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즐겨하고 채소를 멀리하지만 가끔씩 정신이 나간 것처럼 극히 대범하고 위태로운 모험을 할 때가 있다. 이 날이 이런 대범한 모험을 한 날인데 바로 채식 식당을 방문한 것이었다.
오세계향은 인사동에서 나름 이름이 알려진 채식식당이다. 인사동에 있는 곳들 대부분은 일찍 문을 닫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곳은 오후 9시까지 영업을 한다. 인기 없는 채식이라 그런지, 시국이 안 좋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방문했을 때 고객이 한 명도 없었다.
???? 메인 메뉴에 버젓이 이름을 올린 양념 치킨과 후라이드 치킨. 채식주의자도 치킨은 못 버리는구나 생각을 했는데 자세히 읽어보니 콩고기를 이용해서 만든 가짜 치킨이었다. 오 이런 맙소사. 이러면 치킨이라는 성스러운 이름을 붙이면 안 되는 것이다. 이건 치킨에 대한 모욕이자 조롱이다. 잠시 흥분해서 이성을 잃고 날뛸뻔했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음식을 주문하기로 했다.
들깨 칼국수. 느타리버섯, 계란 지단과 깻잎이 들어간 칼국수다. 들깨는 향과 맛이 굉장히 강해서 맛을 일률적으로 만드는 단점이 있지만 언제나 보통 이상의 맛을 뽑을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는 음식이다. 딱 예상했던 것 만큼의 맛이었다.
버섯 탕수. 급식을 먹던 꼬꼬마 학창 시절 탕수육을 대체하기 위하여 나왔을 때 가끔씩 먹어본 기억이 있는 음식이다. 음. 왜 이런 것을 돈 주고 사먹어야 할까.
김치 만두. 김치와 두부 등을 사용해서 빚은 수제 김치 만두라고 한다. 부추 만두 등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만두를 시중에서 많이 접할 수 있다. 만두가 맛이 없을 수가 없지.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음식이었다.
짬뽕.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짬뽕이다. 고추장 맛이 강하게 나고 좀 텁텁하다. 채식 식당 특성상 육수를 사용할 수 없으니 대체품으로 고추장을 사용한 것 같은데 과하게 사용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맛, 퀄리티 대비 비싼 느낌이 있고큰 만족도 느끼지 못 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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