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마치고 집에 가기 전에 저녁을 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집에서 저녁을 먹어도 되지만 설거지는 귀찮은 법이지. 뭘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가볍게 소주 한 잔 하면서 볶음밥을 먹기로 결정했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중식을 먹을 때 소주가 빠지면 괜히 서운하고 마음이 어두워진다.
점심 시간에는 장사가 제법 잘 되는 곳인데, 퇴근 이후 저녁 시간에 오니 의외로 고객이 없었다. 내가 방문한 날만 그런 건지 평소에도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국빈은 연태고량주 한 병을 주문하면 한 병을 서비스로 주는 엄청난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세상에 맙소사. 이런 경사가 있다니. 하지만 난 혼자 방문을 했기 때문에 연태고량주를 마시지 못했지. 흑흑흑. 이런 슬픔이 있다니. 눈물을 머금고 소주 한 병과 볶음밥을 주문했다.
요일 메뉴도 따로 있다. 이런 요일 메뉴는 주문을 대량으로 받을 수 있어서 주방이 혼잡함을 줄어들게 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난 볶음밥을 먹기로 결정을 했기 때문에 요일 메뉴를 주문하지 않았지. 이렇게 주변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초심을 잘 지키는 멋진 나. 참으로 대견하다고 할 수 있다.
혼자 와서 주문하지 못한 세트 요리. 소주 한 잔 하면서 양장피 먹으면 그 맛이 제대로인데. 나중에 동기 녀석과 함께 방문해서 양장피에 연태고량주를 주문해야겠다. 메뉴 사진을 찍고 핸드폰으로 인터넷 좀 보려고 하니 바로 기본 반찬을 가져다줬다.
중국집이니 반찬은 당연히 단무지, 양파와 춘장. 소주를 주문했기 때문에 짜사이라도 좀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없었다. 그래서 양파에 춘장 살짝 찍어서 소주를 마셨지. 이상하게 서러운 상황이 아니었는데 양파에 한 잔 기울이니 괜히 서러웠다. 새우깡에 소주 마실 때도 이런 기분은 들지 않았는데.
볶음밥. 요새 중국집 볶음밥은 수준 이하로 나오는 곳이 많아서 잘 시키지 않는다. 볶음밥을 가장한 기름밥이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내방 고객이 적고 배달이 더 많은 중국집일수록 그렇다. 기름밥이 나오진 않을까 살짝 걱정을 했는데 나름 평균 이상의 볶음밥이 나왔다. 난 볶음밥을 먹을 때 짜장 소스에 비비지 않고 따로 먹는 편을 선호한다. 그래서 따로 먹었다. 밥이 떡지지 않고 불맛도 나는 볶음밥이었다. 꽝을 뽑지 않아 참 다행이란 생각으로 소주와 함께 즐겼지. 후후.
함께 나오는 짬뽕 국물. 당연히 즉석에서 만든 것은 아니고 미리 만든 것을 끓여둔 것이다. 당당히 메뉴에 적혀 있는 짬뽕이 아닌 이런 짬뽕 국물로 짬뽕의 수준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지. 그냥 맛은 평범했다 정도로 설명하고 자세한 것은 생략한다. 도곡동, 매봉역 근처에서 불맛 나는 볶음밥을 먹고 싶다면 한 번 방문할 것을 추천하는 곳이다. 다음에는 연태고량주에 양장피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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