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에서 미팅을 마친 후 조금 이른 저녁을 먹기로 했다. 무엇을 먹을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삼겹살을 먹기로 했다. 을지로에 맛있는 냉동 삼겹살 전문점이 있다고 해서 룰루랄라 찾아간 문경등심. 상호는 문경등심인데 등심은 전혀 팔지 않는 특이한 곳이다.
5시가 약간 안 되어 도착을 했는데 자리가 1/3 정도 차있었다. 6시가 약간 넘어가자 많은 고객들이 찾아와서 만석이 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좌석 간의 거리가 좁은 편이어서 고객이 많이 들어올 때는 조금 불편함이 있었다.
메뉴. 직장인이 많은 곳에 있기 때문에 점심에는 고등어, 삼치, 굴비와 비빔밥 같은 백반 요리를 판매하고 있고 저녁에는 단일 메뉴로 삼겹살을 판매하고 있다. 이 삼겹살은 국내산 하이포크인데 일반 냉장 삼겹살이 아닌 냉동 삼겹살인 것이 특징이다.
반찬. 삼겹살과 함께 구워 먹을 두부, 마늘과 김치가 나오며 그 밖에 고추, 쌈장과 콩나물 무침이 나온다. 콩나물 무침 맛은 평범했다. 고기를 많이 먹으려면 이런 콩나물 무침 같은 반찬을 많이 먹지 않아야 한다.
아름다운 모습의 냉동 삼겹살. 예전에는 냉동 삼겹살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새는 즐겨 먹는다. 사진에 지문이 묻어서 흐리게 나왔다. 지방이 많은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질이 좋은 편이다. 고기 굽는 것은 언제나 나의 몫이다. 이런 즐거움을 남에게 양보할 수는 없다.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된장국도 나온다. 어느 가게에 가더라도 쉽게 맛볼 수 있는 그런 전형적인 된장국의 맛이다. 없으면 서운하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먹게 되는 그런 맛. 수분을 많이 섭취하면 고기를 많이 먹지 못하기 때문에 된장국은 아주 조금만 맛을 봤다.
난 처음 냉삼을 구울 때는 불판에 한가득 올려 굽는 편이다. 그리고 불판에 어느 정도 돼지 기름이 묻어 나오면 그때 김치, 두부와 마늘 등을 굽는다. 이렇게 구워야 김치 등이 타지 않고 돼지 기름을 잘 머금은 상태에서 구워지기 때문이다. 지금 봐도 또 먹고 싶구나.
냉삼은 일반 삼겹살에 비해 빨리 구워지기 때문에 집중력을 요한다. 돼지 기름이 어느 정도 나왔다 싶으면 빠르게 새송이 버섯을 넣는다. 돼지 기름을 머금은 김치도 참 맛이 좋지만, 새송이 버섯 역시 그 맛이 훌륭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진 것 같으면 이제 맛있게 먹을 시간만 남았다.
냉삼은 소금 살짝 찍어 먹어도 맛있지만 이렇게 함께 나온 파절이와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다. 새콤달콤하게 잘 무친 파절이와 냉삼과 굉장히 잘 어울린다. 질이 좋지 않은 냉삼의 경우 누린내가 나기 마련인데 그런 누린내는 전혀 나지 않았다.
돼지 기름이 올라왔으니 두부, 김치, 양파와 마늘을 넣고 함께 굽도록 한다. 냉삼은 빠르게 구워지기 때문에 느리게 굽다가는 자칫 흐름이 끊길 위험이 있다. 그래서 비어있는 자리에 계속해서 냉삼을 올려 끊임없이 구워야 한다.
잘 구워진 김치와 함께 먹어도 맛있는 냉삼. 돼지고기는 정말 신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먹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기적과도 같은 식재료라고 할 수 있다.
고기를 어느 정도 먹었으면 한국인의 전통 후식이라 할 수 있는 볶음밥을 먹어야지. 볶음밥에는 남은 고기를 썰어서 넣을 수 있기 때문에 고기는 조금 남기는 것이 좋다. 볶음밥에는 고추장, 콩나물 무침, 시금치와 봄동 같은 채소가 함께 들어가고 계란 하나를 같이 넣어준다.
맛있게 볶아진 모습. 고기를 먹은 후 이렇게 탄수화물을 먹는 것은 참 좋지 않다고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이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다음 날 운동을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이날은 걱정 없이 마음껏 즐겼다. 하지만 다음 날 난 운동을 하지 않았지.
고추장 맛이 좀 강하긴 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맛이다. 김치의 맛이 조금 더 강했더라면 더욱 맛있을 것 같다. 이렇게 후식까지 잘 즐기고 보람찬 시간을 보내고 왔다. 을지로에는 많은 냉삼 전문점이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최고라 할 수 있는 문경등심. 을지로에서 맛있는 냉삼을 먹고 싶다면 한 번 방문할 것을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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