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 - 강북

[하계] 제형면옥 - 노원구에 숨어있는 평양냉면 맛집

담구 2023. 6. 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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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점점 무더워지고 있다. 이럴 때는 시원한 평양냉면을 먹으며 더위를 식혀야지. 나와 짝꿍은 평양냉면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여름이 되면 맛있는 평양냉면을 먹기 위해 이리저리 잘 다니는 편이다. 짝꿍 집 근처에 제법 괜찮은 평양냉면 전문점이 있다고 해서 찾아간 제형면옥. 제형면옥은 대구에서 처음 개업한 곳인데, 대구에서는 꽤 유명한 평양냉면 전문점이라고 한다. 덥긴 하지만 짝꿍 손을 잡고 다녀왔다.

 

매장에 들어가니 여러 연예인들의 친필 사인과 더불어 방송 및 미디어에 노출된 것들이 스크랩 되어 있다. 서울의 숨어있는 골목 맛집 100선에도 등재가 되었다고 한다. 뭐, 사실 그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고 내 입에 맛있어야 그게 맛집이다. 가볍게 사진을 찍은 후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매장은 굉장히 넓다. 좌석간 거리도 은근히 여유가 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약 4시 정도에 도착했기 때문에 냉면을 즐기는 고객이 많이 없었다. 계모임, 부녀회 등으로 보이는 여자 고객이 단체로 들어와서 호호 수다를 떨고 있었다. 고객이 많이 없어서 그랬는지 그 목소리가 마치 군인처럼 크고 호탕했다. 많은 사람들이 만나서 신이 난 것은 알겠지만 그래도 목소리는 조금 적당했으면 좋겠다.

 

메뉴. 평양냉면, 비빔냉면, 회냉면, 온면, 갈비탕, 수육, 제육, 빈대떡, 홍어무침, 어복쟁반과 불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벽에는 만두도 적혀 있는데 여름에는 쉽게 상하기 때문에 만두가 들어간 요리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말을 들어보니 기성품 만두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빚어 만드는 것 같다. 나와 짝꿍은 평양냉면과 수육 반 접시를 주문했다.

 

냉면과 수육을 주문하니 육수를 준다. 처음에는 면수인가 싶어서 맛을 보니 육수였다. 육향이 강하진 않지만 확실히 느껴진다. 적절한 감칠맛이 가미 되어 있어서 식욕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육수는 따뜻하게 나오는데, 이 육수를 마시니 소주가 생각났다. 그래서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짝꿍과 딱 소주 한 병만 마시기로 했다. 짝꿍과 마시는 소주는 참으로 맛있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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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육을 찍어 먹을 소스, 열무김치와 무절임. 와, 이 집 열무김치 미쳤다. 진짜 미쳤다는 말 이외에는 맛을 설명할 수 없다. 아삭함을 간직하고 식감과 더불어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무절임도 맛있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열무김치에 밀렸다. 나와 짝꿍은 열무김치를 리필해서 계속 맛있게 먹었다.

 

아름다운 모습의 아롱사태 수육. 아롱사태는 사태 안쪽에 있는 부위로 일반적인 사태의 식감과 달리 쫄깃함과 부드러움을 함께 지니고 있다. 보통 수육으로 많이 먹는 편인데 그 특유의 풍미와 향이 있다. 제형면옥의 수육은 고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파와 함께 나온다. 난 파를 무척 좋아하는데 파와 함께 먹으면 더욱 훌륭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소스를 살짝 묻힌 후 파와 함께 냠냠. 부드러움과 쫄깃함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아롱사태는 역시 맛있다. 수육은 보통 양지살을 이용해서 많이 만드는데 이렇게 아롱사태를 사용해서 만들면 특별함을 느낄 수 있다. 아롱사태 수육를 한 입 먹은 후 소주를 한 잔 마시니 바로 여기가 천국이었다.

 

평양냉면. 양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고명으로 삶은 계란, 아롱사태 수육, 열무김치와 소량의 파가 들어있다. 면을 풀기 전에 육수를 먼저 마셨다. 뜨거운 육수만큼의 육향이 느껴지진 않고 가볍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온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 맛을 제대로 못 느끼는 것 같다. 면을 잘 풀은 후 냉면 맛을 보기로 했다.

 

면은 필동면옥, 우래옥 같은 곳과 조금 다르다. 메밀의 함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쫄깃함이 느껴진다. 다만 메밀의 맛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메밀의 식감과 맛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겠지만, 평양냉면 매니아들에게는 조금 아쉬울 수 있을 맛이다. 

 

고명으로 들어있는 아롱사태 수육과 함께 냠냠. 아롱사태와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역시 고기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먹어도 참 맛있다. 면이 굉장히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온전히 한 그릇을 먹으면 배가 펑 하고 터질 수 있다. 그래서 짝궁은 아롱사태 수육에 집중을 하기로 하고, 나는 냉면을 많이 먹기로 했다. 맛있는 고기를 앞에 두고 짝꿍에게 이런 고기를 양보하는 멋진 나.

 

어느 정도 먹은 후 맛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 고춧가루를 조금 넣어 먹었다. 지금은 없어진 을지면옥이 이렇게 고춧가루를 넣어서 제공하는 스타일이었다. 개인적으로 을지면옥의 평양냉면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 가끔은 그 맛이 그립다. 뭐, 필동면옥이라는 대체재가 있기 때문에 굳이 없어도 되긴 하지만. 노원구에서 가볍게 평양냉면을 즐기고 싶다면 한 번 가봐도 좋을 곳으로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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