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에서 미팅이 있었다. 미팅을 마친 후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동기 녀석이 운영하고 있는 식당을 가기로 했다. 이게 바로 동기 사랑, 나라 사랑. 일행들에게 맛있는 감자탕과 다양한 돼지 요리를 대접하겠다고 말한 후 가볍게 발걸음을 옮겼다. 학창 시절에는 매일 봤던 녀석인데 이제 나이를 먹으니 일 년에 몇 번 못 보게 된 것이 아쉽다. 이렇게 가끔 찾아가서 응원을 해야지. 먹어서 응원하자.
2024.05.13 - [식도락 - 강남] - [교대] 탐라순대국감자탕 - 진한 맛이 일품인 모둠 순대
6시를 약간 넘어 도착했는데 예전에 비해 고객 수가 좀 줄어든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해서 고객이 들어왔다. 웰컴 투 탐라순대국감자탕. 감자탕 맛있어요. 사랑해요, 연예가중계. 근처에 재수 학원도 있고 준 오피스 상권도 있어서 고객들이 줄어들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메뉴. 이번에는 감자탕과 다양한 요리를 먹기로 결정했다. 감자탕 대 사이즈를 주문할까 했지만 남기면 지옥 가서 다 먹어야 하니 중 사이즈를 주문하고 다른 것들을 더 많이 주문하기로 했지. 역시 과한 소비를 하지 않는 현명한 국민인 나. 본받아 마땅하다.
그런 의미에서 바로 항공 샷을 먼저 올린다. 왼쪽부터 감자탕, 순대, 반찬과 오소리 무침의 구성이다. 실로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고기와 고기와 고기의 조합이라니 이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이 또 있을까. 고기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먹어도 맛있고 또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보아도 참 아름답다.
한라산 같이 높이 솟아 오르진 않았지만 중 사이즈라는 것과 가격을 고려하면 실로 놀라운 양이 아닐 수 없다. 큼직한 고기가 무려 여섯 대가 들어 있는데 그 사이즈 역시 엄청나다. 거기에 우거지, 깻잎, 파, 당면 사리와 수제비 등도 충실히 들어있다. 당면 사리를 즐겨 먹지 않는 나에게는 별 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당면 사리가 들어 있는 것을 본 다른 일행은 환호성을 질렀다. 끼얏호.
부드럽고 고소한 감자탕. 소스를 살짝 찍어 먹어도 맛있고, 그냥 먹어도 맛있다. 큼직한 고기 한 점에 소주 한 잔을 곁들이면 실로 이곳이 천국이라 느껴진다. 주님, 천국에도 고기는 많겠죠? 계속해서 고기를 먹지만 그 양이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실로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순대. 순대는 찰순대와 토종 순대가 있는데 굳이 여기서 찰순대를 먹을 필요는 없어서 토종 순대를 주문했다. 토종 순대도 양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가성비가 실로 훌륭하기 그지 없다. 이렇게 맛있는 순대는 또 소주와 참 잘 어울리지.
순대를 소금이나 초장에 찍어 먹는 경우가 많지만 난 쌈장파다. 쌈장에 찍어 먹는 것이 순대를 가장 맛있게 즐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 순대에서 육향이 진하게 나지 않지만 맛을 충분히 잘 즐길 수 있는 순대다. 육향이 과하지 않아 자칫 누린내가 날 수 있는 것을 섬세하게 잘 조절한 느낌이 든다.
오소리 무침. 오소리는 흔히 오소리 감투라고도 하는데 돼지의 위를 말한다. 분식집에서 순대를 먹을 때 흔히 볼 수 있는 부속 재료 중 하나이다. 오소리의 경우 따뜻할 때 먹으면 맛있지만 차게 먹을 경우 질기거나 누린내가 난다. 탐라순대국감자탕의 오소리 무침은 차갑게 나오는데 전혀 질기거나 누린내가 나지 않는다. 양파, 오이와 깻잎을 듬뿍 넣어 열심히 비벼 먹으면 된다.
오소리 무침을 주문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오소리 무침의 새콤달콤한 맛이 감자탕과 순대의 묵직함을 잘 씻어 넘겨준다. 역시 메뉴 선택에 있어서 탁월한 센스를 갖춘 나. 감자탕 먹고 순대 먹고 오소리 무침 먹고 소주를 마시는 무한 루프에 빠지게 된다.
서비스로 받은 편육. 편육은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이다. 이런 서비스는 없어도 되지만 제공을 받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소주 한 병을 더 마시게 되는 기회가 되기 마련이다. 편육의 맛은 앞서 나온 요리에 비해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기분 좋게 먹었다.
감자탕을 먹었으면 꼭 먹어야 하는 볶음밥. 이 볶음밥을 먹지 않으면 감자탕을 먹지 않은 것과 다를 바 없다. 배가 너무 불러 볶음밥은 하나만 주문했는데도 그 양이 상당하다. 동기 녀석이 돼지인 나를 위해 일부러 많이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볶음밥은 어떻게 볶아도 맛 없기가 힘들기 때문에 또 이 볶음밥 하나로 소주 한 병을 마셨다. 기분 좋게 과음을 한 날이었다. 서울 교대 근처에서 감자탕을 비롯한 맛있는 돼지 요리를 먹고 싶다면 한 번 가볼 것을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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