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포스팅으로 분위기를 전환 했으니 이제 다시 한국 맛집 포스팅을 해야지. 연말이라 그런지 요새 계속 먹을 일이 많아지고 있다. 먹을 일이 많아진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예전만큼 운동을 하지 않아 먹으면 먹을수록 계속 살이 찌고 있다. 흑흑. 이번에 올릴 곳은 경복궁역 근처에 있는 통의관 국빈관이다.
통의관 국빈관에는 중정이 있는데 이 중정이 상당히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예전에는 이런 분위기가 촌스럽다고 느꼈는데, 이제는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이런 분위기가 참 좋다. 평일 점심에 방문을 했는데 조용한 분위기가 몹시 마음에 들었다. 주말에 방문했더라면 경복궁역 관광객들로 인해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겠지. 역시 맛집은 평일에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다.
우린 이렇게 중정을 딱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평일 점심에 이런 곳에 올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 즐길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겨야지. 사실 이런 좋은 분위기를 제대로 즐기려면 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나 지인 모두 술은 마실 수 없는 자리였기 때문에 술 없이 고기를 먹었지. 술 없이 고기를 먹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이런 좋은 분위기를 술 없이 즐기는 것도 몹시 어려운 일이다.
메뉴. 다양한 한우 부위를 판매하고 있고, 식사류로 떡국, 된장찌개, 볶음밥과 해장 라면도 판매하고 있다. 단품 요리로는 육회, 스지 냉채 무침과 더덕 구이도 판매하고 있다. 우리는 다양한 부위를 즐기기 위하여 모둠을 주문했다. 난 고기 중에서 양고기를 가장 좋아하고, 소고기를 가장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메뉴 선택권은 지인에게 넘겼다.
반찬. 의외로 백김치가 가장 맛있었다. 고기 반찬이 나오지 않는 것이 흠이지만, 고기를 먹으러 왔으니 고기 반찬은 없어도 좋다. 이런 반찬을 많이 먹으면 고기를 배불리 먹을 수 없으니 적당히 먹고 어서 고기가 나오길 정갈한 모습으로 기다렸다. 역시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있어도 정갈한 모습을 잘 갖추는 멋진 나.
아름다운 한우의 모습. 소고기는 다른 고기에 비해 지방의 맛이 강하고 쉽게 물려서 나에게 그리 잘 맞지 않는다. 그래서 소고기를 먹을 때면 양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을 때 보다 훨씬 적게 먹는다.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느 고기를 먹더라도 꾸준히 잘 먹어야 하는데. 반성해야겠다.
갈빗살부터 굽도록 한다. 갈빗살과 함께 떡, 파와 꽈리고추를 올려서 굽는다. 이제는 상식이 된 내용으로써 소고기는 너무 과하게 굽는 것은 좋지 않고 적당히 구워 먹는 것이 맛있다. 하지만 이런 상식보다 각자의 취향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익었다 싶으면 그 후에는 각자 타겟을 정하고 구워 먹으면 좋다.
수란과 동치미. 수란을 소스 삼아서 고기에 찍어 먹어도 좋고 그냥 먹어도 좋다고 한다. 난 고기 자체의 풍미를 즐기는 편이기 때문에 수란은 따로 먹기로 했지. 동치미 국물이 상당히 맛있었다. 동치미를 마시면 소화가 잘 된다고 하는데, 난 원래 소화를 잘 하는 편이니 동치미를 먹으면 더욱 소화가 잘 될 거 같고 고기를 더 많이 먹을 수 있을 거 같아서 동치미를 꿀껄꿀꺽 마셨다.
어느덧 아름답게 구워진 고기.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이 또 있을까. 언제 어디서 보더라도 이 아름다운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다.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자주, 오래 보기 위해 더욱 열심히 돈을 벌어야지. 특히 짝꿍은 값 비싼 소고기를 좋아하니, 짝꿍을 위해서도 돈을 더 열심히 벌어야겠다. 역시 짝꿍을 항상 생각하는 듬직한 나.
결국 참지 못하고 하이볼을 딱 한 잔만 마시기로 했다. 술을 마시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 고기 앞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을 했지만 그래도 괜찮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이날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 고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을 것 같다.
잘 구워진 꽈리고추와 함께 사진을 찍고 고기는 고기 따로, 꽈리고추는 꽈리고추 따로 먹었다. 소금을 살짝 찍어 먹으니 소고기 특유의 눅진한 지방 맛이 확연히 느껴진다. 첫 맛은 참으로 좋지만 이내 물리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물릴 때 하이볼을 한 모금 마시니 입 안의 기름기가 싹 사라진다. 역시 하이볼을 주문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다양한 부위의 고기를 구웠는데 다 올리기는 귀찮으니 생략 하기로 한다. 전체적으로 고기의 퀄리티가 굉장히 좋다.
찌개도 주문해서 맛있게 냠냠. 찌개 양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찌개 안에 건더기가 충실하게 들어 있어서 먹는 맛이 났다. 찌개를 한 입 크게 먹으니 나도 모르게 소주 한 병을 외치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제 정신을 차리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하이볼을 마셨지. 역시 고기는 술 없이 먹기가 참 힘들다.
갈비 볶음밥. 아니 왜 사진이 이렇게 흔들렸지. 소주 한 잔도 안 마시고 하이볼 딱 한 잔 마셨는데. 이 사진을 올릴까 말까 잠시 고민을 했지만 이런 사진도 한 번 정도는 올리는 것이 나름의 추억이라 생각해서 올린다.
흔쾌하게 계란을 지인에게 양보하고 난 갈비를 양껏 취했다. 이것이 바로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작전이라 할 수 있지. 후후후. 갈비 볶음밥에는 갈빗살이 상당히 많이 들어 있는데, 갈빗살이 과하게 익지 않고 적당하게 익어 상당히 맛이 좋았다. 고기를 먹을 때 탄수화물 섭취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지만 이날은 좀 과하게 먹었다. 반성해야지. 자, 반성 끝. 다시 이제 고기를 먹어보도록 해야겠다. 경복궁역 근처에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며 맛있는 한우를 먹고 싶다면 한 번 방문할 것을 추천하는 곳이다.
'식도락 - 강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뚝섬] 우아한우(백억하누) - 건강하게 즐기는 차돌전복삼합 (1) | 2024.11.14 |
---|---|
[삼각지] 돌판장 - 돌판에 구워 먹는 맛있는 장어구이 (2) | 2024.11.12 |
[종각] 제주바당 - 신선한 고등어 활어 회 (1) | 2024.10.31 |
[응암] 유진참치 - 가격 좋고 질 좋은 맛있는 참치 (20) | 2024.10.09 |
[역촌] 운남덮밥 - 중국 본토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곳 (2) | 2024.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