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 - 강북

[마들] 오빠곱창 - 수준 높은 순대곱창 맛집

담구 2023. 12. 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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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대학 동기를 만나는 날이었다. 군대 가기 전까진 항상 붙어 다니며 하하호호 즐겁게 술자리와 먹부림을 함께 하는 학우였다. 지금은 그때만큼 술을 마시지 못하고 음식도 많이 먹지 못하지만, 만나면 여전히 즐겁고 재미있지. 무엇을 먹을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학우가 사는 곳 근처에 있는 곳에서 야채곱창을 먹기로 했다. 난 소, 돼지 가릴 것 없이 내장을 굉장히 좋아한다. 소에 비해 돼지가 누린내가 심하고 관리가 어렵긴 하지만 관리가 잘 된 돼지 곱창은 소 곱창 못지 않은 맛이 난다.

 

오빠곱창의 내부는 그리 넓지 않다. 테이블은 4개 정도 있었고, 날이 좋을 때는 야외에 자리를 마련한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할 때는 몹시 추운 날이었기 때문에 야외에 앉을 생각은 하지 않고 얌전히 내부에 자리를 잡았다. 피가 끓던 20대 시절에는 강추위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야외에 앉았겠지만 이제는 뼈가 시리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건강 관리를 잘 해야 한다.

 

메뉴. 야채곱창, 순대곱창, 치즈곱창과 순대볶음을 판매하고 있고 안주류로 레몬크림새우, 간장오징어, 오뎅탕과 치즈계란말이 등도 판매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소주와 맥주가 4,000원인 것이 마음에 들었다. 세상에 맙소사. 아직도 이렇게 아름답고 황홀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니. 우리는 야채곱창을 먹을까 하다가 순대곱창을 주문했다. 순대곱창을 주문할 경우 순대만 많이 들어있고 곱창은 거의 들어있지 않은 곳이 많은데, 순대곱창에 곱창이 많이 들어가는지 물으니 순대보다 곱창이 더 많이 들어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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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 샐러드, 쌈장, 초장, 상추와 고추가 나온다. 곱창을 먹을 때는 오로지 곱창에만 집중을 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반찬은 간소해도 좋다. 반찬은 특별할 것이 없고 샐러드 소스도 기성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맛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 하기로 한다.

 

이윽고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면 나온 순대곱창. 내가 좋아하는 파가 잔뜩 순대곱창에 올라가 있는 것이 인상 깊다. 가게 사장의 말처럼 순대보다 곱창의 비율이 높고 야채와 당면도 푸짐하게 들어간다. 돼지 곱창을 잘 하지 못하는 곳에 가면 음식이 나올 때 심한 누린내가 나기 마련인데 오빠곱창의 곱창에서는 그런 식욕을 떨어트리는 기분 나쁜 누린내는 전혀 나지 않았고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났다.

 

접시에 덜어서 맛있게 냠냠. 순대곱창의 소스는 매운 맛이 많이 나지 않고 들깨 가루의 고소한 맛이 강하다. 나나 학우 모두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편인데, 맛있게 잘 먹을 수 있었다. 당면, 깻잎, 양상추와 파가 곱창과 굉장히 잘 어울린다. 아아, 역시 이 맛에 돼지 곱창을 먹는 거지. 곱창은 참 맛있는 음식이다.

 

개인적으로 곱창을 먹을 때 이렇게 쌈으로 먹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짝꿍의 말을 잘 듣기 위해 상추와도 함께 먹었다. 역시 언제나 짝꿍의 말을 잘 듣는 멋진 나. 상추에 싸서 먹어도 맛있긴 했지만 역시 곱창은 있는 그대로 먹어야 더욱 맛있는 법이다. 이건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니 취향에 따라 열심히 상추 쌈으로 먹어도 된다.

 

곱창을 어느 정도 먹은 후 한국 음식이 아름다운 전통 후식인 볶음밥을 먹었다. 돼지 기름에 잘 볶아진 볶음밥은 도무지 맛이 없을 수가 없지. 볶음밥이 맛이 없는 곳이라면 그곳은 음식점으로의 존재 의의가 없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순대곱창 2인분과 볶음밥 1인분을 먹었는데 양이 굉장히 많아서 배가 터질 것 같았다. 예전 같았으면 이 학우를 만나서 곱창 3인분과 볶음밥 2인분은 거뜬하게 먹었을 것인데. 또 이렇게 세월의 흐름을 느꼈다. 마들역, 상계동에서 수준 높은 돼지 곱창을 먹고 싶다면 꼭 한 번 가볼 곳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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