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 에노테카 몰토 -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와인 바
오랜만에 디지털미디어시티에서 미팅이 잡혔다. 예전에는 가끔 갔던 곳인데, 이제는 거래처가 없어서 잘 가지 않는 곳이다. 이렇게 오랜만에 방문을 했으면 미팅 후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인지상정이지. 그래서 어디서 무엇을 맛있게 먹을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지인이 괜찮은 와인 바가 있다고 해서 비교적 이른 시간부터 와인을 마시기로 했다. 오호홋호호. 이럴 때는 출퇴근이 자유로운 것이 참 좋지.
내부를 굉장히 포근하게 잘 꾸몄다. 에노테카 몰토는 주인이 혼자 운영을 하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음식을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럴 때는 기다림의 미학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지.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고객이 없었기 때문에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었다.
벽 한 쪽에 와인 오프너를 장식한 것이 인상 깊어서 사진을 찍었다. 난 와인보다 위스키나 백주를 더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오프너를 따로 모으지 않는데, 오프너를 모으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각자의 취미 생활은 존중 받아 마땅하지.
메뉴. 파스타, 샐러드, 미트볼, 셰퍼드 파이와 간단한 주전부리 등이 준비 되어 있다. 메뉴를 신중히 읽어보니 내공이 부족하면 만들기 어려운 것들이 많아서 맛에 대한 기대가 되었다.
에노테카 몰토는 와인 바이기 때문에 와인을 필수적으로 주문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파리나 소아베 클라시코라는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을 주문했다. 와인에 대한 조예가 부족하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할 수 없지만 가격 대비 좋은 맛이 났다. 백주나 위스키였더라면 충분한 설명을 할 수 있는데. 위스키나 백주를 공부할 시간도 부족해서 와인을 공부할 틈이 없다.
꼴뚜기 퀴노아 샐러드. 빵가루를 묻힌 꼴뚜기를 오븐에 구운 후 퀴노아, 루꼴라, 토마토와 올리브와 함께 섞어 만든 샐러드다. 빵가루를 묻힌 꼴뚜기는 튀김과 같은 식감이 느껴졌고, 나머지 재료들도 다들 조화를 잘 이뤘다. 먹다가 맛의 변화를 주고 싶을 때 함께 나온 레몬을 뿌리면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다.
치즈&콜드 컷. 다섯 종류의 치즈, 햄과 견과류로 만들었다. 참으로 지극히 단순하기 그지 없는 요리이지만 와인과 기가 막힌 궁합을 이룬단 말이지. 평소에는 잘 먹지 않지만 와인을 마실 때면 나도 모르게 찾게 된다.
시금치즈딥. 다양한 치즈에 시금치를 넣어 오븐에 구운 요리다. 굉장히 치즈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함께 제공 되는 크래커와 먹으면 담백함, 고소함과 진한 맛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시금치즈딥을 먹으니 나도 모르게 소주가 생각났는데, 이런 자리에 소주가 있을 리 없으니 그냥 와인만 마셨다.
셰퍼드 파이. 양고기를 사용해서 만든 미트파이다.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양고기 특유의 고소하면서 식욕을 돋우는 먹음직스러운 향기가 나를 자극했다. 양이 적어 보이긴 하지만 그릇이 상당히 깊어서 양도 충분했다.
미트볼과 차치키 소스. 미트볼은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우리는 한 입 크기의 미트볼을 골랐다. 미트볼과 차치키 소스의 조합은 여기서 처음 접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어울렸다. 미트볼은 많이 느끼하지 않고 상당히 강한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비교적 이른 시간부터 시작해서 저녁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에노테카 몰토.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에서 다양한 먹거리와 와인을 즐기고 싶다면 한 번 가볼 것을 추천하는 곳이다.