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원집에서 거나하게 음식과 술을 즐긴 후 집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동기 녀석이 살짝 아쉬웠나 가볍게 한 잔 더 마시자고 한다. 이 녀석을 만나면 항상 과음을 하기 마련이지. 정말 가볍게 마시기 위해서 근처 맥주집을 찾았는데 샤로수길 입구에 있는 하오츠도쿄를 발견했다. 분위기가 괜찮은 것 같아서 여기서 딱 한 잔만 더 마시기로 했다.
매장은 그리 넓지 않다.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딱 두 자리를 제외하고 전부 고객이 앉아 있었다. 테이블은 두 개 정도 있었고 나머지는 전부 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우리는 웨이팅 없이 남아 있는 바에 앉았지. 고객들이 많이 있지 않았지만 제법 활기찼던 것 같다. 몇 년 전부터 뜨고 있는 샤로수길이라서 그런 것 같다. 나 대학 다닐 때는 샤로수길이란 말은 없었는데.
메뉴. 하오츠도쿄의 시그니처 메뉴는 깐풍가지튀김이라고 한다. 그 밖에 유린기나 흑후추우삼겹도 잘 나간다고 한다. 나와 동기는 배가 많이 불러서 무거운 음식은 먹지 못할 것 같아서 중화오이냉채와 백합조개나베를 주문했다. 이 두 개만으로도 소주 한 두 병은 그냥 뚝딱으로 마실 수 있지.
국산 술은 참이슬 한 종류만 팔고 있고 사케와 일본 소주가 메인이다. 이미 소주를 많이 마셔서 사케나 일본 소주를 마실 경우 그대로 취하기 때문에 참이슬을 마시기로 했다. 역시 자기 절제를 잘 하는 멋진 나와 동기 녀석. 하지만 바로 나오는 안주를 많이 마셔서 결국은 취하고 말았지.
중화오이냉채. 난 파이황과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파이황과가 나올 것 같아서 주문한 것이다. 일반적인 파이황과의 모습과는 좀 다르지만 맛은 얼추 비슷했다. 오이는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식자재인데, 나에게는 호에 가깝다. 동기 녀석은 이 중화오이냉채를 잘 먹지 않더군. 그래서 내가 맛있게 냠냠 다 먹었다. 후후후.
백합조개나베. 양이 굉장히 많다. 이렇게 많이 나오니 우리가 취할 수 밖에 없지. 우리의 잘못이 아닌 이 백합조개나베의 잘못이다. 알싸한 고추가 들어 있어서 살짝 얼큰한 맛이 난다. 나와 동기 모두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기 때문에 고추는 덜고 은은하게 끓여 먹었지. 백합은 굉장히 신선해서 쫄깃하고 특유의 단 맛이 깊게 난다. 백합의 맛이 잘 우러나온 국물은 마시면 마실 수록 해장이 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이것은 그저 착각이라서 술을 많이 마시면 금방 취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샤로수길에서 맛있는 중식 요리를 즐기며 간단하게 한 잔 하고 싶다면 한 번 방문할 것을 추천하는 곳이다.
'식도락 - 강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릉] 우미돈 블랙 - 런치 스키야키 코스 (0) | 2023.09.20 |
---|---|
[교대] 청기와타운 - 맛있는 LA 양념갈비 정식 (0) | 2023.09.19 |
[서울대입구] 십원집 - 불향 가득한 연탄 불고기 맛집 (0) | 2023.09.17 |
[양재] 양재족발 - 양재동에는 영동족발만 있는 것이 아니다 (1) | 2023.09.16 |
[도곡] 국빈 - 제대로 불맛 나는 볶음밥 (0) | 2023.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