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과 충무집에 가서 멍게비빔밥과 탕을 먹으려고 했으나, 급하게 마음을 바꿔 서울고기집으로 허겁지겁 발걸음을 옮겼다. 충무집이 맛이 좋긴 하지만 번잡하기도 하고 응대가 그리 좋지 않아서 썩 마음에 드는 곳은 아니다. 짝꿍도 충무집에 들어간 후 이런 것을 느끼고 그냥 나오자고 했다. 결과론적으론 굉장히 좋은 선택을 한 것이니 아쉬움은 전혀 없다. 서울고기집에 웨이팅이 있을까 살짝 걱정을 했는데 다행스럽게 만석이 아니어서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분주한 서울고기집의 모습. 특이하게 내부 테이블을 전선 감을 때 쓰는 나무 드럼으로 만들었다. 요새 목재 값이 상당히 비싸졌는데 이런 테이블을 보니 목재 값 생각부터 났다. '쉴 때는 쉬어야 하는데' 라고 잠시 자책을 했지만 밑반찬과 고기가 나오자마자 나의 이런 잡념은 빠르고 깔끔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역시 먹는 것 앞에서는 장사 없는 법이다.
메뉴. 서울고기집의 시그니처 메뉴는 돼지 모둠이다. 목살, 오겹살과 가브리살이 함께 나오는 구성이다. 우린 모둠을 먹을까 하다가 양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목살을 2인분 주문했다. 하지만 나중에 먹은 양을 보니 그냥 돼지 모둠을 먹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항상 술자리에선 과식을 하는 것이 문제다.
밑반찬. 김치, 보쌈김치, 파절이, 계란찜, 상추와 더불어 고기와 함께 구울 녹색 채소인 미나리가 나온다. 계란찜 간이 잘 맞아서 상당히 맛있게 먹었다. 예전에는 고기 구울 때 김치, 양파와 마늘을 제외한 다른 것들을 굽는 것에 굉장한 반감을 보였는데 이제는 묵묵히 잘 먹는다.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멋진 나.
아름다운 목살의 모습. 지금 봐도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 없는 목살이다. 요새 유행하는 것처럼 윗부분을 도려내지 않고 단정하게 나온다. 그래, 사람이 어떻게 단백질만 먹고 사냐. 가끔은 이렇게 지방이 풍부한 부위도 먹고 탄수화물도 먹고 사는 거지. 평소에 있는 힘껏 식단 관리하고 먹을 땐 먹는 것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 법이다.
구워지는 과정은 과감히 생략하고 거의 다 구워지는 모습을 올리도록 한다. 서울고기집은 사장 및 직원들이 직접 고기를 구워준다. 그래서 고기가 구워지는 동안 밑반찬을 안주 삼아 하하호호 즐겁게 술잔을 들면 된다. 오랜만에 짝꿍과 소주를 마시니 참 기분이 좋고 금방 취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짝꿍보다 덜 취한 멋진 나.
잘 구워진 목살 윗부분은 이렇게 새송이 버섯과 미나리와 함께 그릇에 준다. 그냥 먹는 것이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지만 이날은 고기 한 점을 먹더라도 영양 균형을 위해 상추에 싸서 먹기로 굳게 결심을 했다.
나와의 약속을 잘 지키는 멋진 나. 기름지면서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미나리가 없었으면 자칫 느끼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미나리가 이 여분의 느끼함을 잘 잡아준다. 미나리와 고기의 궁합은 상당히 좋다. 특히 삼겹살 같은 기름진 부위와 먹을 때는 더욱 조화롭게 잘 즐길 수 있다. 보쌈 김치 위에 목살, 마늘과 파절이를 올려서도 냠냠. 보쌈 김치는 처음에 한 장 씩 구운 후 이렇게 고기와 함께 제공한다. 구운 보쌈 김치의 달달한 맛이 목살과 잘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잘 어울려서 제법 놀랐다. 쌈장의 짠 맛과 보쌈 김치의 단 맛이 더욱 조화롭다. 이것이 바로 단짠단짠의 위력인가.
잘 익은 아름다운 목살의 모습. 지금 봐도 참 군침이 도는구나. 조만간 또 방문을 꼭 해야겠다. 이날 짝꿍과 오랜만에 즐겁게 술을 마셔서 그런지 고기 사진을 많이 찍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래도 고기 사진보다 좋은 짝꿍과의 시간을 가졌으니 많이 아쉽지는 않다.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고 취했으면 디저트로는 꼭 볶음밥을 먹어야지. 이럴 때 한 번은 이렇게 기름진 볶음밥을 먹는 것도 괜찮다고 애써 생각하도록 하자. 돼지 기름에 볶은 볶음밥은 맛없게 만들기가 더욱 어렵다. 남은 고기와 볶음밥을 상추에 싸서 소주 한 잔 마시고 빠르게 먹으면 여기가 바로 천국이다.
볶음밥과 함께 먹은 된장찌개. 가격에 비해 사이즈가 작아서 살짝 실망하려고 했는데 맛을 보니 굉장히 진하고 구수하고 건더기도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이내 만족을 표하며 먹었다.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이날 참 많이 먹긴 먹었구나. 그래도 아직까진 체중 관리가 잘 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을지로 입구에서 수준 높은 목살과 된장찌개를 즐기고 싶다면 한 번 방문해볼 것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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