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역과 상수역 사이에 있는 버건디. 분위기 있는 와인바로 나름 이름을 알리는 곳이다. 난 와인이나 막걸리 같은 발효주를 마시면 쉽게 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잘 즐기지 않는다. 하지만 와인을 마시자고 할 때는 빼지 않고 줄곧 마시지. 이날 지인이 와인과 함께 맛있는 요리를 먹자고 해서 조금 이르게 퇴근을 하고 힘차게 발걸음을 옮겼다.
모던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버건디의 내부. 이른 시간에 예약을 하고 찾아가서 그런지 고객이 많이 없었다. 이내 날이 어두워지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하나 둘 고객이 차더니 우리가 나갈 때는 거의 만석을 이루고 있었다. 얼핏 보니 고객은 20대부터 40대 정도의 연령대가 오는 것 같았다. 이젠 와인이 많이 보급 되고 가격도 안정이 되어 예전에 비해 접근성이 넓어진 편이다. 와인을 심오하게 공부한다면 위스키만큼 돈이 많이 깨지긴 하지만, 가볍게 취미로 삼기에는 좋다.
메뉴. 아니 왜 난 메뉴 앞면만 찍고 자세한 사진은 찍지 않았던 것일까. 버건디에는 다양한 와인과, 그 와인과 잘 어울리는 많은 요리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대 역시 합리적으로 구성을 하여 단순히 와인을 즐기는 사람부터 심오하게 즐기는 사람까지 아우를 수 있는 구성이었다.
이날 우리가 즐겼던 와인은 오리스탄 크리안자. 스페인 와인이며, 가성비가 좋기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아메리칸 오크 배럴에서 6개월 동안 숙성 시킨 와인이다. 오리스탄 크리안자의 설명을 가볍게 보면 블랙베리, 체리, 커피, 타바코, 후추, 바닐라와 오크 향 등을 물씬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 난 와인에 대한 조예가 그리 깊지 않기 때문에 그런 향은 잘 느끼지 못했다. 그냥 드라이한 와인의 한 종류라고 느꼈다. 언제가 되어야 위스키처럼 와인 맛을 잘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와인을 위스키만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열심히 공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치즈 플레이트. 보통 와인을 주문할 때 함께 즐기는 요리 중 이 치즈 플레이트를 같이 주문할 것이다. 와인과 치즈 조합은 이미 세계적으로 검증이 되었기 때문이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버건디의 치즈 플레이트는 치즈만 나오는 것은 아니고 올리브, 크래커, 프레즐과 살라미가 함께 나온다. 어쩌고 치즈와 저쩌고 치즈 등 치즈에 대해 설명을 들었는데 뭐가 뭔지 까먹었다.
바질 냉 파스타. 개인적으로 냉면, 막국수와 콩국수 같은 국수 요리를 제외하면 차가운 면 요리는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다. 특히 이런 냉 파스타나 중화 냉면은 극도로 주문을 꺼리는 요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날은 같이 간 지인이 꼭 주문을 해야 할 메뉴라고 해서 주문하게 되었다. 나의 예상과 달리 상당히 맛이 좋았다. 바질의 향과 맛이 풍부하게 느껴졌고, 냉 파스타의 소스 역시 마음에 들었다. 차가운 파스타에 대한 편견을 깨는 좋은 요리였다. 이 기세를 몰아서 나의 편협한 편견을 깰 수 있도록 차가운 면 요리를 많이 즐기도록 해야겠다.
가지 구이. 한국에서는 가지 무침이라는 희대의 음식으로 인해 가지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지 무침은 가지를 가장 맛없게 먹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가지를 먹을 때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바로 튀겨 먹는 것이고, 그 다음이 구워 먹는 것이다. 가지는 기름기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튀기거나 구우면 기름을 흠뻑 먹고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과 함께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버건디의 가지 구이는 상당히 잘 구워진 축에 속했는데 함께 하는 소스 역시 가지와 잘 어울렸다. 합정, 상수 근처에서 분위기 좋은 와인 바를 가고 싶다면 한 번 가볼 것을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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