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식을 참 좋아하는 편이다. 중식은 하나의 재료로 다양한 맛을 내고, 무엇보다 고기 요리가 많기 때문이다. 지인 녀석이 한남동에 격조 높은 중식당이 있으니 한 번 가보자고 한다. 이런 기분 좋은 호의를 받았으면 바로 승락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지. 그래서 퇴근을 좀 일찍 하고 한남동에 위치한 쥬에로 향했다.
쥬에는 작위를 뜻하는 "작"의 중국어 발음 표기라고 한다. 흔히 오등작이이라고 말하는 공작, 백작 등에 붙는 "작"을 말한다. 상호는 사실 크게 관심 없었고, 요리의 수준이 궁금했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자작 코스. 자작은 오등작 중 네 번째 지위를 말한다. 자작 코스에는 광동식 바비큐 전채, 홍콩 딤섬 3종, 게살 전가복, 북경오리, 싱가폴 바닷가재, 오늘의 식사와 특선 후식이 제공되는 코스다. 다른 곳에 비해 가격대가 좀 나가는 편이다.
광동식 바비큐 전채. 삼겹살로 보이는 부위를 사용해서 전채를 만들었다. 껍질은 타기 직전까지 조리해서 엄청난 바삭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에 비해 내부 속살은 굉장히 부드럽고 촉촉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수준 높은 요리에는 내가 좋아하는 노주노교와 함께 즐기면 그 맛을 더욱 깊게 느낄 수 있다.
딤섬 3종. 중국, 미국이나 동남아 등지에서 딤섬을 상당히 많이 먹어봤다고 자부하는데. 이렇게 전복을 통으로 올려 만든 딤섬은 처음 봤다. 역시 식도락의 길은 끝이 없구나 딤섬은 속 재료가 얼마나 고급스러운 것이 들어 가는 지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쥬에의 딤섬은 그 수준이 굉장히 높았다.
창펀. 창펀도 딤섬의 한 종류라 볼 수 있다. 창펀은 쌀 가루를 사용해서 만든 피로 속 재료를 감싸는 것을 말한다. 쌀 가루를 사용했기 때문에 쌀 가루 특유의 쫄깃함을 잘 느낄 수 있다. 새우를 넣어 만든 창펀은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게살 전가복. 게맛살이 아닌 진짜 게를 사용해서 만든 전가복이다. 전가복은 팔보채와 비슷한 요리라고 볼 수 있는데, 팔보채에 비해 좀 더 고급스러운 재료가 들어간다. 게살이 풍부하게 들어가서 그 풍미를 양껏 느낄 수 있었다.
북경 오리. 흔히 베이징 덕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요리다. 북경 오리의 진수는 껍질이라 말할 수 있는데, 껍질을 바삭하게 만드는 것이 포인트다. 오리 살에 비해 껍질이 더욱 주목을 받는다. 조금 탄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굉장히 바삭하게 구워졌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북경 오리는 직원이 직접 서빙을 하고 해체를 해준다.
북경 오리는 껍질을 바삭하게 굽기 때문에 수준이 낮은 곳에 가면 껍질은 바삭하지만 속살의 수분은 다 빠져서 퍽퍽하고 불쾌한 식감을 느끼게 된다. 쥬에의 북경 오리는 껍질이 굉장히 바삭하고 속살은 육즙을 잘 머금고 있었다. 이런 북경 오리에 백주 한 잔 들이키면 그곳이 바로 천국이다.
싱가폴 바닷가재. 바다갓재를 튀긴 후 양념 소스에 빠르게 볶아 제공을 한다. 두반장 맛이 살짝 느껴지는 소스가 개성이 강하지 않아 바닷가재의 맛을 해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바닷가재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맛있게 잘 먹었다.
식사로 나온 복음밥. 일반적인 중국집의 볶음밥은 전국적으로 하향 평준화가 되어 이게 볶음밥인지 기름밥인지 구분이 안 가는 경우가 있는데, 쥬에의 볶음밥은 굉장히 잘 볶았다. 기름을 사용해서 볶았지만 전혀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면서 고소한 맛이 났다.
후식으로 마무리. 가격대가 조금 높긴 하지만 그 가격에 걸맞는 격조 높은 중식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쥬에. 한남동에서 수준 높은 중식 요리를 먹고 싶다면 꼭 한 번 가볼 것을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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