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 - 강북

[홍대] 랑빠스81 - 소시지가 맛있는 프랑스 요리 전문점

담구 2024. 1. 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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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홍대입구역에 맛있는 소시지 요리를 판매하는 곳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허겁지겁 뛰어가는 것이 올바른 육식인의 덕목이라 할 수 있지. 모처럼 들뜬 나에게 침착함을 유지하라며 최대한 진정 시킨 후 예약을 하겠다고 한다. 무슨 소시지 먹는데 예약까지 필요하냐며 지인을 재촉했지만 굉장히 인기가 많은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검색을 좀 해보니 미쉐린 가이드에 제법 등재가 된 곳이었다. 그렇게 들뜬 마음을 진정하며 예약일을 기다리고, 예약일이 되자 지인을 만나 신나게 발걸음을 옮겼다.

 

내부는 그리 넓지 않고, 2-3인석이 많았다. 단체 고객은 미리 예약을 해서 자리를 확보하거나, 쪼개져서 앉아야 할 것 같다. 예약을 하고 갔는데 의외로 내부에 고객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밤이 조금씩 깊어지니 하나 둘 자리가 차고 어느덧 만석이 되었다. 랑빠스81은 샤퀴테리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곳인데, 샤퀴테리 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다양한 메뉴를 주문한 후 만족스러우면 다음에 방문하여 샤퀴테리를 즐기기로 했다. 나의 목표는 오로지 소시지다. 맛있는 소시지, 너란 소시지. 정말 못 잃어.

 

메뉴판은 태블릿으로 제공이 된다. 역시 듣던 것, 보던 것과 똑같이 다양한 소시지 요리가 있다. 양고기와 돼지고기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소시지들이 많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기인 양고기로 만든 소시지를 즐길 수 있다니. 중동에 가면 양고기로 만든 소시지를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양고기로 만든 소시지를 즐기기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내 마음에 쏙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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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주문하면 빵이 제공 되는데, 빵 사진은 없다. 분명 사진을 찍은 것 같은데 찾아보니까 없네. 사실 소시지를 먹는데 빵은 그리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딱히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가장 먼저 주문한 것은 양고기 소시지와 필라프다. 생각보다 매콤한 맛이 났는데 양고기 특유의 냄새를 줄이기 위해서 매운 맛을 가미한 것 같다. 램을 사용하더라도 양고기 특유의 냄새가 조금 나기 때문에 민감한 사람은 아직도 양고기를 잘 즐기지 못한다. 그런 고객을 배려하기 위함인 것 같다. 매콤한 맛과 양고기의 눅진한 맛이 잘 어울렸다. 필라프는 중동, 남부 유럽에서 흔히 먹는 볶음밥을 말한다. 그런데 랑빠스81의 필라프는 그냥 맨 밥에 가까웠고 오히려 마치 덮밥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지지를 먹는데 그깟 탄수화물.

 

치폴라타 소시지와 라타투이. 소시지를 조심스럽게 썰었더니 육즙이 팡팡 터진다. 소시지에 잘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지만 굉장히 쥬시한 느낌이다. 기대를 머금고 한 입 먹어보니 팡팡 터지는 육즙만큼이나 진한 맛이 느껴진다. 소시지는 굉장히 부드럽고 맛이 진해 여운을 남긴다. 아아, 역시 사람은 고기를 먹고 살아야 한다. 이런 맛을 즐기지 못하는 삶은 도무지 상상히 되질 않는다. 라타투이는 영화 "라따뚜이" 덕분에 유명해진 음식인데, 편하게 모둠 채소 스튜라고 생각하면 된다. 스튜와 완전 동일시 되지 않지만 채소의 맛을 잘 느낄 수 있는 요리다. 예전 같았으면 한 입도 먹지 않았을 음식이지만 짝꿍이 채소를 많이 먹으라고 했기 때문에 소시지와 함께 즐겼다. 소시지와 제법 잘 어울려 만족스러웠다.

 

콩피 오리 다리 구이와 감자. 콩피를 했기 때문에 굉장히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라타투이를 많이 먹어 채소는 일일 권장량을 채웠다고 생각하여 감자는 먹지 않고 지인에게 양보했다. 역시 주변인을 잘 챙기는 배려심 가득한 나. 오리는 지방이 많은 동물이라서 쉽게 물리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물림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오리 고기 특유의 맛을 잘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소시지를 워낙 맛있게 먹어서 그런지 소시지에서 받은 감동은 느낄 수 없었다. 지인은 이 오리 다리 구이가 소시지보다 더 맛이 좋았다고 했다. 각자 입맛이 있고 취향이 있으니 그저 존중하면 된다.

 

지인이 탄수화물도 좀 먹자며 라구 파스타를 주문했다. 파스타는 직접 만든 생면을 사용하는 것 같다. 아쉽게도 나나 지인 모두 라구 파스타에서는 그리 인상적인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몇 년 전이었다면 이 정도로도 충분히 훌륭한 수준의 라구 파스타라고 말할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자가 생면을 이용해서 수준 높은 파스타를 만드는 곳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보통 이상의 맛은 나고 값어치를 하는 파스타였다. 대체적으로 맛있게 잘 즐겼고 만족스러웠다. 역시 소시지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먹어도 옳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날이었다. 샤퀴테리와 와인을 즐기기 위해서 다시 방문을 해야지. 홍대 입구에서 맛있는 소시지와 함께 다양한 프랑스 요리를 즐기고 싶다면 한 번 방문할 것을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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