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날 술을 좀 과하게 마셔 해장이 필요했다. 속이 편안하게 풀리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출장을 같이 간 동료가 가정식 백반을 먹자고 한다. 가정식 백반은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먹어도 먹기 편한 장점이 있지. 그래서 동료가 가자고 한 곳으로 룰루랄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바로 엄마손식당이다.
내부 모습은 부안 어딜 가더라도 비슷하다. 부안은 바닷가에 위치해 있고 관광객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이렇게 다닥다닥 좌석이 붙어 있는 곳들이 많다. 주말 점심, 저녁에는 이런 곳에서 먹기 불편하지만 평일 점심에는 참으로 편하게 먹을 수 있지. 나와 동료는 최대한 시원한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메뉴. 된장찌개, 돌게장 백반, 닭도리탕, 꽃게탕, 돼지불고기, 불낙전골, 닭볶음탕, 오리주물럭, 토종닭백숙과 능이백숙 등을 판매하고 있고 후식으로는 누룽지, 계란탕, 볶음밥이 있다. 우리는 해장을 하기 위해 가장 기본 메뉴인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된장찌개 가격이 참 착하다.
된장찌개를 주문하니 나오는 반찬. 도토리묵, 김치, 나물, 잡채와 동치미 등이 나온다. 배가 고파서 허겁지겁 먹고 나중에 정신을 차린 후 사진을 찍은 것이라 뭔가 볼품이 없네. 반찬은 굉장히 정갈하게 잘 나오고, 리필을 요청하면 친절하게 잘 대응해줬다. 오오, 이것이 바로 따뜻한 호남의 정.
인상 깊었던 고등어 조림. 고등어 한 토막과 함께 무 조림 두 개가 나온다. 두 명이 먹기에 충분한 양이다. 무는 너무 과하지 않게 잘 익었고, 양념의 맛을 온전히 흡수했다. 이런 조림에 들어가는 무는 언뜻 보면 조연인 것 같지만, 주연으로 느껴질 때가 더 많다. 고등어는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웠고 전혀 비리지 않았다.
잡채. 고기가 들어 있지 않은 잡채이지만 간이 굉장히 잘 맞았다. 단맛과 짠맛을 함께 느낄 수 있었는데 그 사이의 밸런스가 굉장히 좋았다. 나와 지인 모두 이 잡채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해서 리필을 두 번이나 했다. 리필을 두 번이나 했는데 따뜻하게 잘 응대를 해줘 더욱 마음에 들었다.
게장도 나온다. 일반적인 꽃게장이 아닌 칠게장이 나온다. 칠게는 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게인데 아담한 사이즈가 특징인 게다. 속이 좋았더라면 우적우적 잘 씹어 먹었겠지만 속이 좋지 않아 사진만 찍은 후 먹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괜한 음식물 쓰레기를 만든 것 같아 가슴이 좋지 않다.
김치. 전형적인 호남 스타일의 김치다. 김치가 너무 설익지 않았고 너무 과하게 익지도 않았다. 이런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참으로 대단하다. 이런 김치는 손으로 길게 쭉 찢은 후 밥에 얹어 먹으면 그 맛이 참으로 좋다. 하지만 우리는 속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가위로 적당한 사이즈로 자른 후 맛있게 냠냠 먹었다.
된장국 같은 된장찌개가 나온다. 이건 찌개라고 말하는 것보단 된장국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우거지가 수북하게 들어 있고 간이 짜지 않다. 한 모금 마셔보니 속을 편안하게 풀어주는 느낌이 든다. 난 해장을 햄버거나 피자로 하는 편이지만, 가끔은 이렇게 한국 요리로 속을 편안하게 풀어주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이 날을 이후로 출장 기간에 술을 과하게 마시지 않게 되었지. 부안에서 정갈한 한국 요리를 먹고 싶다면 한 번 가볼 것을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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