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여 학군단 동기와 조촐한 신년회를 하기로 했다. 조촐한 자리이지만 맛 없는 것을 먹을 수는 없지. 그래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맛있게 먹을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공덕역에 가서 갈매기살을 먹기로 했다. 공덕역에는 족발 골목과 갈매기 골목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갈매기 골목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이번에 동기와 방문한 곳은 갈매기 골목의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장수갈매기다.
언제나 많은 고객들로 북적이는 장수갈매기.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두 자리를 제외하고 전부 고객들로 빼곡했다. 나머지 두 자리도 이내 곧 차서 만석이 되었다. 장수갈매기는 20대부터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고객까지 다양한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렇게 세대를 막론하고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메뉴. 갈매기살, 돼지갈비, 소금구이, 삼겹살, 껍데기와 열무 국수를 판매하고 있다. 다양한 고기를 판매하지만 압도적으로 갈매기살이 많이 팔린다. 우리는 갈매기살과 껍데기를 주문했다. 난 껍데기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껍데기를 단독 메뉴로 파는 곳에서는 꼭 주문을 하는 편이다.
파무침, 소금, 쌈장과 된장국을 제공한다. 갈매기살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이런 양념과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된장국이 굉장히 구수하고 진해서 한 번 리필을 했다. 이 된장국 하나로도 고기가 익기 전에 소주 한 병은 거뜬하다. 그래서 이날도 여지 없이 취했다.
아름다운 모습의 갈매기살. 갈매기살은 횡격막과 간 사이에 붙어 있는 나름 특수 부위라 부를 수 있는 곳이다. 다른 돼지고기에 비해 냄새가 좀 나는 편이기 때문에 신선하지 않은 갈매기살은 누린내가 심하게 난다. 그래서 누린내를 감추기 위해 강한 양념을 사용하는 곳이 많은데, 장수갈매기는 고기 퀄리티가 좋아서 강한 양념을 하지 않고 살짝 양념을 했다. 아름다운 모습을 충분히 감상했으면 이제 구워 봐야지.
갈매기살을 다소곳하게 불판 위에 올렸다. 불판에 계란 물을 풀어 주는데 이 계란 물에 파나 김치를 넣어 먹으면 좋다. 예전에는 계속 리필을 해줬는데 이제 물가가 많이 올라서 리필을 계속 해주지 않는 것 같다. 우리는 고기에 집중을 했기 때문에 따로 리필을 하지 않았다.
갈매기살은 쉽게 타기 때문에 계속해서 뒤집으면서 구워야 한다. 그렇게 정성을 들이면 이렇게 잘 익은 갈매기살을 볼 수 있다. 내가 구웠지만 참으로 잘 구웠구나. 고기를 먹을 때 집게는 언제나 나의 몫이다. 내가 직접 고기를 구워야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
아무런 양념을 찍지 않고 먼저 맛을 본다. 삼삼한 양념 맛이 먼저 느껴지고 그 후에 갈매기살 특유의 고소한 맛이 잘 느껴진다. 누린내는 전혀 나지 않아 먹기 거북함이 없다. 참 오랜만에 방문했지만 이 맛은 여전하구나. 갈매기살 한 점에 소주 한 잔을 마시면 여기가 바로 천국이자 극락이다.
계속해서 고기만 먹고 싶었지만 짝꿍이 채소를 많이 먹으라는 말을 해서 이렇게 쌈 채소와도 함께 먹었다. 어떤 양념과 먹어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내 입에는 역시 그냥 고기만 먹는 것이 가장 좋다. 고기를 먹을 때는 온전하게 고기에 집중을 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육식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껍데기. 예전에 잠시 유행했던 지방이 두툼하게 붙어 있는 껍데기가 아니라 옛날 스타일의 껍데기가 나온다. 개인적으로 이런 기교 없는 껍데기를 더욱 좋아한다. 껍데기도 고기의 일부이니 내가 직접 굽도록 했다. 역시 언제나 고기 굽는 것을 신경 쓰는 섬세한 나.
고기를 다 먹은 후 껍데기를 굽게 되면 흐름이 끊길 위험이 있기 때문에 고기가 좀 남아 있을 때 구워야 한다. 그래야 흐름이 끊기지 않게 먹을 수 있다. 고기 먹을 때 가장 위험한 것이 흐름이 끊겨서 고기를 계속해서 먹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껍데기는 쉽게 타버리기 때문에 정성을 들여야 한다.
맛있게 잘 구워진 껍데기는 콩가루에 찍어 맛있게 먹는다. 콩가루 없이 먹어도 맛있는 돼지 껍데기다. 바삭하면서 쫄깃한 식감을 같이 느낄 수 있는 껍데기. 돼지 너 이 녀석. 너는 정말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소중한 동물이로구나.
열무 국수로 마무리. 양이 굉장히 적지만 2,500원이라는 가격을 보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가볍게 후식으로 먹기 좋은 양과 맛이다. 마포 갈매기 골목에서 전통 있고 맛있는 갈매기살을 먹고 싶다면 꼭 한 번 가볼 것을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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