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팅 후 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간 광화문 특고기. 뼈갈찜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우리는 굳세게 지조를 지키며 목살 스테이크를 즐기기로 마음을 먹고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그런지 고객이 많이 없었다. 그런데 퇴근 시간이 되니 하나 둘 자리가 없어지더니 어느새 자리가 꽉 차서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되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느낌상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 되니 고깃집 같은 곳은 예전과 같이 활기가 도는 것 같다.
메뉴. 광화문 특고기는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취급하고 있다. 가게에 도착해서 알았는데 주류 콜키지 프리라고 한다. 나중에 방문할 때는 좋은 위스키를 들고 가도록 해야지. 우리는 일단 솔잎초벌 듀록목살 2인분을 주문했다. 예전에는 두 명이 가면 무조건 3인분을 주문했는데 이젠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일단 2인분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막상 먹는 양은 결국 예전과 똑같기 마련이다. 이러니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살이 안 빠지는 것 같다.
반찬이 큰 그릇에 한데 모아서 나온다. 쏘야, 김치, 사라다, 콩나물과 시금치와 무생채가 나온다. 오, 세상에 맙소사. 고깃집에서 쏘야를 만나게 될 줄이야. 반찬 맛이 엄청 뛰어나진 않았지만 정성이 느껴졌다.
솔잎초벌 듀록목살. 광화문 특고기는 고기가 한 번 초벌이 되어 나온다. 고기가 나오는 모습을 경건하게 사진 찍고 싶었는데 때마침 전화가 와서 아쉽게도 사진을 찍지 못했다. 퇴근 시간에 전화하는 너란 사람 못된 사람, 미운 사람. 고기는 직접 구워주기 때문에 고기가 잘 구워지는 동안 쏘야와 사라다 등을 안주 삼아 소주를 기울이면 된다. 반찬으로 나온 김치도 올려 같이 구워준다. 아름답게 잘 익어가는 목살이 모습이 참 좋다. 예전에는 기름진 맛이 훌륭한 삼겹살을 참 좋아했는데 이제는 비교적 담백하고 고소한 목살을 더 좋아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고기가 익어갈 때 꼭 빼놓지 않아야 하는 것이 바로 항공샷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날 미팅 이후 식사를 한 지인은 이런 나를 잘 알고 있어서 연신 셔터를 누르는 나를 잘 이해하고 묵묵히 기다려줬다. 고마워라.
오랜 기다림 끝에 잘 익은 목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윤기가 흐르고 빛이 나는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제 경건하고 올바른 자세로 맛있게 먹어봐야지. 아, 맛있다. 촉촉하게 잘 구워진 목살에서 고소함이 느껴진다.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함과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역시 이 맛 때문에 목살을 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목살 한 점에 소주 한 잔을 마시면 이곳이 바로 지상낙원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가 있다. 고기 보관 상태도 그렇고 고기 질도 그렇고 서울 안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좀 취해서 마무리는 김치말이 국수로 했다. 아, 취하면 이상하게 꼭 탄수화물을 찾게 된다. 이 못된 버릇 때문에 살이 안 빠지는 것 같다. 김치말이 국수의 면은 평범한 맛이었는데 시원한 국물 맛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굉장한 만족감을 느낀 광화문 특고기. 시청 근처에서 맛있는 돼지고기를 즐기고 싶다면 꼭 한 번 방문해볼 것을 강력히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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