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 - 강남

[신논현] 옥토스 - 화려하게 나를 감싸는 문어 코스

담구 2023. 10. 1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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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고 맛도 좋은 문어를 먹기 위해 신논현역으로 신나게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도 그런 면이 좀 있긴 하지만, 20대 때는 기름지고 느끼한 음식만 찾아 서성이곤 그랬는데 이제는 몸에 좋은 보양식을 눈에 불을 켜고 찾는다. 이런 변화가 20대와 30대의 가장 큰 차이인 것 같다. 40대가 되기까진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았으니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건강한 40대를 위하여 보양식을 잔뜩 먹고 철저히 대비해보도록 하자.

 

옥토스는 문어와 박사를 조합한 말이라고 한다. 어? 이거 완전 스파이더맨의 닥터 옥토퍼스. 닥터 옥토퍼스는 상표권 분쟁의 소지가 있어서 안전하게 옥토스라는 상호명을 만든 것 같다. 디즈니와 싸우면 좋을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참으로 탁월하고 현명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내부 모습. 상당히 깔끔하고 아늑하고 모던한 느낌이 든다. 내부는 좁지만 편안해서 식사를 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좌석이 얼마 없어서 그런지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제법 인기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최소 1주일 전에 예약을 하는 것이 스트레스도 안 받고 여러모로 편하다.

 

메뉴. 문어탕, 문어 숙회와 튀김이 나오는 세트가 있고 전복소라, 딱새우와 먹물 라면 등 단품 메뉴가 있다. 주류는 화요 시리즈를 비롯해서 일품진로, 한라산, 소주, 맥주와 콜라 사이다 등을 구비하고 있다. 대부분 세트를 먹은 후 양이 부족하면 단품 메뉴나 추가 메뉴를 추문을 한다고 해서 세트로 주문했다. 세트가 구성이 좋기도 하고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편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주저 없이 골랐다. 언제나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주문을 하는 멋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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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탕. 생문어를 한 번 보여준 후 바로 탕에 넣는다. 문어 사이즈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크다.  나의 건강을 위해 희생한 문어에게 심심한 위로를 바친다. 문어를 가볍게 한 번 데친 후 썰어서 다시 넣는다. 문어 다리는 일부 가져간 후 튀김으로 제공한다.

 

잘 익고 있는 아름다운 문어의 모습. 탕이 굉장히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다. 이 시원하고 담백한 맛 때문에 술을 찾게 된다. 이 시원한 맛에 반해 정신을 놓고 술을 마실 경우 쉽게 인사불성이 되기 때문에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건강을 생각하며 적절히 조절해서 마시는 대견한 나.

 

문어 숙회. 적당하게 탄력 있고 부드럽게 잘 삶았다. 오래 삶을 경우 무척 질겨져서 먹기 불편하다. 난 문어 숙회를 먹을 때 초장을 사용하지 않고 소금만 살짝 콕 찍어서 먹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씹으면 씹을수록 문어의 고소하면서도 단 맛이 느껴진다.

 

문어 튀김. 이날의 베스트였던 음식이 바로 문어 튀김이다. 살짝 데친 문어 다리를 적절히 튀겨서 제공한다. 문어 다리만 플레이팅 하면 뭔가 심심한 느낌이 들어 튀긴 수삼과 말린 깻잎을 채 썰어서 함께 제공한다.

 

문어탕을 먹을 때 나오지 않던 감탄사가 나온다. 문어 튀김, 수삼과 깻잎을 함께 먹으니 극락이다. 수삼은 전혀 쓰지 않고 은은한 단 맛이 느껴진다. 깻잎은 내가 워낙 좋아하는 식재료라서 더 없이 좋다. 진짜 정신 놓고 술을 마실 뻔했는데 겨우 겨우 잘 참았다.

 

먹물 라면. 먹물이 들어있는 주머니를 콕 터뜨린 후 라면, 스프와 파를 넣고 끓이는 간단한 요리다. 하지만 이 간단한 요리가 맛은 참으로 좋다. 탄수화물은 지양하면서 최소로 섭취하고 있지만 이런 날에 이런 음식을 먹지 않으면 괜히 섭섭하다. 나중에 다시 생각할 때 아쉬움에 마음이 어두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눈 딱 감고 먹물 라면을 즐기기로 했다.

 

흐엉. 맛있다. 정말 맛있다. 난 라면은 짜파게티나 간짬뽕 같은 볶음라면만 먹는데 이런 라면은 정말 반칙이자 신의 한 수라고 할 수 있다. 먹물 육수를 잘 머금은 라면은 진짜 최강의 진미였다. 이러니 탄수화물 중독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어딘가에서 탄수화물 중독에 힘들어 하는 사람을 위해 내 한 몸 희생해서 탄수화물 일부를 없애는 공을 세웠다. 타인을 위한 배려심이 많고 자애심이 가득한 멋진 나의 모습. 문어탕부터 시작해서 먹물 라면까지 전부 만족스러웠다. 화려하게 빛나는 다양한 문어 요리를 먹고 싶다면 꼭 한 번 옥토스에 방문할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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