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 - 강북

[성수] 매튜 - 캐주얼한 파인 다이닝

담구 2024. 12. 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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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꿍이 갑자기 파인 다이닝 요리를 먹고 싶다고 한다. 그렇다면 먹어야지. 그래서 어딜 가고 싶은지 물어보니 이미 정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따라가야지. 그렇게 짝꿍 손을 잡고 룰루랄라 다녀온 매튜. 성수동에 있다고 나오길래 성수역 근처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건대 쪽에서 더 가깝다. 주차 공간이 있긴 한데 굉장히 협소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는 것이 더 괜찮다.

 

내부는 아늑하고 포근하게 인테리어를 꾸몄다. 뭐 인테리어라고 할 것은 사실 딱히 없었다. 테이블마다 간이 칸막이가 설치 되어 있어서 옆 고객과의 불필요한 접촉을 차단한 모습이 아주 보기 좋았다. 예약한 순서대로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비교적 바깥 쪽의 테이블로 자리를 안내 받았다.

 

우리가 즐긴 메뉴. 돼지 감자 스프, 제철 회, 단새우, 조개 테린, 과일 타르트, 제철 생선, 라비올리와 소르베가 나오고 메인 요리로는 돼지 등심 또는 양갈비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 후 메밀 에끌레르, 과일, 캐러멜과 호지차로 마무리가 되는 구성이다. 1인에 115,000원이라는 가격은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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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짝꿍이나 와인을 그리 즐겨하지 않는 편이지만 와인을 좀 마셨다. 어쩌고 저쩌고한 와인이라고 하는데, 과연 어쩌고 저쩌고한 맛이 인상 깊었다. 무슨 와인인지 까먹어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 하기로 한다. 나는 레드 와인 두 잔을 마셨고, 짝꿍은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 한 잔을 마셨다.

 

돼지 감자 스프. 돼지 감자를 사용해서 진하고 고소한 스프를 만들었고 그 위에 칼라마리를 올렸다. 칼라마리는 스페인식 오징어 튀김인데 한국 오징어 튀김과 별 다를 맛이 없다. 오징어는 그냥 먹어도 맛있고 튀겨 먹어도 맛있고 구워 먹어도 맛있고 삶아 먹어도 맛있는 아주 훌륭하고 바람직한 식재료가 아닐 수 없다. 칼라마리보다 돼지 감자 스프가 더 맛있었는데 굉장히 진하고 고소해서 식욕을 돋운다. 스프를 떠서 마신 후 와인을 한 잔 마시니 참으로 잘 어울렸다.

 

제철 회. 제철 회라고 해서 대방어가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잿방어가 나왔다. 잿방어도 방어 속이긴 하지만, 겨울에 먹는 대방어의 맛과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 잿방어 맛이 나쁘지 않았지만 살짝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대방어가 나왔으면 와인이 아니라 소주를 마시고 싶었겠지.

 

단새우. 단새우, 썬드라이 토마토와 레몬를 사용했고 다시마를 잼처럼 만들어서 굳힌 것이다. 썬드라이 토마토의 감칠맛과 레몬이 상큼함이 단새우와 상당히 잘 어울렸다. 함께 제공되는 사워도우 브레드에 올려서 먹으니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조개 테린. 조개살과 버터를 사용해서 테린으로 만들고 그 위에 아귀 간을 사용한 소스를 올렸다. 테린이라 생각하기에는 살짝 묽은 감이 있었지만 맛이 진하고 고소해서 내 입에는 잘 맞았다. 다만 너무 진한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짝꿍 입에는 상당히 헤비하다고 느껴졌다고 한다. 그래서 짝꿍 것도 내가 냠냠 먹었지. 후후후. 고맙다, 짝궁아.

 

과일 타르트. 청포도 등을 올려서 만든 타르트다. 신선한 과일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이렇게 타르트로 먹어도 참 맛있지. 한 입에 싹 넣어서 꼭꼭 잘 먹으니 테린의 헤비한 맛을 잘 없애준다. 상큼한 요리를 좋아하는 짝꿍 입에 잘 맞았는지 짝꿍은 하나 더 먹고 싶다며 연신 입맛을 다셨다.

 

제철 생선. 대구를 정성스럽게 잘 구워냈고, 대구 아래에 이리로 만든 소스를 뿌렸다. 나나 짝꿍 모두 이날 즐긴 코스 중에서 가장 만족스럽게 즐겼던 것이다. 껍질이 바삭해서 식감이 상당히 좋았고 부드럽게 잘 구워진 대구 살은 담백하면서도 은은한 고소한 맛이 잘 느껴졌다. 이리 소스는 굉장히 눅진한 맛이었는데 이 눅진한 맛이 대구와 잘 어울렸다.

 

라비올리. 장조림을 사용해서 라구를 만들었다. 그 위에 소량의 페스토와 버섯을 올렸다. 장조림을 사용해서 라구를 만들어서 그런지 비비고 만두 맛이 났다. 뭔가 정성이 깃든 맛이지만 특색이 없던 코스였다. 라비올리 자체가 이탈리아 만두 요리이기 때문에 만두 맛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뭔가 개성이 좀 더 들어갔으면 좋았을 것 같다.

 

소르베. 레몬을 사용해서 만든 소르베인데 내 입에는 굉장히 자극적이고 신 맛이 강해서 한 입만 먹고 바로 짝꿍에게 양보했다. 짝꿍은 맛있다며 잘 먹었다. 난 왜 신 맛이 강한 음식은 먹지 못 하는 것일까. 아이 참 슬프기 그지 없다.

 

메인이었던 돼지 등심. 메인이긴 하지만 가장 아쉬운 코스였다. 돼지 등심을 부드럽게 수비드한 것은 참 좋았지만 돼지 등심에서 돼지 누린내가 느껴졌다. 등심이 안심에 비해 육향이 강하고 풍미가 진한 부위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 냄새가 나는 것은 옳지 않다. 짝꿍은 얼마 먹지 못했고, 나는 다 먹었다. 메인 코스는 개선이 필요하다.

 

메밀 에클레르와 우유 아이스크림. 따로 먹어도 되고 같이 먹어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반은 따로 먹고, 나머지 반은 같이 먹었다. 따로 먹는 편이 서로의 식감을 침해하지 않아 내 입에는 더 잘 맞았다. 메밀 에클레르는 많이 달지 않을까 살짝 걱정했는데 달지 않고 구수한 맛이 느껴져서 좋았다.

 

캐러멜과 과일. 과일은 키위를 사용했고 탕후루처럼 겉에 가벼운 설탕 코팅을 했다. 둘 다 달아 보였기 때문에 난 먹지 않고 짝꿍에게 양보했다. 짝꿍 말로는 많이 달지 않고 단 맛이 은은하게 퍼졌다고 한다. 내가 먹어보지 못했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 하기로 한다.

 

호지차. 나는 차가운 호지차를 선택했고, 짝꿍은 따뜻한 호지차를 선택했다. 호지차야 뭐 그냥 호지차 맛이지. 어떤 잎을 사용하는 지에 따라 맛이 달라지긴 하지만 차에 조예가 깊지 않기 때문에 큰 차이는 잘 모르겠다.

 

퐁당 오 쇼콜라로 마무리. 딱 봐도 달아 보이기 때문에 이 역시 난 먹지 않았지. 짝궁은 상당히 잘 만든 퐁당 오 쇼콜라라고 하며 만족스럽게 잘 즐겼다. 파인 다이닝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가격대도 합리적이고 분위기도 좋은 매튜. 다만 일반적인 파인 다이닝에 비해서는 캐주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코스 요리에 좀 더 묵직함이 있었더라면 그런 느낌은 안 받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 같은 늙은이보다 20대의 젊은 사람들이 찾아간다면 만족감을 느낄 곳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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