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5년 만에 대학교 선배와 동기를 만났다. 예전에는 1년에 한 번은 꼭 만나곤 했는데 다들 나이가 먹어서 개인 일로 바빠지고 그 와중에 코로나까지 터지니 만날 틈이 없었다. 이러다 평생 못 만나게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생겨서 우리 중에 확진자가 나오지 않으면 꼭 보기로 했다. 무엇을 먹을까 열심히 고민을 하다가 합정역에서 돼지 곱창을 판매하는 구공탄 곱창을 가기로 했다.
퇴근을 좀 일찍 하고 6시쯤 도착했는데 상당히 많은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예약을 하고 가서 안쪽 자리에 앉았는데 안쪽이나 바깥쪽이나 시끄러운 것은 똑같았다. 예전에는 왁자지껄한 장소를 좋아했는데 이제는 조용하고 차분한 자리가 더 좋다. 이게 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바뀌는 것 같다.
메뉴. 막창, 곱창, 갈매기, 꼼장어, 오돌갈비와 사이드 메뉴로 탄수화물을 판매하고 있다. 무엇을 먹을까 잠시 흥분하며 메뉴를 봤지만 이내 냉정을 되찾고 막창과 곱창을 주문했다. 양념 곱창만 있기 때문에 막창은 소금으로 주문했다. 언제나 차분해질 수 있는 멋진 평정심을 갖춘 나.
밑반찬. 밑반찬은 특별한 것이 없다. 매운 곱창의 맛을 차분하게 중화시킬 콩나물국이 나오는 것은 그나마 위안이다. 곱창과 막창은 완전 조리가 되어 나오기 때문에 10-15분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그 시간 동안 셀프 바를 이용해서 계란 후라이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움직이기 귀찮기도 해서 그냥 차분하게 빨리 곱창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름다운 곱창과 막창의 모습. 내가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기 때문에 덜 맵게 먹기 위해 치즈는 따로 추가를 했다. 부추, 떡, 계란 후라이는 기본으로 제공된다. 곱창 색이 무서울 정도로 진한 색을 보인다. 치즈 추가하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추에는 마늘 가루를 소량 뿌렸다. 곱창과 치즈는 전부 조리가 되어 나오지만 온기를 보존하기 위해 숯이 2개 정도 들어있다. 곱창도 참 아름답고 치즈도 역시 아름답구나. 자고로 느끼한 음식은 정말 아름다운 법이다.
양념 곱창. 양념이 내 입에 굉장히 맵게 느껴졌다. 하지만 뒷맛이 지저분하지 않고 깔끔하게 맵고 잡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맛이다. 돼지 내장은 소 내장에 비해 잡내가 심한데 이 잡내를 굉장히 잘 잡아서 먹기에 부담이 없다. 오랜만에 수준 높은 돼지 곱창을 잘 즐겼다.
돼지 막창. 곱창이 양념이 되어 나오기 때문에 막창은 담백한 소금 구이로 주문을 했다. 참으로 올바르고 현명한 선택이 아닐 수 없었다. 곱창의 매운 맛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역치값에 다다를 때 막창을 먹으면 매운 맛이 중화된다.고소함과 담백함 그리고 막창 특유의 느끼함까지 삼박자가 잘 어우러진 만족스러운 막창이었다. 곱창과 막창을 맛있게 먹었지만 주변의 소음이 선배, 동기와 대화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래서 한국인의 전통 후식이라고 할 수 있는 볶음밥은 주문하지 않고 곱창만 먹고 바로 나왔다. 합정역에서 맛있고 깔끔한 돼지 곱창과 막창을 즐기고 싶다면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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