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성인이 되면서 입맛이 바뀐 편이다. 어릴 때는 느끼하고 기름진 것들과 서양 음식을 좋아했는데, 이제는 완전 토종 한국인이 된 것처럼 국밥이나 고기류 등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짝꿍은 외국에서 오래 지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보단 서양식 요리를 좋아한다. 짝꿍이 나에게 잘 맞춰주는 편인데 가끔은 정갈한 서양식 요리를 먹고 싶어한다. 그럴 땐 지체 없이 짝꿍이 원하는 것을 먹으러 가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남자친구의 덕목이기 때문이다. 짝꿍이 갈로팡을 가고 싶다고 해서 캐치테이블로 3주 전에 예약한 후 잘 다녀올 수 있었다.
우리가 앉은 자리에서는 바로 북촌이 보였다. 요리가 나올 때 북촌을 바라보며 짝꿍과 하하호호 수다를 떨었다. 갈로팡은 내부가 넓은데 좌석이 정말 적다. 이런 적은 좌석 수가 많은 인기와 결합이 되어 더욱 예약을 하기 힘들어지게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좌석 수가 적으니 주변 테이블 눈치 안 보고 편하게 말을 할 수 있는 점은 굉장히 만족감이 느꼈다. 내부 사진은 양해를 구하고 고객이 빠져 나갔을 때 한 컷 찍었다.
메뉴. 런치는 커피를 제외하면 6코스로 제공하고, 디너는 커피를 제외하면 10코스로 제공되며 런치는 5만원, 디너는 10만원의 구성이다. 계절에 따라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여 메뉴의 구성이 바뀐다. 런치, 디너 할 거 없이 인기가 많아서 캐치테이블로 상황을 주시하다가 빠르게 좌석을 잡아야 한다. 이번에는 런치를 예약했지만 다음에는 디너를 예약해서 가봐야겠다.
브리오슈와 잠봉. 브리오슈는 버터, 설탕과 계란을 이용해서 만든 프랑스 빵이다. 패스트푸드점, 수제버거집에서 사용하는 고급 번인 브로오슈 번으로 인해서 인지도가 높아진 빵이다. 브리오슈와 함께 크림 치즈가 제공된다. 크림 치즈는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음과 동시에 은은하게 단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빵에 발라 먹어도 좋고 그냥 먹어도 맛있었다. 맛의 변화를 주고 싶을 때 함께 나오는 잠봉을 먹으면 짭짤한 맛이 식욕을 돋움과 동시에 빵을 더욱 맛있게 먹게 해준다.
브리오슈와 잠봉을 먹은 후 나온 식전 빵. 식전 빵은 사워도우 브레드가 나온다. 적당히 부드럽고 적당히 쫄깃한 수준 높은 사워도우 브레드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사워도우 브레드를 먹지 않았는데 이젠 이런 적당히 담백한 맛이 나는 빵이 좋다. 진짜 아재가 되어 가나보다. 흑흑흑. 아, 나의 젊음이여.
로메인 시저 샐러드. 로메인, 치즈와 시저 드레싱이 나온다. 로메인을 찢고 치즈를 잘게 부순 후 시저 드레싱에 찍어 먹으면 된다. 시제 드레싱의 맛이 상당히 진하다. 난 샐러드 드레싱 중에서 시저 드레싱을 가장 좋아하는데 내가 딱 좋아하는 그런 진함과 맛이었다. 로메인은 굉장히 신선했고 잘 구운 치즈는 로메인과 굉장히 잘 어울렸다.
초리조와 주꾸미. 병아리 콩으로 무스를 만들었는데 후무스와 약간 다르다. 후무스처럼 점도가 강하지 않고 부드러웠고 전체적으로 신 맛이 강했다. 질기지 않게 잘 조리한 주꾸미는 맛이 심심한 편이었는데 이 무스와 함께 먹으니 상당히 맛있었다. 또한 초리조의 짭잘하면서 살짝 매콤한 맛이 이질적이지 않게 잘 조화를 이뤘다.
양갈비 스테이크. 역시 고기 사진은 언제 봐도 참으로 나를 기분 좋게 한다. 잘 조리한 양갈비 스테이크와 함께 매시드 포테이토가 함께 나온다. 양갈비는 셰프가 직접 자리에 와서 소스를 뿌려주는데 이 소스의 맛이 양갈비와 굉장히 잘 어울렸다. 감칠맛과 살짝 신 맛이 나는 소스인데 양갈비를 물리지 않게 끊임 없이 먹게 해주는 대단히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맛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함께 나온 매시드 포테이토를 양갈비와 같이 먹으면 좋다. 고기를 좋아하는 나라서 그런지 가장 만족스럽게 즐긴 요리였다.
딸기와 아이스크림. 초콜릿, 딸기와 아이스크림의 구성이다.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 아이스크림과 적당히 떠먹어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딸기는 언제 먹어도 맛이 좋지. 이제 제철이 살짝 지나긴 했지만 그래도 맛이 좋았다. 양갈비의 느끼함을 잘 없애준 딸기와 아이스크림이었다.
커피와 후식. 커피, 홍차와 루이보스 티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데 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골랐다. 후식은 내가 잘 먹지 못하는 것들이 나와서 짝꿍에게 양보를 했다. 작은 마들렌과 초콜릿이 나오는데 마들렌은 짝꿍 입에 굉장히 잘 맞았다고 하고, 초콜릿은 무척 달았다고 한다. 짝꿍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셨는데 이 아메리카노가 없었으면 초콜릿을 다 먹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북촌 최고의 프렌치 다이닝이라는 명성이 헛되지 않은 갈로팡. 예약하기가 극히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격 이상의 맛과 가치를 보여주는 곳이다. 북촌에서 수준 높은 프렌치 다이닝을 즐기고 싶다면 가장 먼저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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