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짝꿍 생일 주간에 다녀왔던 정식당. 포스팅을 상당히 늦게 하는구나. 아직도 많은 먹거리가 밀렸는데, 맛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리기 전에 빨리 올려야겠다. 짝꿍이 뉴욕에 있을 때 다녀왔다고 하는데 그 때 인상이 참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가보고 싶다고 해서 예약을 한 후 다녀왔다.

분위기 좋은 정식당의 내부 모습. 우리처럼 커플 단위로 온 것 같은 고객도 보였고, 가족 단위로 온 것 같은 고객도 보였다. 우리 맞은 편에 있던 팀은 소개팅을 하고 있었다. 소개팅을 이런 곳에서 하다니, 대단하구나. 소개팅할 때 그 특유의 어색한 분위기를 우리도 느낄 수 있어서 꿀잼이었다. 역시 남 일은 뭐든 재미난 법이지.

테이블 위에 이런 꽃이 있길래 사진을 한 번 찍었다. 난 꽃에 대해 큰 감흥이 없어서 별 다른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짝꿍은 상당히 예쁘다고 했다. 역시 남자와 여자의 감성 차이를 이런 곳에서 느낄 수 있구나. 테이블은 두 명이 식사를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크기였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의 메뉴. 작년 메뉴이기 때문에 지금과는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반찬, 캐비어, 전복, 가리비 김밥, 제주 옥돔, 한우 안심, 트러플 냉면과 술 지게미가 나오고 후식으로는 돌 하르방 또는 뉴욕-서울이 나온다. 한우 안심은 스테이크로 제공 되는데 난 미디움으로 주문을 했다. 어차피 나는 후식을 먹지 않기 때문에 짝꿍의 선택에 따라 돌 하르방과 뉴욕-서울을 골랐다.

가장 먼저 나온 반찬. 고등어 석박지, 육회, 타르트, 능이 버섯 스프와 감태 들기름 두부가 나온다. 고등어 석박지는 고등어의 맛을 석박지가 훌륭하게 잘 잡아준다. 육회야 뭐 말할 것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타르트 안에는 푸아그라가 들어 있는데 많이 헤비하지 않게 밸런스를 잘 잡았다. 능이 버섯 스프는 약을 먹는 기분. 마지막으로 감태 들기름 두부는 반찬 중에서 가장 헤비한 맛이었다.

캐비어. 캐비어는 잿방어와 함께 나오는데 시기를 고려하면 대방어를 제공하는 것이 더 좋았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요리에 대해서는 나보다 훨씬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만든 것이니 그러려니 했지. 잿방어이지만 나름 지방이 충실하게 올랐고 캐비어와 맛이 상당히 잘 어울렸다.

전복. 전복을 굉장히 부드럽게 잘 요리하여 질기지 않고 굉장한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함께 제공하는 소스에 전복 내장이 섞여 있는데 이 맛이 전복과 굉장히 잘 어울린다. 역시 전복은 껍질부터 내장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좋은 식재료임에 틀림 없다.

가리비 김밥. 정식당은 김밥을 시그니처 메뉴로 내세우는데, 일반 김이 아닌 김 부각을 사용해서 김밥을 만든다. 김밥과 함께 가리비와 어란이 함께 제공된다. 어란과 가리비를 김밥과 함께 먹으면 되는데, 어란의 짭짤한 맛이 가리비와 김밥과 상당히 잘 어울린다. 김밥을 예술의 극치로 올린 것 같은 맛이었다.

짝꿍 생일 이벤트로 받은 리조또. 미역을 넣어 만든 것이다. 짝꿍의 것이니 난 사진만 찍고 짝꿍이 다 먹었다. 짝꿍의 소감으로는 뉴욕에서 먹었던 리조또와 동일한 맛이며, 미역의 맛이 잘 느껴졌다고 한다. 오, 이것이 바로 서울과 뉴욕의 하모니.

제주 옥돔. 제주산 옥돔, 매생이, 대구 이리와 조개를 넣어 만든 요리다. 옥돔의 비늘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튀겨서 제공하는데 이 비늘의 바삭한 식감이 강조된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맛이 느껴지며 매생이를 아낌 없이 넣어 바다의 향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안심 스테이크. 안심 스테이크와 함께 다섯 종류의 가니쉬가 함께 나온다. 고기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먹더라도 참 맛있지. 난 소고기 특유의 지방 맛을 싫어하는데 안심은 그런 지방 맛이 많이 느껴지지 않아 좋다. 투쁠 안심이어서 기름지긴 하지만 다른 부위에 비해 지방 맛이 연하다. 가장 만족스럽게 먹은 요리였다.

트러플 냉면. 전체적으로 트러플의 향이 굉장히 강해서 헤비하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트러플을 많이 좋아하지 않아서 가장 평범하게 느낀 요리였다. 그렇다고 수준이 떨어진다는 말은 아니고, 단품으로 제공해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는 요리다.

술 지게미 셔벗. 술 지게미를 넣어 만든 셔벗인데 입 안의 느끼함을 잘 없애주는 역할을 했다. 신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나이지만, 한 입에 왕 넣었지.

돌 하르방. 초콜릿을 사용해서 문구를 적어줬다. 나는 단 음식을 먹지 않기 때문에 사진만 한 장 찍은 후 짝꿍에게 양보했지. 짝꿍의 표현을 빌리면 많이 달지 않고 여러 맛이 느껴진다고 했다.

뉴욕-서울. 이 역시 난 먹지 않아 맛을 모르겠다. 나는 언제 단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전체적으로 흠 잡을 곳 없고 뛰어난 수준의 요리를 제공하는 정식당. 이제는 파인 다이닝 저변이 넓어져서 예전만큼 예약이 어렵지 않다. 수준 높은 파인 다이닝 요리를 즐기고 싶다면 한 번 가볼 것을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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