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또 의정부 출장을 다녀왔다. 의정부는 부대찌개로 유명한 도시이지만, 그 외에도 맛집이 참 많다. 특히 우리나라식 평양냉면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평양면옥도 있다. 우리나라의 평양냉면은 북한의 평양냉면과 그 맛이 좀 다른데, 지금 우리나라의 평양냉면의 기원을 만든 곳이 이 평양면옥이라 할 수 있다. 평양면옥에서 을지면옥이 생겼고 또 그 영향을 다른 곳도 많이 받았다. 이제 날이 슬슬 풀리는 시기여서 냉면을 먹기로 결정했다.

개점 시간에 맞춰 11시 살짝 넘어 방문을 했는데 1/3 이상이 차있었다. 역시 전통과 인기가 있는 곳은 다르구나. 우리는 적당한 2인석 자리에 앉기로 했다. 12시가 가까워지니 자리가 반 이상이 찼다.

메뉴. 냉면, 온면, 수육, 만두와 만둣국을 판매하고 있다. 우리는 냉면과 수육 반/반을 주문했다. 반/반 수육은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같이 나오는 것이다.

냉면이나 만두와 함께 곁들여 먹을 식초, 간장, 겨자와 고춧가루가 테이블마다 놓여져 있다. 취향에 맞게 넣어 먹으면 된다. 몇 년 전에 평양냉면이 엄청 유행했을 때 다른 것을 넣어 먹으면 시정잡배 취급을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런 개소리는 그냥 흘려 듣고 개인의 취향에 맞게 먹으면 된다. 그게 가장 맛있게 먹는 법이다.

빠르게 제공 되는 면수. 면수에서는 메밀의 구수한 맛이 잘 느껴진다. 메밀 특유의 매끈거리는 식감도 느낄 수 있는데 이 식감이 호불호가 갈리는 영역이라고 한다. 난 이런 느낌도 좋아하니 남김 없이 다 먹었지.

김치, 절인 무와 양념장이 나온다. 양념장은 수육을 주문하면 나오는 것이고, 냉면만 주문할 경우 나오지 않는다. 김치와 절인 무의 맛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아름다운 모습의 반반 수육. 소고기는 양지 부위가 나오고 돼지고기는 삼겹살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난 돼지고기를 소고기보다 더 좋아하기 때문에 돼지고기에 집중하기로 했지. 함께 간 지인은 소고기를 더 좋아해서 분쟁 없이 사이 좋게 나눠 먹을 수 있었다.

함께 간 지인이 주문한 김칫국. 냉면을 먹다가 맛의 변화를 주고 싶을 때 육수 안에 넣어 먹으면 된다. 김칫국 간이 강하지 않아서 냉면과 위화감 없이 잘 어울린다.

돼지고기 수육 위에 양념장을 살포시 올린 후 맛있게 냠냠.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잘 삶아진 수육은 참 맛있다. 양념장은 매운 맛보다 단맛이 강한 편인데 이 단맛과 함께 은은한 감칠맛이 함께 느껴진다. 이 감칠맛이 매력 포인트로 다가오는데 계속해서 수육을 먹을 수 있게 한다.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을 때 등장한 평양냉면.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평양면옥의 평양냉면은 특이하게 고춧가루를 뿌려서 제공한다. 이런 점은 을지면옥과 똑같다고 할 수 있다. 을지면옥이 평양면옥에서 갈라져 나왔으니 당연하겠지.

소고기 수육도 냠냠. 소고기 수육 역시 부드럽고 잡내 없이 잘 삶았다. 양지 특유의 고소한 맛이 잘 느껴진다. 소고기 수육도 맛있지만 역시 내 입에는 돼지고기 수육이 더 맛있게 느껴졌다. 좋아. 돼지 좋아.

삶은 계란. 을지면옥에서는 삶은 계란이 육수 안에 담겨져 나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평양면옥에서는 그렇지 않다. 계란 노른자가 냉면 육수 맛을 해친다고 하는데, 나는 그 정도까지 절대 미각은 아니라서 큰 차이를 못 느낀다.

냉면 고명으로 들어있는 돼지고기는 많이 질기다. 아무래도 바로 썰어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썰어 놓은 것을 제공하기 때문인 것 같다.

소고기 고명 역시 많이 질기다. 수육을 먹지 않는다면 참으로 괴로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질긴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

냉면을 잘 풀어 신중히 맛을 본다. 툭툭 잘 끊기는 냉면은 고소한 맛이 강하다. 육수는 짭짤하면서 오묘한 맛이 나는데 이게 바로 우리나라식 평양냉면 육수의 맛이다. 어떤 이들은 이런 육수 맛을 걸레 빤 물 맛이라고 하는데, 내가 걸레 빤 물을 안 마셔봐서 어떤 맛인지 잘 모르겠다. 오묘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이 맛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소고기 수육과 함께 먹으면 냉면을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지. 너무 돼지고기 수육만 먹는 것 같아서 소고기 수육도 티나지 않게 조금씩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돼지고기 수육도 냉면과 함께 먹었지. 이쯤에서 냉면 육수에 김칫국을 좀 타서 먹었다. 과하지 않게 타서 그런지 김칫국 맛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고 딱 좋았다.

나르륨 섭취를 줄이고 있지만 오랜만에 평양냉면을 먹었으니 완냉을 했지. 맛있게 냉면을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며 다시 미팅을 이어 나갔다. 의정부에서 한국식 원조 평양냉면을 즐기고 싶다면 꼭 한 번 가볼 것을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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