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가 한남동에서 술 한 잔 하자고 한다. 이날 컨디션이 좋지 않고 일도 그다지 바쁘지 않아서 일찍 퇴근하려고 했는데 이런 반가운 연락은 피할 수 없지. 그래서 대충 일 마무리 한 후 룰루랄라 한남동에 있는 한남소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릴 때는 강남역이나 가로수길에서 많이 놀았는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그런 곳을 자주 가지 않고 한남동이나 서래마을 같은 곳을 더 자주 찾는 것 같다.
내부에는 사이키 조명이 설치 되어 있고 빨간색, 보란색의 네온 사인이 인상 깊게 반짝인다. 아, 그런데 예상했던 것과 달리 너무 시끄럽고 고객이 많다. 고객이 많은 것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시끄러운 것은 예상하지 못했네. 이제는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빠르게 나갈까 고민을 했지만 이왕 방문한 거 자리에 앉았다.
벽에는 이렇게 홍콩 영화 포스터와 어쩌고가 잔뜩 붙어있다. 우리가 앉은 자리에 붙어 있는 영화 포스터는 80년대에 개봉한 영웅본색이었다. 영웅본색을 본 적은 없는데 움짤로만 몇 번 봤다. 주변에서 많이 추천하는 영화이기도 하고, 같이 간 동기가 한 번 꼭 보라고 해서 조만간 보도록 해야지.
아, 워낙 어둡고 조명이 찬란해서 사진 찍기가 참 어려웠다. 부엌에 닭이 걸려 있던 것이 인상 깊어서 한 컷 찍었지. 오리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닭이었다. 아마 닭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 초벌을 한 것 같다. 아, 그러고 보니 닭은 아니지만 오리 요리인 베이징 덕 포스팅도 해야 하는데. 밀린 포스팅을 천천히 하다 보면 언젠가 하겠지.
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사진이 잘 나오지 않길래 최대한 잘 찍어보려고 플래시를 켜고 찍었는데 이도 저도 아닌 사진이 나와 버리고 말았다. 마치 일회용 카메라로 찍은 것 같은 색감이네. 그냥 한남소관에서 뭘 먹었는지 기록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포스팅으로 생각을 해야겠다.
제너럴 쏘 치킨. 미국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치킨의 한 종류다. 미국에서 먹든 것과는 다른 맛이고 오히려 깐풍기에 가까운 느낌이 든다. 깐풍기를 무척 좋아하는 나에게는 참 반가운 맛이지. 엄청 맛이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중상 이상의 수준을 갖춘 맛이다. 닭고리를 일주일에 한 번만 먹기로 다짐을 했었는데 이때는 어쩔 수 없이 두 번 먹은 것 같다.
XO 가리비 찜. 가리비에 XO 소스를 넣고 찐 요리다. 최소 두 개부터 주문이 가능하다고 해서 동기와 사이 좋게 하나씩 먹었다. XO 소스가 들어가서 풍부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가격이 개당 7,000원인데 조금 가격이 높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가리비를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먹지 않아도 된다.
피단 연두부 냉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잔뜩 들어간 가벼운 요리다. 연두부도 맛있고 피단도 맛있고 고수도 맛있고 오이도 맛있고 소스도 맛있다. 피단의 눅진한 맛이 잘 살아 있어서 만족스럽게 잘 즐겼다. 중국집 가서 피단이랑 백주 한 잔 마시고 싶구나. 조만간 동기들과 함께 백주를 즐겨야지.
공심채 볶음. 흔히 모닝글로리라고 말하는 채소다. 동남아에 가면 흔히 먹을 수 있는 요리이기도 하다. 굴소스를 이용해서 가볍게 볶은 요리인데 부담 없이 잘 즐길 수 있는 맛이었다. 공심채는 청경채, 고수와 더불어 내가 잘 먹는 녹색 채소 중 하나이다. 아, 그러고 보니 청경채 잔뜩 들어간 동파육이 또 먹고 싶구나. 한남동의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다는 한남소관.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지라서 다시 방문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활기차고 이색적인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방문해도 좋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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