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 - 경상

[부산] 해녀조씨할매집- 눅진한 맛이 일품인 전복죽과 신선한 해물

담구 2024. 9. 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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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이어지는 부산 포스팅. 부산 포스팅은 호남 포스팅처럼 많지 않다. 출장 기간이 짧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도 충실하고 성실하게 잘 먹고 다녔지. 이것이 바로 출장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출장을 다니면 몸이 피곤하고 고되지만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자 축복으로 다가온다. 이번에 올릴 곳은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해녀조씨할매집이다. 일부러 찾아간 곳은 아니고 거래처 추천을 받아 가게 된 곳인데,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상당히 만족스럽게 즐긴 곳이었다.

 

내부 모습. 대부분 가족 단위로 방문하는 고객이 많아 보였다. 손주를 데리고 온 가족들도 있었다. 전복죽과 해물이라는 메뉴 특성상 젊은 고객들은 우리를 제외하고는 보이지 않았다. 후후. 이런 곳에 오면 나도 어엿한 젊은이. 매장은 깔끔하게 좌석 거리도 좁지 않아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보였다. 부산에 와서 그런지 부산 특유의 사투리가 많이 들렸는데, 사투리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나랏말쌈이 듕국에 달아 문자와로 서로 사맛디 아니할쎄.

 

메뉴. 세트 메뉴와 단품을 판매하고 있다. 세트 메뉴는 해물 모둠과 함께 전복죽이 나오는 구성이다. 단품으로는 해물 모둠, 전복죽, 영양특전복죽, 낙지퐁당전복죽, 전복회, 전복구이, 산낙지, 낙지 숙회, 해삼, 고동, 참소라, 개불과 멍게를 판매하고 있다. 그 밖에 우리의 영원한 친구인 소주와 각종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단품을 주문하는 것보다 세트로 주문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우리는 2인 세트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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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반찬. 진주 담치국, 해초, 양파, 고추와 양파 장아찌가 나온다. 진주 담치는 흔히 홍합으로 잘 알려진 패각류인데 정확한 이름은 지중해 담치라고 한다. 하지만 내 입에는 진주 담치가 더 착착 달라 붙으니 진주 담치라고 부르도록 하겠다. 홍합과 진주 담치는 감칠맛이 대단하여 아무런 양념 없이 그것만 끓여도 입에 착착 달라 붙는 맛을 보여준다. 다른 반찬은 평범하기 그지 없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 하기로 한다.

 

아름다운 모습의 해물 모둠. 해물은 총 8종류가 제공된다. 왼쪽 상단부터 전복, 조개, 해삼, 새우, 낙지, 개불, 멍게, 또 같은 조개와 소라의 구성이다. 저 조개가 뭔지 모르겠다. 백합이라고 하기에는 사이즈가 작고, 동죽이라 하기에는 모양이 달랐다. 조개를 제외하고는 전부 마음에 들었는데, 조개는 삶는 시간이 과했는지 살짝 질긴 식감이 있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멍게만 따로 사진 한 장 찰칵. 멍게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해산물이다. 유유상종이라고 나와 비슷하게 생겨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멍게는 내장을 제거한 후 흐르는 물에 아주 가볍게 씻어서 먹으면 멍게 특유의 씁쓸한 맛과 더불어 은은한 단 맛을 느낄 수 있다. 이게 바로 멍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오, 너란 멍게 참으로 좋은 멍게. 이런 멍게 한 점에 소주 한 잔 털어 마시면 술이 그냥 쭉쭉 들어간다. 하지만 난 추후 일정이 있기 때문에 술은 꾹 참았다. 출장을 다니면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지만, 내가 원할 때 술을 마시지 못하는 것은 조금 슬프다.

 

전복죽. 전복 내장을 아낌 없이 갈아 넣어 진한 색이 특징이다. 예전에는 전복 내장을 갈아 넣지 않은 흰 전복죽이 대세였는데, 이제는 이렇게 전복 내장을 갈아 넣은 죽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전복 내장을 갈아 넣으면 조금 씁쓸한 맛이 나지만, 흰 전복죽에서 느낄 수 없는 눅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어느 요리가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니 취향에 따라 먹으면 된다. 나의 경우는 이런 눅진한 맛이 나는 것을 좋아한다.

 

두 명이 먹기 상당히 많은 양이 나온다. 전복죽 위에 참기름을 두른 것이 화룡점정이다. 거기에 푸짐한 인심이 매력적이다. 전복 내장만 넣은 것이 아니라 전복 살도 잘게 잘라 넣었다. 전복 살은 푸짐하게 들어갔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이미 전복을 먹었기 때문에 이 정도 양이어도 충분하다. 전복죽 자체에 간이 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양념 없이 먹어도 된다. 아아, 속이 풀리는 맛이다. 예전에는 이런 죽 왜 먹나 싶었는데, 요새는 속이 불편할 때 나도 모르게 죽을 찾게 된다. 부산 기장군에서 신선한 해물과 눅진한 전복죽을 먹고 싶다면 한 번 가볼 것을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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