했다. 영등포구청역, 당산동에서 맛있는 라멘을 먹고 싶다면 한 번 가볼 것을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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