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짝꿍과 함께 등산을 가는데, 짝꿍이 등산을 가기 전에 밥을 먹고 가자고 한다. 이럴 때는 짝꿍 말을 들어야 손해가 없고 나중에 아쉬움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물어보니 집밥 같은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한다. 이런 말은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 잠시 고민을 하면서 이곳 저곳을 찾아보니 불암산 가는 길에 집밥 같은 음식을 파는 곳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찾아간 둘레길도 식후경.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우리 외에 두 팀이 있었는데 모두 등산복 차림이었다. 다들 등산 가기 전에 밥을 든든히 먹는 것 같다. 뭔가 동질감이 느껴져서 그런지 괜히 식당을 잘 찾아온 것 같고 안심이 들었다. 내부는 좁지만 굉장히 깔끔하게 정돈이 된 느낌이다.
식당 내부를 보니 사장으로 보이는 분께서 혼자 조리와 서빙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리 중에는 주문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우리는 인내심이 대단한 커플이기 때문에 경건한 자세로 어떤 우리의 주문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닭도리탕, 해물부추전, 감자전과 부추전이 적힌 메뉴가 같이 보인다.
청국장, 순두부 찌개, 황태 해장국, 제육덮밥, 닭불고기 덮밥, 오징어 덮밥, 된장찌개. 들깨 손수제비와 감자 손수제비를 판매하고 있다. 나는 청국장을 고르고 짝꿍은 오징어 덮밥을 골랐다. 어릴 때는 청국장 특유의 냄새가 참 싫어서 잘 먹지 않았는데, 요새는 이상하게 그 냄새가 괜히 정겹고 식욕을 돋운다.
반찬. 무생채, 계란말이, 어묵볶음과 열무 김치가 나온다. 전부 맛을 봤는데 굉장히 맛있고 섬세한 정성이 들어갔음을 느낄 수 있다. 오래 묵은 반찬의 경우 군내가 나고 텁텁한 맛이 나기 마련인데 그런 불쾌한 느낌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정말 집에서 먹는 것 같은 느낌의 반찬이다.
짝꿍의 오징어 덮밥. 오징어, 배추, 당근과 파 등이 들어갔다. 오징어를 밥과 비벼 먹지 말고 덮밥처럼 떠서 먹으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짝꿍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수용하는 올바르고 바람직한 아이이기 때문에 그 말을 잘 들으며 먹었다.
나의 청국장. 밥 위에 김을 좀 뿌려주는 섬세함을 보여준다. 이런 소소한 센스가 고객에게 큰 감동을 준다. 청국장의 냄새는 그리 강하지 않지만 청국장임을 알려준다. 두부가 듬뿍 들어가 있어서 먹는 맛이 날 것 같은 비주얼이다.
고기는 없지만 이런 진수성찬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항공 샷이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항공 샷을 찍으니 왜 집밥 같은 밥을 파는 곳으로 유명한지 알 거 같다. 이제 맛있게 먹을 시간만 남았다. 맛있게 먹고 또 든든히 먹어야 등산을 재미나게 할 수 있지.
짝꿍의 오징어 덮밥을 한 입 먹어봤다. 오징어가 통통하니 참 맛있다. 오징어 덮밥의 소스는 많이 맵지 않다. 알싸함과 더불어 살짝 단 맛도 함께 느껴진다. 간이 과하지 않아 끊임 없이 먹을 수 있는 맛인 것 같다. 이렇게 맛있는 오징어 덮밥을 무려 한 입이나 양보한 짝꿍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
청국장을 접시에 덜어 맛을 본다. 음. 굉장히 진하고 맛있다. 하지만 쾌쾌하거나 불쾌한 냄새가 아닌 청국장 특유의 구수한 냄새가 강하게 느껴진다. 밥을 말아 먹어도 좋고, 이렇게 밥과 함께 떠먹어도 좋다. 밥을 적당히 먹으려고 했는데 워낙 맛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밥 한 공기 뚝딱 해치우고 말았다. 그리고 든든하게 먹은 덕분에 등산도 재밌게 했다. 중계동에서 집밥 같은 따스한 느낌이 나는 밥을 먹고 싶다면 한 번 가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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