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제대로 홍어를 먹어본 경험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삼합을 먹어본 경험이 없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홍어 따로, 삼겹살 따로, 묵은지 따로는 먹어봤지만 홍어에 대해 그리 좋은 경험이 없어서 삼합은 도전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삼합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광주에 왔으니 한 번 먹어보자고 굳게 다짐을 했다. 역시 도전 정신이 뛰어난 나. 그래서 미팅을 잘 마친 후 저녁을 먹을 때 삼합을 먹기로 했다. 그렇게 방문한 표주박. 뭔가 상호에서 토속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곳이다.
내부 모습. 역시 예상처럼 토속적이고 민속 주점 느낌이 물씬 풍긴다. 마치 주막과 같은 느낌인데, 대학 다닐 때는 이런 주막 같은 곳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것을 참 좋아했다. 하지만 요새는 나이가 들고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막걸리는 쉽게 취하는 편이어서 자제하는 편이다. 삼합에는 막걸리가 빠지면 안 된다고 하기 때문에 오랜만에 막걸리 한 잔 하기로 했다.
메뉴. 알탕, 두부김치찌개, 꽃게탕, 연포탕, 애호박찌개. 바지락 순두부찌개, 제육볶음, 두부김치, 낙지볶음, 닭발볶음, 모둠전, 해물파전, 김치전, 육전, 홍어전, 굴전, 계란말이, 삼합, 메밀전병, 고등어구이, 묵, 골뱅이, 꼬막 미나리 무침, 낙지숙회, 낙지 탕탕이, 갑오징어 숙회, 갑오징어 무침, 병어회, 병어 무침, 홍어회, 홍어회와 홍어 회 무침 등 다양한 요리를 판매하고 있다. 참으로 한국적인 메뉴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홍어 삼합과 함께 막걸리 한 병을 주문했다.
반찬. 반찬이 실로 예술이었다. 반찬 하나하나에서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 난다. 호남 지역에 가면 이런 반찬으로 밥 두 공기는 거뜬히 먹을 수 있다. 그래서 내가 호남 출장에 가면 항상 살이 찌는 것 같다. 특히 함께 나온 미역국은 소주가 절로 생각날 정도로 훌륭한 맛을 보였다.
이러한 반찬 중에서 가장 예술이었던 묵은지. 내가 올해 먹은 묵은지 중에서 감히 최고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 높은 맛을 보였다. 묵은지의 경우 너무 오래 묵힐 경우 곰삭은 맛과 쿰쿰한 냄새가 나는데 그런 불쾌한 맛과 냄새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삭힘 정도가 예술이어서 이 묵은지를 안주 삼아 막걸리를 연달아 마셨다. 막걸리에 약한 내가 이날은 취하는 일 없이 행복하게 즐겼다.
삼합. 홍어 회와 삼겹살로 만든 수육이 나온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홍어의 삭힘 정도가 강하지 않았다. 물론 그래도 홍어는 홍어인지라 홍어 특유의 냄새는 났다. 이런 냄새에 적응하면 참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하지만, 도무지 나는 적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리가 자리인 만큼 마음을 굳게 다잡고 잘 즐기기로 했다.
묵은지를 맨 밑에 두고 그 위에 삼겹살 수육을, 그리고 맨 위에 홍어 회를 놨다. 홍어 회 냄새를 조금이라도 안 느끼려면 홍어 회를 가운데 두는 것이 좋다고 한다. 큰 마음 먹고 한 입에 다 넣고 꼭꼭 씹었다. 홍어의 알싸한 맛과 냄새가 올라온다. 하지만 이런 맛과 냄새를 삼겹살 수육의 느끼함과 묵은지의 시큼한 맛이 잘 잡아준다. 그리고 막걸리 한 잔을 마시면 홍어의 잔향을 없앨 수 있었다. 최고의 묵은지와 함께 즐기니 홍어 삼합을 이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구나. 참으로 행복한 날이었다. 홍어 삼합의 본고장인 광주에서 최고의 묵은지를 먹고 싶다면 꼭 한 번 가볼 것을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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