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 - 강북

[삼청] 개성철렵 - 이북 개성 전통 요리 전문점

담구 2023. 12. 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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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어머니를 모시고 식사를 하러 나가기로 했다. 어머니께 뭐가 드시고 싶은지 여쭤보니 건강한 맛을 듬뿍 느낄 수 있는 것이 끌린다고 하신다. 그래서 무엇을 즐길까 어머니랑 같이 찾아보니 삼청동에서 극한의 건강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었다. 북한 개성 전통 음식을 파는 곳이라고 하는데, 이런 별미는 한 번 먹어볼 가치가 있지. 그래서 어머니 손을 잡고 룰루랄라 삼청동으로 갔다.

 

매장 내부 모습. 뭔가 정갈한 한식당의 모습을 생각했는데 테이블은 조금 의외의 모습이었다. 원형 테이블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데 의자가 구리다. 이런 의자는 좀 바꾸는 것이 매장 격식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되겠다. 홀 말고도 프라이빗하게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룸도 준비 되어 있는데 룸은 전부 예약이 되어 있었다. 어머니가 앉고 싶어 하시는 자리에 앉은 후 신중하게 메뉴를 정독했다.

 

메뉴. 개성철렵의 시그니처 메뉴는 개성철렵국이라고 한다. 그 밖에 쏘가리 매운탕, 도미회 코스, 청포묵 뮘과 제육 전유어 등도 잘 나간다고 한다. 나와 어머니는 개성철렵국, 용수산 청포 묵 무침, 제육전유어와 고수 무침을 주문했다. 이왕 방문한 거 많이 먹으면 좋지. 호호호. 핑계 없는 무덤 없다더니 이렇게 핑계를 잘 만들어낸다. 역시 문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멋진 나.

 

반찬. 장조림, 숙주 나물과 김치가 나온다. 음, 의자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반찬 그릇도 조금 개선이 필요하다. 고급 또는 정통 한정식을 표방하는 곳에서는 사용하기 좋지 않은 그릇이다. 이렇게 삼분할로 되어 있는 그릇을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고 작은 그릇에 나눠 담는 것이 더 예뻐 보일 것이다. 다만 담음새와는 별개로 각각의 맛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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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육 전유어. 전유어는 밀가루를 묻혀서 지진 음식을 말한다. 고명은 고기나 생선 등 다양한 것들이 올라간다. 보통 전유어는 돼지 고기보다 소고기를 많이 사용하는데 개성철렵은 특이하게 돼지 삼겹 부위를 사용했다. 양은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데 전채로 먹기에는 충분하다.

 

고수 무침. 고수는 내가 참 좋아하는 녹색 채소 중의 하나지. 고수와 제육 전유어를 함께 주문해서 그런지 어떻게 먹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잘 설명을 해준다. 이런 소소한 친절함은 고객을 감동시키지. 제육 전유어 위에 고수 무침을 올려서 먹으면 맛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먹어봐야지.

 

제육 전유어 위에 고수 무침을 올려서 맛있게 냠냠. 제육 전유어는 간이 거의 안 되어 있다. 거의가 아니라 아예 안 한 것 같은 맛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음식을 강조하는데 딱 그런 맛이 난다. 삼겹 부위의 기름짐이 잘 느껴지고 전의 담백함이 잘 느껴진다. 이렇게만 먹었으면 자칫 심심할 수 있는 맛이었는데 고수 무침과 함께 먹으니 맛이 살아난다. 아아, 역시 고수 무침을 주문한 것이 정답이었다.

 

개성철렵국. 양지, 닭고기와 생선으로 육수를 만들고 양지, 닭고기와 민물 새우를 가득 넣어 만든 요리다. 비주얼을 보면 국이 아니라 탕에 가깝다. 한 번 끓여서 나오기 때문에 자리에서 오래 끓일 필요 없이 조금만 끓이면 되는 장점이 있다. 육수 색이 상당히 진한데 맛이 기대 되었다.

 

용수산 청포 묵. 아, 진짜 건강한 맛이다. 다른 표현을 쓸 수가 없을 정도로 건강한 맛이다. 양념을 최소로 하고 각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렸는데 이게 내 입에는 건강한 맛으로 느껴진다. 아무래도 내가 느끼한 음식을 좋아하다 보니 이렇게 슴슴한 맛이 나는 음식은 건강하다고 밖에 못 느끼는 것 같다.

 

팔팔 끓인 후 맛있게 먹으면 된다. 가볍게 한 번 끓여 나오기 때문에 금방 끓는다. 개성철렵국에 민물 새우가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시원한 향이 입 맛을 자극했다. 내가 좋아하는 고기가 두 종류가 들어 있는 것도 몹시 마음에 들었다. 역시 고기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먹어도 참 맛이 좋은 법이지. 구워 먹는 고기가 제일 맛있는 법이지만 이렇게 물에 빠진 고기도 맛있는 법이다.

 

먹을 만큼 앞 접시에 덜어서 맛있게 냠냠. 아, 참으로 건강해지는 맛이다. 이거 진짜 아무런 양념을 하지 않고 각 재료 본연의 맛만 강조한 맛이다. 좋게 말하면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건강한 맛이고, 나쁘게 말하면 큰 특징이나 개성을 느낄 수 없는 심심한 맛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있기 때문에 어느 맛이 좋다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나에게는 즐기기 어려운 맛이었다. 하지만 건강식을 먹는다는 기분으로 어머니와 함께 즐거운 데이트를 즐기며 잘 먹었다. 삼청동에서 건강한 맛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요리를 즐기고 싶다면 한 번 가볼 것을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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