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순대국밥이나 뼈다귀 해장국 같은 국밥 요리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이런 국밥을 즐기는 편이다. 강남역에서 미팅을 마치니 2시가 넘어서 시간이 좀 애매했지만, 그래도 밥을 먹지 않으면 하루 종일 힘들기 때문에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강남역 대표 순대국밥 전문점으로 이름을 널리고 있는 농민백암순대에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점심 시간이 지나서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2시 넘은 시간임에도 많은 대기자가 있었다. 난 웨이팅을 극히 싫어해서 다른 곳을 갈까 잠시 고민을 했는데, 같이 간 일행들이 꼭 한 번 먹어 보고 싶다고 해서 꾹 참았다. 역시 지인들을 잘 챙기는 멋진 나.
내부에는 워낙 많은 고객들이 있어서 제대로 사진을 찍지 못했다. 농민백암순대는 좌식과 원형 테이블이 섞여있다. 우리는 원형 테이블로 자리를 안내 받았다. 자리를 앉고 보니 일본어와 중국어가 계속해서 들리고 있었다. 외국인들에게 순대국밥은 조금 생소한 음식일 거라 생각했는데, 순대와 국밥을 함께 즐기는 모습을 보니 뭔가 새로운 인상을 받았다.
메뉴. 국밥이라 적혀 있는 것이 순대국밥이다. 2,000원을 추가하면 특 사이즈를 먹을 수 있고, 5,000원을 추가하면 수육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수육 정식의 경우 빨리 매진 되는 단점이 있다고 한다. 그 밖에 술국, 수육과 순대를 판매하고 있다. 우리는 인원에 맞게 국밥을 주문하고 순대를 추가했다. 오랜 시간 기다렸는데 그냥 국밥만 먹고 나가면 뭔가 서운하고 마음이 어두워지고 자기 전에 눈물을 흘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반찬. 고추, 양파, 깍두기, 새우젓, 된장과 부추 무침이 나온다. 깍두기가 상당히 시원하고 맛이 좋았다. 부추 무침은 그냥 먹어도 되고 국밥에 넣어 먹어도 된다. 양파와 고추는 직원을 통해 리필을 하면 되고, 깍두기는 깍투기 통에서 꺼내 먹으면 된다. 다른 반찬은 리필을 하지 않았는데 깍두기는 리필을 해서 먹었다. 역시 국밥을 파는 곳은 김치나 깍두기가 맛이 좋아야 한다.
국밥보다 빠르게 나온 순대. 순대는 일반 당면순대가 아니고 전형적인 백암순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처음 나올 때는 가격에 비해 양이 적은 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볼륨이 상당해서 절대 부족하지 않게 먹을 수 있다. 된장과 함께 먹어도 되고 새우젓을 올려 먹어도 좋다.
새우젓만 살짝 찍어서 맛있게 냠냠. 보라매에 있는 서일순대국의 우거지 순대와 비슷한 식감을 느낄 수 있는데, 서일순대국의 순대보다 맛이 좀 더 진하다. 살짝 소시지의 맛도 느낄 수 있다. 피순대처럼 진한 맛이 느껴지진 않지만 한 입 먹어보면 잘 만든 순대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역시 순대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먹어도 참 맛있다. 이런 순대는 술과 곁들여 먹어야 하는데 계속해서 미팅이 있어서 그런지 술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니 괜히 아쉽다.
아름다운 모습의 국밥. 부추 무침은 따로 넣은 것이다. 파, 머릿고기, 순대가 부족하지 않게 들어있다. 특 사이즈는 양이 굉장히 많이 나오기 때문에 대식가가 아니라면 일반 사이즈만 먹어도 충분하다. 들깨 가루가 테이블에 올려져 있지만 농민백암순대의 국밥을 먹을 때는 들깨 가루를 넣지 않거나 조금만 넣어 먹는 것이 좋다. 들깨 가루가 진한 육수의 맛을 가리기 때문이다.
다대기가 제법 많이 들어 있는데 조금 매운 맛이 난다. 매운 맛을 잘 먹지 못한다면 다대기를 덜어 먹는 편이 낫다. 난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기 때문에 다대기를 조금 덜어서 먹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매운 맛을 많이 느낄 수 없었다. 아아, 세상에는 왜 매운 음식이 이렇게 많은 것인가. 난 이런 국밥을 먹을 때 밥을 반 공기 말은 후 밥을 불려 먹는 편이라서 바로 밥을 말았다.
밥을 말아서 그런지 더욱 풍부해졌다. 순대는 4개 정도 들어 있고 머릿고기가 상당히 많이 들어있다. 순대는 새우젓과 함께 먹으면 좋고, 머릿고기는 된장과 함께 먹으면 좋다. 농민백암순대의 국밥은 누린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육수에서 깊은 풍미와 감칠맛을 느낄 수 있어 먹어도 먹어도 계속 손이 간다. 분명 전날 술을 마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저절로 해장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강남역에서 진한 맛의 순대국밥을 먹고 싶다면 꼭 가볼 곳으로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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