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이 그리스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해서 이태원을 깔까 합정을 갈까 고민하다가 결국 방배동에 있는 노스티모를 방문했다. 노스티모는 그리스어로 "맛있다." 라는 뜻이다. 노스티모의 셰프는 그리스 이민 3세대인데 할머니가 만들어줬던 그리스 음식을 생각하며 그리스 음식을 정성껏 만든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디 한 번 맛있게 즐겨봐야지.
내부는 좁지도 않고, 넓지도 않다. 덕분에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해가 떠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해가 저무니 아늑한 분위기도 물씬 느껴졌다. 그리스 국기가 펄럭펄럭 휘날리는 것이 인상 깊었다. 예약을 안 해도 방문이 가능하지만, 가급적 예약을 하고 방문하는 것이 편하다. 이 날도 대부분 예약 고객이었다.
메뉴. 상당히 다양한 그리스 음식이 많다. 난 그리스 음식에 대한 조예가 깊지 못한데, 짝꿍은 그리스 음식을 좋아하다 보니 무엇을 먹을까 기대하며 메뉴를 보았다. 메뉴 선택은 짝꿍에게 맡기기로 결정하고 나는 그리스 전통주인 우조만 골랐다.
우조. 우조는 허브를 이용해서 만든 술인데 도수가 강해서 스트레이트로 마시지 않고 얼음과 함께 즐기라고 친절한 설명을 해줬다. 우조를 얼음에 넣으면 색이 변한다. 투명했던 우조가 밀키스 색처럼 바뀌었다. 허브로 만든 술답게 허브 향이 굉장히 강하다. 도수가 높아서 한 번에 쭉 마시지 못하고 향을 즐겼다. 한 잔 마시는 것만으로도 살짝 취기가 올라온다. 소주처럼 마실 술은 절대 아닌 것 같고, 식전에 한 잔 마시기에는 정말 좋은 술이다.
그릭 샐러드. 전통적인 그리스식 샐러드다. 짝꿍이 참 좋아하는 샐러드이기도 하다. 토마토, 페타 치즈, 오이, 양파, 올리브와 오레가노가 들어간 샐러드다. 자칫 심심해질 수도 있는 맛인데 짭짤한 페타 치즈의 맛이 참 돋보인다. 와인과 굉장히 궁합이 좋을 샐러드다. 전 날 짝꿍이 술을 많이 마셔서 숙취에 시달린 것이 조금 아쉬웠다.
무사카. 가지, 감자와 라구를 겹겹이 쌓고 베사멜 소스를 얹은 후 구운 요리다. 얼핏 보면 라자냐와 굉장히 비슷하게 생겼는데 라자냐보다 더 가벼운 맛이다. 무사카는 포슬포슬하면서 볼륨감이 있다. 달콤한 향과 살짝 매운 향이 함께 올라온다. 이제 맛있게 먹을 차례만 남았다.
향은 강했지만 맛은 가볍다. 라자냐의 묵직함을 상상했는데 예상치 못한 한 방을 맞은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가지와 감자 같은 채소를 주재료로 사용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가벼워도 풍미는 떨어지지 않는다. 굉장히 만족스럽게 잘 즐겼다.
수블라키. 내가 고기를 먹고 싶어서 시켰지.히히. 수블라키는 돼지고기를 꼬치에 꿴 후 먹기 좋게 구운 요리를 말한다. 수블라키는 케밥과 매우 흡사하다. 그리스와 터키가 가까이 있다 보니 음식 스타일이 매우 유사하다. 수블라키는 피타빵과 함께 제공 되는데 같이 먹어도 되고 따로 먹어도 된다.
아름다운 수블라키의 모습. 고기를 먹을 때는 고기만 먹어야 하지만 이 날은 특별히 피타빵과 함께 즐겼다. 수블라키는 살짝 느끼한 편이라 함께 제공되는 차지키 소스와 먹으면 느끼한 맛을 없앨 수가 있다. 짝꿍이 배가 부르다고 해서 남은 수블라키는 내가 다 냠냠 먹었다. 그리스 음식을 그리 많이 접하지 못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찾아갔는데 나올 때는 굉장한 만족감을 느끼고 나왔다. 방배동에서 수준 높은 그리스 음식을 즐기고 싶다면 꼭 한 번 가볼 곳으로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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