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송년회를 자주 해서 그런지 과음을 하게 되고, 또 그로 인해서 살이 찌고 있다. 먹으면 살이 온다고 하지만 이렇게 급격히 올 줄이야. 살은 내년에 빼도록 하고 올해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먹어야겠다. 포스팅 할 것이 많이 밀려 있긴 하지만 최근에 다녀온 팬사이를 먼저 포스팅 하도록 한다. 팬사이는 어쩌고 호텔에서 오랜 시간 근무를 한 셰프가 오픈한 곳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수준 높은 중식을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거기에 콜키지 프리라는 이점도 있다.
내부는 그리 넓지 않다. 간이 룸 형식으로 되어 있는 곳이 세 곳이 있었고, 홀에 세 테이블 정도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미리 예약을 하고 방문했기 때문에 룸으로 안내를 받았다. 나이가 들고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이제는 홀보다 룸이 더 좋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식사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다양한 술이 많다. 팬사이에서 판매하는 것은 아니고 고객들이 마시고 간 것들을 배치한 것 같다. 예전에는 백주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없어서 못 마시는 술이 되었다. 다양한 백주를 보니 참으로 반갑기 그지 없었다. 나도 중식을 먹는 날이라 중국에서 사온 백주 한 병을 들고 갔지. 후후후.
메뉴. 1인당 40,000원/50,000원/60,000원의 구성으로 되어 있고 50,000원 이상의 메뉴를 주문하면 콜키지 프리가 적용 된다. 가장 많이 나가는 세트가 50,000원 구성이라고 한다. 우리도 예약할 때 그 메뉴를 미리 주문했다.
카나페 3종과 내가 준비해간 노주노교. 노주노교는 중국 8대 명주에 꼽히는 술이다. 내 입에는 수정방 다음으로 가장 잘 맞는 백주다. 노주노교는 도수가 높지만 굉장히 부드럽게 잘 넘어가고 은은한 과일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정제를 잘 해서 다음 날 숙취가 없는 것도 특징이다. 카나페는 가리비 관자, 전복과 오향장육이 나온다.
가리비 관자. 따뜻하게 나온 가리비 관자는 기름기를 듬뿍 머금어서 고소한 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관자 그 자체도 맛있지만 기름을 머금은 관자는 더욱 맛있지. 관자 한 점에 노주노교 한 잔을 마시면 금상첨화다. 이 맛에 중식을 먹지.
전복. 전복을 부드럽게 잘 삶고 그 위에 소스를 올렸다. 무슨 소스일까 궁금해 하면서 맛을 봤는데 케첩이었다. 케첩은 후라이와 먹어도 맛있고 오므라이스와 먹어도 맛있고 튀김에 먹어도 맛있고 이런 삶은 요리와 먹어도 맛있다. 전복은 전혀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잘 씹혔다.
오향장육. 오향장육 위에 머스터드 소스를 올렸다. 머스터드 소스 말고 겨자를 사용했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 상태로도 충분히 맛있다. 이렇게 구성이 좋은 카나페를 이 가격 대의 코스에서 즐길 수 있다니. 참으로 즐겁다.
전가복. 새우, 전복, 해삼, 오징어와 목이 버섯 등의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해서 만들었다. 전가복은 팔보채와 비슷하지만 안에 들어가는 구성은 상당히 큰 차이가 난다. 딱 봐도 수준 높은 전가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 접시에 덜어서 맛있게 냠냠. 전가복 소스가 그리 강하지 않은데 인상이 깊다. 소스가 강하면 재료의 맛이 소스에 눌려 제 맛을 느끼기 어려운데 소스와 재료 본연의 맛 둘 다 잘 살렸다. 전가복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이날은 굉장히 만족스럽게 잘 즐겼다.
크림새우. 새우는 대하나 흰다리 새우가 아닌 중하를 사용했다. 세트 가격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크림새우를 잘 하지 못하는 곳에 가면 크림의 양이 많아서 겉이 눅눅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팬사이의 크림 새우는 겉이 굉장히 바삭하게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잘 만들었다. 크림의 눅진한 맛이 새우의 고소한 맛과 잘 어울린다. 마냥 느끼하지 않고 또 마냥 담백하지 않게 밸런스를 잘 살렸다. 이렇게 훌륭한 술 안주가 있으면 술이 술술 들어가기 마련이다.
몽골리안 비프. 소고기 안심을 사용해서 만들었다. 소고기, 새송이 버섯, 양파와 꽈리고추를 넣어 만든 것이다. 소고기가 들어갔는데 맛이 없으면 반칙이지. 몽골리안 비프 위에 살짝 뿌린 후추가 맛에 임팩트를 준다. 요새는 킥이라는 표현을 쓰던데 나에게는 임팩트가 더 입에 잘 맞는다.
깐풍기. 내가 참 좋아하는 중식 요리다. 난 탕수육보다 깐풍기를 더 좋아하는데 깐풍기는 음식점마다 편차가 크다. 그래서 어떤 곳에 가면 꽝을 뽑고 굉장히 실망스럽게 깐풍기를 먹은 기억이 있다.
팬사이는 소스와 재료의 밸런스를 굉장히 잘 조절한다. 깐풍기 소스가 그리 많이 묻어 있지 않은 거 같은데 소스 맛이 확실하게 느껴지고 또 그 소스가 닭고기와 이질감 없이 잘 어울린다. 깐풍기 한 점에 노주노교 한 잔을 마시니 이때 좀 취했다.
식사로는 짜장면과 짬뽕을 주문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난 짜장면을 골랐다. 짜장면은 전국적으로 하향 평준화가 되었기 때문에 큰 기대 없이 먹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맛이 좋았다. 이런 짜장면을 먹을 수 있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배가 부르지 않았다면 적은 양이 아니라 큰 것으로 먹었을 것이다.
망고 셔벗으로 마무리. 망고 셔벗의 상큼함이 입 안을 잘 씻어준다. 좋은 술과 좋은 음식을 함께 즐긴 기분 좋은 송년회였다. 사당역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수준 높은 중식 요리를 즐기고 싶다면 꼭 한 번 가볼 것을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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