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남 지역 중 전북 먹거리 마지막 포스팅이다. 마지막을 장식할 곳은 전북 고창군에 위치한 맹구수산이다. 고창군은 고인돌로 굉장히 유명한 곳인데, 고인돌이 대량으로 많이 나오는 지역이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고창군의 유명 특산물로는 복분자, 민물장어가 있는데 민물장어는 민물 양식을 성공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질 좋은 민물장어를 먹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고창군에 방문을 했는데 민물장어를 먹지 않고 가는 것은 굉장히 올바르지 못한 행동이기 때문에 민물장어를 먹기로 했다.

민물장어는 4종이 있는데 자포니카, 노스트라다, 말모라타와 비콜라라고 한다. 내가 장어 공부를 하지 않아서 뭐가 뭔지 잘 모르고, 국내에서 양식으로 주로 사용하는 종은 자포니카라고 한다. 맹구수산은 민물장어에 대해서 호남 지역에서 나오는 것만 사용하는 곳임을 보증 받았다고 한다. 이런 품질보증서를 자신 있에 올린 곳은 믿을 수 있다.

매장 내부 모습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투박한 모습이다. 요새 장어 전문점의 경우 고급 한정식 전문점처럼 꾸미는 곳들이 있고, 이렇게 투박하게 꾸미는 곳들이 있다. 뭔가 어중간하게 내부를 꾸미는 것보다 이원화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그리고 명절 전날과 당일 날은 쉰다고 하니 꼭 휴무일을 숙지하고 찾아가도록 하자. 휴무일을 확인하지 않고 찾아갔는데 매장 문이 열려 있지 않는 모습을 보면 그것만큼 슬프고 마음이 어두워지는 일이 없다.

메뉴. 장어와 후식 칼국수가 전부다. 서울이나 강화도 같은 지역에 비해 확실히 합리적인 가격이다. 게다가 주류가 4,000원이라니. 참으로 행복한 곳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합리적인 가격에 민물장어를 먹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 원 없이 먹고 가도록 해야지. 민물장어를 먼저 양껏 먹은 후 칼국수는 후식으로 먹기로 결정하고, 다소곳한 자세로 민물장어만 먼저 주문했다.

민물장어를 먹을 때 꼭 나오는 상추, 겉절이, 김치, 생강과 마늘 등이 나오고 거기에 락교와 쌈장도 나온다. 장어는 의외로 기름기가 많은 생선이기 때문에 기름진 맛을 잡아줄 부재료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난 그런 부재료 없이 그냥 먹어도 충분히 잘 먹을 수 있는 뛰어난 능력과 식탐을 갖춘 멋진 남자이기 때문에 이런 것은 사진만 찍기로 했다.

아름다운 장어의 모습. 참으로 훌륭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장어 대가리는 해체한 후 몸통을 초벌하고 제공한다. 구워 먹어도 맛있고, 쪄서 먹어도 맛있는 장어. 여력이 되는 한 많이 먹도록 하자. 장어의 집도는 내가 직접 하고 싶었지만, 고객이 많이 없을 때는 직원이 구워 준다고 한다. 나보다 굽는 실략이 뛰어난 것은 기정사실이기 때문에 집게를 직원에게 양보했다.

초벌이 된 장어를 불판에 올린 후 정성스럽게 구워준다. 숯은 어쩌고 숯을 사용한다고 했는데 무슨 숯인지 까먹었다. 숯도 상당히 종류가 많은데 숯까지 공부하기엔 내가 그만큼 똑똑하지 못하다. 그저 숯은 맛있는 요리를 만들 때 필요한 것일 뿐.

알맞게 구워졌다 싶으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후 계속해서 굽는다. 사진에는 장어가 잘 구워질 때 나는 소리를 담지 못해 참으로 아쉽다. 이런 소리까지 담기 위해서 유튜브를 시작해야 하나. 그러기에는 나의 체력과 재력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에 그냥 지금처럼 블로그만 운영해야지. 유튜브도 돈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더라.

짠. 맛있게 다 구워졌다. 구워질 때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엄청 많이 찍었지만, 다 올리기는 귀찮으니 이 사진만 올려야지. 척 봐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잘 구워진 모습이다. 이것이 바로 경험의 힘인가. 내가 구웠더라면 이렇게 아름답게 굽지는 못했을 것 같다. 맛있게 잘 익었으니 이제 신중히 맛을 보도록 해야지.

아무런 양념 없이 장어 그 자체만의 맛을 보도록 한다. 호쾌하게 한 입에 넣으니 바삭함과 촉촉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꼭꼭 씹으면 씹을 수록 장어의 기름과 더불어 고소하고 진한 맛이 느껴진다. 아, 그래. 이게 바로 장어의 맛이지. 이런 장어는 아무런 양념 없이 먹어도 참 맛있다. 장어와 함께 소주 한 잔 하고 싶었지만, 추후 일정이 있어서 소주를 마시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다.

후식 칼국수. 가격이 저렴해서 양이 적게 나오거나 부실하게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양도 많고 들어 있는 것도 알차게 들어있다. 이런 칼국수를 1인분에 3,000원에 판매하다니. 서울에 있는 식당은 이런 곳을 보고 배워야 한다. 물론 서울과 지방의 임대료 차이가 있어서 3,000원에는 무리겠지만 이런 곳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서울에는 왜 없을까 하는 의구심이 굉장히 많이 든다. 오랜만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수준 높은 민물장어를 먹은 날이었다. 장어를 먹기 위해서 고창군까지 굳이 찾아갈 필요는 없지만, 고창군에 방문했을 때 맛있는 민물장어를 먹고 싶다면 한 번 가볼 곳으로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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