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 - 호남

[나주] 하얀집 - 나주곰탕의 정석을 맛볼 수 있는 곳

담구 2023. 7. 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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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지방 먹거리 포스팅을 주로 할 예정이다. 아직 서울, 경기권 먹거리 포스팅이 많이 남았지만 지방 포스팅이 이상하게 더 재미있단 말이지. 지방 출장을 가면 상당히 힘들고 고될 때가 많은데 여행으로 갈 때는 참 흥겨운 것이 사실이다. 첫 포스팅은 나주에서 곰탕으로 유명한 하얀집이다. 1910년부터 영업을 하고 있는 곳으로 굉장히 역사가 깊다.

 

점심 시간이 지나서 방문을 했는데 내부에는 굉장히 많은 고객들이 있었다. 대부분 나와 같은 관광객인 것 같았다. 내부는 상당히 깔끔한 느낌이다. 오래된 곳이라서 뭔가 초라할 것 같다고 생각을 했는데, 나의 이런 생각은 기분 좋게 깨지고 말았다. 음식 맛도 중요하지만 청결함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한쪽에서는 이렇게 끊임 없이 수육을 삶고 곰탕을 끓이고 있다. 딱 봐도 어마어마한 양인데 이 많은 양이 금방 떨어지는 곳이 하얀집이다. 밀려 오는 주문을 기계적으로 받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느낌을 받았다. 나도 이러한 모습을 본받아 프로페셔널하게 음식을 먹도록 해야지.

 

메뉴. 세상에, 맙소사. 아직도 소주가 3천원이라니.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은 소주가 언제 3천원이었는지 기억도 안 나네. 메뉴는 굉장히 간소화 되어 있다. 곰탕, 수육 곰탕과 수육이 전부이다. 수육을 주문하면 국을 하나 제공한다고 해서 곰탕, 수육과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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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와 김치. 와, 깍두기와 김치가 정말 맛있다. 아마 올해 먹어본 김치 중에서 가장 맛있었던 것 같다. 특히 잘 익은 김치는 이 한 접시로도 소주 한 병은 가볍게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맛이 뛰어났다. 곰탕, 설렁탕은 이미 전국적으로 맛이 상향 평준화 되었기 때문에 김치와 깍두기로 승부를 보는 곳이 많다. 나주집의 김치와 깍두기는 아마 전국에서도 손 꼽히는 맛이 아닐까 싶다.

 

거하게 차려진 상차림. 가운데에 있는 것이 수육, 오른쪽에 있는 것이 곰탕이고 왼쪽에 있는 것이 국물이다. 특이하게 수육에 찍어 먹을 초장을 함께 준다. 나에게 초장과 수육은 굉장히 이색적인 조합이 아닐 수 없는데, 호남 지방에서는 순대나 수육을 이렇게 초장에 찍어 먹는다고 한다.

 

아무래도 초장은 나에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소금을 살짝 찍어 맛을 봤다. 부드럽게 잘 삶은 수육이 참 맛있다. 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아 더욱 깊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수육 한 점에 소주 한 잔 마시면 딱 좋지만 과한 음주는 좋지 않기 때문에 소주 1/3잔과 함께 수육 한 점을 즐겼다.

 

곰탕. 맑은 국물이 인상적이다. 수육 곰탕이 아니어서 그런지 고기는 많이 들어 있지 않았다. 곰탕의 밥은 따로 나오지 않고 토렴을 해서 나온다. 고춧가루는 뿌리지 않아도 괜찮았을 것 같은 비주얼이다. 이제 맛있게 먹어 봐야지.

 

국물은 굉장히 맑지만 맛은 진하고 깊다. 진하게 깔끔한 맛이 저절로 소주를 마시게 한다. 소주를 마시고 곰탕을 먹으니 바로 해장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살짝 뿌려진 고춧가루의 칼칼한 맛이 심심할 수도 있을 곰탕에 재미를 준다. 역시 괜히 고춧가루를 뿌린 것이 아니었구나. 수육과 곰탕을 주문하면 두 명이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오랜만에 수준 높고 정석적인 곰탕을 즐긴 나주 하얀집. 나주에 간다면 꼭 한 번 방문할 것을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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