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올릴 부산 출장 먹거리는 바로 해운대 하얀 오징어 집이다. 요새 오징어는 금징어라 불릴 정도로 가격이 많이 올랐다. 기온 변화에 따라 잡히는 오징어 수가 급감하기도 했고, 덜 자란 오징어까지 남획하다 보니 이런 사단이 났다. 참을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모두 먹기 좋게 잘 성숙한 오징어만 먹는 올바르고 바람직한 식습관을 갖도록 하자. 찾아갈 때는 몰랐는데, 알고 보니 상당히 유명한 곳이었다.
원형 수조 안에서 오징어들이 힘차게 수영을 하고 있었다. 이 사진을 찍은 후 녀석들 중 몇 마리는 나의 뱃속으로 들어갔겠지. 녀석들의 명복을 빌며, 다음 생에도 맛있는 오징어로 태어나길 바란다. 구워 먹어도 맛있고 찜으로 먹어도 맛있고 튀겨 먹어도 맛있는 오징어. 너란 오징어, 정말 소중한 오징어다.
메뉴. 오징어 회, 오징어 찜, 오징어 회와 활어 회가 나오는 세트 메뉴, 오징어 회와 오징어 찜이 나오는 세트 메뉴. 모둠 회, 갑오징어, 우럭탕, 어묵탕, 문어숙회, 물회와 각종 주류를 판매하고 있다. 회는 호남에서 워낙 많이 먹었으니, 이번에는 오징어 회와 오징어 찜이 나오는 세트 메뉴를 먹기로 했다.
기본 반찬. 특별할 것이 없지만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에 가볍게 술 한 잔 하기 딱 좋은 것들이 나온다. 미역국이 의외로 맛이 좋아서 소주 한 잔 마신 후 미역국을 떠서 마시니 그 맛이 참 각별했다. 어릴 때는 미역국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없어서 못 먹는 것이 되었다. 아이오딘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미역국. 많이 먹도록 하자.
참으로 고운 오징어 회. 오징어 회는 이렇게 얇게 채를 써는 스타일과 넓게 포를 뜨는 스타일이 있다. 예전에는 포를 뜨는 스타일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요새는 이렇게 채를 써는 스타일을 더욱 흔하게 볼 수 있다. 어떻게 써는 지에 따라 식감 차이에 따른 맛의 변화도 느낄 수 있다. 이런 것을 알아가는 것이 바로 먹부림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난 포를 뜨는 스타일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초장을 살짝 묻힌 후 고추를 올려 맛있게 냠냠. 난 초장을 싫어하는 편인데, 사진을 찍기 위해서 살짝 찍었다. 이후로는 초장을 먹지 않고 간장을 살짝 묻힌 후 먹었지. 해운대 하얀 오징어 집의 오징어 회는 오징어 특유의 단 맛이 인상적이었다. 신선하지 않은 오징어의 경우 굉장히 비린 냄새와 불쾌한 맛이 나는데 그런 냄새와 맛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이렇게 맛있으니 오징어가 남획 되는 것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남획은 결국 가파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니 어부들은 남획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오징어와 부추가 가득 들어간 전. 오징어와 부추가 이렇게 풍부하게 들어갔는데 맛이 없으면 그 집은 음식을 팔면 안 된다. 굉장히 바삭하게 잘 부친 전은 참으로 훌륭한 소주 안주라고 할 수 있다. 사이즈가 그리 크진 않지만 메인 요리가 아니기도 하고, 두 명이 먹기에는 충분한 양이라고 할 수 있다.
계란찜. 수분 함량이 낮은 정석적인 계란찜이다. 다 좋은데 왜 계란찜 위에 당근을 올렸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당근은 생으로 먹거나 주스로 먹는 것이 맛있고, 그 외의 방법으로 먹는 것은 참으로 옳지 못하고 맛이 없다. 이런 뚝배기에 만드는 계란찜은 물을 얼마나 넣는 지에 따라 맛의 진함이 결정 되는데, 물을 많이 넣지 않아 상당히 맛이 좋았다.
오징어 찜.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이런 오징어 찜은 냉동의 경우 내장이 녹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고 생물만 사용해서 만들 수 있다. 오징어 찜을 하는 곳은 많지만 이 정도로 수준 높은 오징어 찜은 사당에 위치한 청송산오징어 외에는 흔히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외관은 합격이니 신중히 맛을 봐야지. 신선하지 못한 오징어를 사용하면 내장에서 군내가 나기 마련인데, 그런 군내는 전혀 느낄 수 없었고 살짝 씁쓸하면서 눅진한 내장 특유의 맛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아아, 이것은 바로 술안주의 정석이다. 다음 날 서울 복귀하는 일정만 있었기 때문에 원 없이 소주를 마신 후 다음 날 숙취에 시달리며 기분 좋게 복귀했다. 부산 해운대에서 맛있는 오징어 요리를 먹고 싶다면 꼭 한 번 가볼 것을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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