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오던 어느 날, 지인이 복 요리를 먹자고 한다. 너란 녀석, 착한 녀석. 비가 오는 날 복 요리를 먹는 것만큼 좋은 일은 또 없지. 이날은 일이 좀 밀려 있어서 일을 전부 마친 후 조금 늦게 퇴근하고 선릉에 위치한 수림복국으로 향했다. 수림복국은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꾸준하게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이다.

매장 앞에는 복어가 헤엄을 치며 놀고 있다. 이날도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되어준 녀석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복어에는 조금이라도 먹을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테트로도톡신이 포함 되어 있지만 독을 잘 제거하면 그 어떤 흰살생선보다 담백함의 극치를 맛볼 수 있는 좋은 생선이다.

요새 고급 복어 요리 전문점과는 새삼 다른 모습이다. 이런 인테리어가 오랜 연혁이 있다는 증거겠지. 의외로 젊은 고객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커플로 보였다. 나 어릴 때는 복어 먹을 돈으로 고기를 한 조각이라도 더 먹으려고 노력했는데. 시대가 변하니 이제 젊은 사람들도 이런 요리를 많이 찾는 것 같다.

메뉴. 여러 장 찍으려고 했는데 그냥 귀찮아서 한 장만 찍었다. 자주복, 황복, 까지복 등을 판매하고 있고 지리, 복 튀김, 복불고기 및 복어 회무침도 있다. 우리는 이왕 먹는 거 맛있게 먹기 위해서 자주복 지리를 주문했다.

반찬은 개인 별로 소량 나온다. 이렇게 따로 제공하는 것이 좋을 때도 있는 법이지. 이 정도 반찬이면 소주 반 병은 거뜬하다. 그래서 빠르게 소주를 주문하고 요리가 나오기 전에 술잔을 기울였지. 소주를 줄여야 하지만 반주를 참기가 참 어렵다.

빠르게 나온 복 지리. 복탕에 빠질 수 없는 미나리가 가득 들어있다. 미나리는 특유의 아삭거리는 식감과 향이 있어서 호불호가 갈린다. 어릴 때는 미나리를 참 싫어했는데 이제는 없어서 못 먹게 되었다. 미나리는 이런 맑은 탕에 굉장히 잘 어울려서 복탕뿐만 아니라 대구탕 등에도 널리 쓰인다.

조미료를 넣지 않고 끓였다고 하는데 국물이 굉장히 시원하고 담백하다. 이런 국물은 소주와 굉장히 잘 어울리고 해장에 좋아서 도무지 술이 취하지 않는다. 술을 마시면서 자동으로 해장이 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다음 날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과음을 하지 않고 적당히 마셨지. 역시 절제를 잘 하는 멋진 나.

복어 살은 굉장히 부드럽고 담백하다. 개인적으로 대구탕을 더 좋아하지만 이렇게 가끔 먹는 복어는 각별하기 그지 없지. 복어 살에 와사비를 살짝 올려 먹으니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껍질 초무침. 복어 껍질은 특유의 쫄깃하면서 미끈거리는 식감이 있는데 이게 또 별미다. 껍질 자체에는 특별한 맛이 없기 때문에 양념 맛으로 먹는 음식이어서 각 가게의 양념 맛을 비교해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복 튀김. 민어, 대구와 더불어 흰살생선 튀김의 3대 천왕이라 할 수 있다. 담백한 복어가 기름을 만나니 맛에 악센트가 더해진다. 쯔유를 살짝 찍어 먹으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지. 이 튀김 하나로 소주 3잔은 쉽게 마실 수 있다. 강남 선릉에서 맛있고 다양한 복어 요리를 먹고 싶다면 한 번 가볼 것을 추천하는 곳이다.
'식도락 - 강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성수] 산도스 - 맛있는 뉴욕 스타일 이탈리안 고메 카츠산도 (0) | 2025.11.04 |
|---|---|
| [반포] 에토레 - 분위기와 맛 모두 잡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0) | 2025.10.22 |
| [사당] 육밀도 - 콜키지 프리가 매력적인 수준 높은 고깃집 (1) | 2025.10.12 |
| [당산] 대박굼터 - 합리적인 가격과 친절한 서비스가 만족스러운 고깃집 (0) | 2025.10.11 |
| [당산] 해주반 - 수준 높은 뼈해장국 맛집 (1) | 2025.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