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송/신년회가 많아지는 계절이다. 평소에는 주 1회 음주를 초과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송/신년회 시즌에는 어쩔 수 없이 주 1회를 초과해서 음주를 하게 되네. 그래서 그런지 몸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흑흑흑. 이런 몹쓸 몸 같으니. 이번에 포스팅 할 곳은 점심 겸 저녁으로 송년회를 하게 된 을지로3가 근처의 동원집이다. 을지로3가와 충무로 사이에 있는데 어디서 가든 비슷하기 때문에 편한 곳에서 찾아가면 된다. 동원집은 종로에서 시작하여 이곳으로 이전하였는데 상당히 역사가 오래된 곳이라서 단골 고객들이 많다.
점심 겸 저녁이라는 어정쩡한 시간에 찾아가서 그런지 평소에 비해 고객이 적었다. 하지만 자리가 계속 되면서 저녁 시간이 되니 어느덧 만석을 이뤘다. 좌석이 조금 좁은 편이지만 좌석간 거리는 넓은 편이어서 식사를 즐기기에 무리가 없는 곳이다. 대부분 나이가 많은 고객들이 찾아오는데 북적 거리긴 하지만 고성방가가 일어나는 곳은 아니기 때문에 비교적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다.
메뉴. 동원집은 감자국(탕), 순댓국, 머리 모둠과 순대를 판매하고 있다. 그 중에 감자국(탕)이 동원집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는 소주가 4,000원이었는데 그새 5,000원으로 올랐구나. 흑흑. 소주가 4,000원이던 시절이 무척 그립다. 동원집에 왔으니 일단 우리는 감자국(탕)과 함께 소주를 주문했다. 난 진로를 즐기는 편인데 이날은 주종 선택권이 나에게 없어서 참이슬을 주문했다. 어릴 때는 참이슬을 참 많이 마셨는데 이제는 진로가 더 잘 맞는 편이다.
밑반찬은 간소한 편이다. 마늘, 쌈장, 김치와 깍두기가 나온다. 김치와 깍두기는 좀 익었는데 내 입에 잘 맞게 익어서 음식이 나오기 전 이것들을 안주 삼아 소주를 기울였다. 예전에는 김치와 소주라는 조합은 생각도 못했는데 이제는 이런 밑반찬으로도 소주를 즐기는 나이가 되었다. 연말이 되다 보니 점점 나이가 드는 것을 느끼게 되네. 흑흑.
아름다운 모습의 감자국(탕). 돼지 등뼈, 감자와 파의 조합이다. 조촐한 조합이지만 또 이만한 조합도 없다. 처음 나올 때는 육수가 조금 심심한 것 같지만 끓이면 끓일수록 깊어지는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므로 인내심을 갖고 깊은 맛이 잘 우러나오도록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잘 끓고 있는 사진은 올리기 귀찮으니까 과감히 생략하기로 한다.
어느 정도 잘 끓은 것 같으면 앞 접시에 덜어서 신중히 맛을 본다. 역시 육수 맛이 끝내준다. 동원집의 감자국(탕)은 아주 예전의 맛을 간직하고 있는데, 이게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요새 감자탕 전문점과 다르게 고기가 살짝 뻑뻑하다. 육수에 충분히 적셔도 뻑뻑하다는 것을 감출 수 없다. 관리가 잘 되지 않는 감자탕 전문점을 가면 고기에서 누린내나 잡내가 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동원집의 감자국(탕)에서는 그런 불쾌한 냄새는 전혀 느낄 수 없다. 고기보다 육수가 끝내주는 감자국(탕)이다.
감자국(탕)을 다 먹은 후 안주가 조금 부족해서 접시 순대를 주문하려고 했는데 이왕 먹을 거 순댓국을 먹자고 한다. 아아, 이런 좋은 녀석들 같으니. 이런 훌륭한 친구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 그래. 이왕 먹는 거 푸짐하고 배부르게 먹어야지. 다이어트는 내년부터 하는 거다.
순댓국은 감자국(탕)에 비해 맛이 조금 심심하지만 이 역시 오래 끓이면 깊은 맛이 우러나온다. 순대와 부속 고기들이 넉넉하게 들어 있어서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순댓국을 먹으면서 취하는 바람에 이후에 먹은 볶음밥 사진이 없네. 한국인의 전통 디저트라고 할 수 있는 볶음밥까지 먹으니 굉장히 만족스럽고 배부른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을지로3가, 충무로 근처에서 노포의 품격을 느낄 수 있는 감자탕과 순댓국을 즐기고 싶다면 한 번 방문할 것을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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