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 - 해외

[중국/광저우] 鸟剑居酒屋(토리켄) - 중국에서 즐기는 일본 요리

담구 2024. 11. 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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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선전, 광저우 출장을 다녀왔다. 난 중식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다양한 중국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참 즐거운 출장이었다. 히히, 먹는 거 좋아. 혼자 갔거나 지인과 갔더라면 많은 사진을 찍었겠지만, 다른 일행들이 있어서 아쉽게도 맛집 사진은 한 곳 밖에 찍지 못했다. 다른 곳들은 나의 배와 마음 속에 저장하고 사진을 찍은 한 곳만 올리도록 해야지. 지금 올리는 곳은 광저우 텐허구에서 맛집 이자카야로 상당히 유명한 토리켄이다. 광저우에 여러 지점이 있는 곳인데 젊은 고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라고 한다. 비록 난 젊지 않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방문을 했다.

 

내부 모습. 전형적인 일본 스타일의 가게다. 이름부터 토리켄이니 이런 분위기가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커플로 보이는 고객들이 상당히 많이 앉아 있었고, 우리 옆 테이블에서는 여자 고객 3명이 생일 파티를 하고 있었다. 생판 누군지도 모르지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할까 했지만 중국어를 전혀 하지 못해 그냥 케이크 한 조각 주길 내심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케이크는 오지 않았지.

 

곳곳에 일본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와 조형물을 볼 수 있다. 일본 어린 아이가 개에게 바지를 뺏기는 모습이 인상 깊어서 한 컷 찍었다. 저 개는 참으로 못된 개로구나. 이런 저런 사진을 찍고 있는데 계속해서 고객들이 들어왔다. 일본과 중국의 관계가 상당히 나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가게에는 그런 반일 정신이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상당히 많은 메뉴가 있었는데 전부 올리기는 귀찮으니 한 장만 올리기로 한다. 꼬치 요리, 면, 밥, 회와 스키야키 등 다양한 요리가 있었다. 출장 기간에 먹는 것을 제대로 먹지 못하면 참으로 고된 여정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든든히 먹기로 결정했다. 참으로 훌륭하고 바람직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먹어야 힘이 나고, 먹어야 돈을 벌고, 돈을 벌어 또 맛있는 것을 또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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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케, 하이볼, 사와와 맥주 등 다양한 술도 판매하고 있었다. 중국에 정통한 일행에게 물어보니 중국은 하이볼을 잘 마시지 않고 바이주나 맥주를 잘 마신다고 한다. 그래서 주변을 살짝 보니 거의 대부분의 고객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하이볼을 주문하기로 했다.

 

시치미를 비롯해서 후추, 소금, 산초가루와 간장도 있다. 일본 이자카야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은 모조리 다 때려 부은 느낌이다. 이런 것은 딱히 중요하지 않지만 그냥 생색 한 번 내려고 사진을 찍었다.

 

이런 저런 메뉴를 주문하고 나오는 기본 반찬인 양배추. 양념이 가미 된 마요네즈와 함께 나온다. 이런 양배추는 간장에 찍어 먹어도 맛있고 소스에 찍어 먹어도 맛있고 마요네즈에 찍어 먹어도 맛있다. 양배추를 먹으며 출장 내용을 다시 정리했다. 언제나 정리를 잘 하는 멋진 나.

 

하이볼. 진저에일 하이볼을 주문했다. 하이볼이 한국에서 마실 때보다 훨씬 맛있었다. 하이볼에 위스키를 몇 샷 넣는 지를 물어보니 투 샷을 넣는다고 한다. 아, 그러니 이렇게 맛이 좋지. 역시 이런 폭탄주에는 술을 때려 부을 수록 맛이 좋은 법이다. 덕분에 오랜만에 하이볼로 과음을 했다.

 

닭 껍질 꼬치와 우설 꼬치. 닭 껍질 꼬치는 이제 한국에서도 흔한 요리가 되었지만 이렇게 우설이 꼬치로 나오는 것은 보기 힘들다. 그래서 본 김에 두 개를 주문했지. 닭 껍질은 누구나 아는 그런 정겨운 맛이었고, 우설 꼬치는 내 입에 딱 맞았다. 우설은 쫀득하면서도 살짝 탄성이 나는 식감을 가지고 있는데 구우면 그런 식감을 더욱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같이 출장을 간 지인이 배가 고프다고 해서 주문한 카레. 한국식 카레가 아닌 일본식 카레가 나온다. 카레 안에 내가 몹시 싫어하는 당근이 들어 있는 것이 참으로 아쉬웠다. 카레는 상당히 진하고 꾸덕했다. 고기만 살살 빼서 먹고 싶었지만 눈치가 보여서 밥도 함께 먹었지.

 

교자. 난 한국이 아닌 다른 지역 이자카야에 오면 교자를 자주 주문하는 편이다. 이런 교자는 직접 빚는 곳이 있고, 또 기성품을 파는 곳이 있는데 아쉽게도 토리켄은 기성품을 구워서 판매하는 것 같았다. 간장을 살짝 찍어 먹어보니 상당히 맛이 좋았다. 기성품임에도 이런 좋은 맛을 낼 수 있다니. 역시 요리의 나라 중국답다.

 

회 5종. 새조개, 연어, 새우, 전복과 한치의 구성이다. 다른 것은 맛이 평범했는데 한치 회의 맛이 인상 깊었다. 한치를 그냥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시소 잎을 감싸서 넣었다. 시소와 한치의 조합이 상당하다. 간장을 살짝 찍어 먹으니 한치의 맛이 한층 더 좋아진다. 회 한 점에 하이볼 한 모금을 꿀떡꿀떡 마시니 살짝 취기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닭 허벅지 꼬치. 꼬치를 하나 정도 더 먹고 싶어서 주문했다. 닭 허벅지는 닭 다리 살의 부드러움과 가슴살의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아주 좋은 부위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잘 구워진 닭 꼬치가 상당히 맛이 좋다. 지금 생각해 보니 좀 더 무리를 하더라도 더 과식을 해야 했었다. 괜히 아쉽네, 흑흑흑. 다음 출장 때는 맛있는 것을 더욱 많이 먹어야지.

 

야키소바도 주문. 야키우동도 있었는데 소바를 더 좋아해서 이걸로 주문했다. 내가 싫어하는 당근도 야키소바 안에 들어 있었다. 그 밖에 양배추, 버섯, 부추, 피망, 베니쇼가와 가쓰오부시를 토핑으로 넣었다. 베니쇼가를 함께 섞으면 맛의 밸런스가 깨지기 때문에 한 쪽으로 밀어둔 후 다른 것들을 야무지게 비벼 먹었다. 전체적으로 요리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 거기에 한국 기준으로 가격도 저렴해서 먹는데 전혀 부담이 없었다. 가끔 이렇게 타지에서 타국 요리를 즐기는 것도 좋구나. 텐허구에는 워낙 많은 맛집이 있어서 이곳을 딱 찍어 추천할 수 없지만, 광저우 텐허구에서 일본 요리를 즐기고 싶다면 재미 삼아 한 번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주소: 广州市天河区林和东路紫荆街3号之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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