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보쌈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족발은 굉장히 좋아한다. 하지만 짝궁이 족발에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아쉽게도 족발을 먹지 않는다. 짝꿍과 족발을 함께 먹고 싶지만 어쩔 수 없지. 요새 족발이 먹고 싶었는데 마침 지인이 족발을 먹으러 장충동에 가자고 한다. 오, 이런 맙소사. 역시 나의 마음을 잘 캐치하는 멋지고 소중한 지인이다. 이런 지인의 말을 듣고 일을 서둘러 마친 후 허겁지겁 룰루랄라 장충동으로 향했다. 장충동은 족발 골목의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곳인데, 요새는 공덕 족발 골목 및 다른 오향족발 등에 밀려 예전에 비해 인기를 잃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고객이 조금 줄었을 뿐 여전히 인기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나와 지인은 장충동 평안도 족발집으로 향했다. 금요일 저녁에 갈 경우 웨이팅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간 날은 다행스럽게도 웨이팅이 없어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가게에 들어서면 따뜻한 족발을 쉼없이 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게 정문 바로 앞에 이런 자리를 배치한 것은 실로 탁월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 더욱 식욕이 돋고 바람직한 과식을 하게 된다. 고기는 탄수화물에 비해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으니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족발은 크게 온족발과 냉족발로 나누는데 요새는 온족발이 인기를 끌고 있다. 평안도 족발집은 이런 트랜드에 맞춰서 온족발을 판매하고 있다. 포스팅을 하는 도중에도 괜히 입맛이 살아나고 군침이 도는구나. 다음 달 있을 동기 송년회에 족발을 먹도록 해야지.
우리가 들어가니 딱 한 자리가 남았다. 이 자리도 바로 채워져서 바로 만석이 되었다. 7시가 되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이렇게 빨리 만석이 되다니. 예전에 비해 인기가 줄어들었다지만 그래도 역시 많은 고객이 찾아오는구나. 고객층이 상당히 다양했는데 20대부터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사람들까지 다양하게 많이 있었다. 테이블은 제법 넓은 편인데 좌석간 거리가 좁아서 만석이 될 경우 움직이기에 좀 제한이 있다. 하지만 맛있는 족발을 먹을 때는 다소곳하게 앉아서 먹기 때문에 이런 점은 불편하지 않다. 족발을 먹을 때 화장실을 가게 될 경우 족발을 한 점 이상 먹지 못하는 크나큰 불상사가 생긴다. 따라서 남들을 화장실 보내고 그 사이에 족발 한 점을 더 먹도록 하자.
메뉴. 족발 막국수와 빈대떡을 판매하고 있다. 이왕 방문한 거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족발, 막국수와 빈대떡 모두 먹기로 했다. 괜히 하나라도 먹지 않고 나가면 나중에 아쉬움이 들고 마음이 어두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만족감과 배부름을 느끼기 위해 다양한 메뉴를 먹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자. 요새 건강 때문에 술을 잘 안 마시고 있는데 이날은 족발을 먹는 날이니 만큼 특별히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을 마시기로 했다. 하루 정도는 가벼운 일탈을 해도 괜찮지.
밑반찬. 밑반찬은 단촐하게 나오는 편이고, 된장 맛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 무생채는 적당히 잘 익어서 그냥 먹어도 맛있고 족발과 함께 먹어도 맛이 좋았다. 동치미도 함께 나오는데 깜빡 사진을 찍지 못했다. 비록 사진은 없지만 맛을 평하자면 동치미 국물이 정말 시원하다. 족발의 느끼을 잘 잡아주고 청량감을 느끼게 한다. 요새 채소 값이 많이 올라서 채소는 조금씩 자주 리필을 해주는데 고기를 먹을 때는 고기에 집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채소는 딱 먹을 만큼만 먹었다. 짝꿍이 채소를 많이 먹으라고 했지만 족발을 먹을 때는 예외로 해야지.
아름다운 족발의 모습. 일단 다짜고짜 항공 샷부터 찍었다. 고기 사진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찍어도 아름답지만 이런 항공 샷이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족발이 나오니 밑반찬만 있을 때보다 더욱 풍성하고 풍요로운 느낌이 들었다. 항공 샷을 찍는 성스러운 의식을 마쳤으니 이제 신중하고 조심히 족발을 맛보며 천국의 시간을 즐겨야지.
평안도 족발집이 족발은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모두 갖췄다. 족발에서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향신료의 향이 살짝 느껴진다. 이제는 대세가 된 오향족발만큼의 강한 향과 맛이 느껴지진 않지만 식욕을 돋우는 은은한 향과 진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고기는 지방의 비율이 좋아서 전혀 퍽퍽하지 않다. 껍질 부분은 쫄깃하며 기름진 맛이 잘 느껴진다. 족발 한 점에 소맥 한 모금을 마시니 바로 이곳이 천국이자 극락이었다. 그래. 바로 이 맛에 족발을 먹는 거지. 이렇게 맛있는 족발의 맛을 모르는 짝꿍이 안타깝지만 취향은 존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짝꿍 없을 때 많이 먹어야지.
막국수. 흔히 족발 전문점에서는 쟁반국수 또는 비빔국수라는 이름으로 국수를 파는데, 평안도 족발집은 물 막국수를 판매한다. 식초, 겨자와 설탕을 취향껏 넣으라고 말해주는데 어떻게 먹어야 제일 맛있게 먹는 지를 물으니 척척 만들어줬다. 원주, 가평 등 강원도와 경기도 북부에서 먹는 그런 막국수 맛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쟁반국수보다 맛이 훌륭했다. 이 역시 훌륭한 술 안주이기 때문에 더욱 술을 많이 마셨지.
빈대떡. 빈대떡은 족발과 막국수에 비해 평범했다. 막거리를 마실 때는 좋은 안주가 되겠지만 소맥을 마실 때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 족발과 막국수가 워낙 맛있으니 나나 지인 모두 손이 잘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음식을 남기는 죄를 지을 수 없기 때문에 꿋꿋하게 전부 다 먹었지. 요새 대세는 오향족발 스타일이지만 이런 대세에 뒤쳐지지 않는 맛을 가진 평안도 족발집. 전통과 오향족발 사이에 있는 족발을 즐기고 싶다면 꼭 한 번 방문할 것을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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